‘청년 실업’은 비단 사회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회에서도 ‘일자리 부족’ 현상은 뚜렷하다. 한 해 배출되는 목사의 수에 비해 이들이 갈 수 있는 사역지는 적어 일종의 ‘공급 과잉’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교회·교인보다 목사 증가율 더 커… 사역지 포화상태

▲신대원을 졸업해 목사가 돼도 막상 사역지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수급 불균형은 한국교회 쇠퇴와 맞물려 위기를 가져 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이는 구체적 통계로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예장 합동의 경우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최근 10년 간 교회 수는 6,795개에서 11,456개로 늘어 약 68%로 증가했고 교인 수는 2,300,327명에서 2,953,116명으로 늘어 약 28%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목사의 수는 10,424명에서 19,268명(증가율 84%)으로 불어나 교회와 교인수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예장 통합 역시 비슷했다.

이런 문제가 소위 ‘시차’로 인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한 교계 관계자는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되는 기간에 비해 교인 수가 줄어드는 기간이 더 짧았다”며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할 당시 그나마 있던 사역지가, 공부 기간 동안 사라진 셈이다. 그러니 막상 졸업할 땐 갈 곳이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장인 노영상 교수는 “예장 통합이 매년 900명 정도의 신대원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은퇴 등을 이유로 목회를 그만두는 목회자는 700명 정도로 예상된다”며 “매년 200명 정도의 잉여 목회자가 누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교수는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교인수가 더 줄어든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선교사나 교회 연관 기간의 일자리, 이민목회 등 새로운 일자리들이 창출되었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포화상태”라고 지적했다.

대형교회 가려면 수십 대 일 경쟁률 뚫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른바 ‘집중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교회의 부목사 청빙에 수많은 신대원 졸업생들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대형교회일수록 더 크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신대원 학생은 “대형교회에 지원해 교역자가 되려면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노영상 교수도 “최근 시내 한 교회 부목사 청빙에 무려 130여 명이 지원서를 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경쟁률이 7~80대 1이라는 말도 들린다. 예전 담임목사 청빙에나 있을 법한 경쟁률이 요즘엔 부목사 청빙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와 신학교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이는 결국 목회자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그는 “수급 불균형의 문제는 향후 신학교 진학률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며 “졸업해도 갈 곳이 없다면 학생들이 신학교에 진학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지원자들의 질이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이는 교회의 위기와 직결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척 기피, 비인가 신학교 난립 등도 원인

신대원 학생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신대원 학생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사역지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일부 학생들이 원하는 사역지가 따로 있다는 것”이라며 “흔히 그런 사역지는 대형교회인 경우가 많다. 유학 등 공부를 많이 한 학생일수록 보다 편안 환경의 대형교회를 찾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만큼 교회 개척이 쉽지 않은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한 목회자는 “요즘 교회 개척은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웬만한 각오 없이는 개척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밖에 비인가 신학교의 난립 역시 목회자 수급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부의 문제일 수 있어… 신학생들, 목회 본질 다시 생각해야

다른 견해도 있었다. 한 교회 부목사는 “신대원 졸업생들이 무조건 대형교회만 찾는 건 아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다면 어디든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다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등 대형교회가 아니면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도 일부의 문제를 마치 전체의 것으로 부풀리는 잘못된 시각이 오히려 진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신학교가 많은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신학을 가르치는 곳이 많다는 게 무슨 문제인가”라며 “일자리가 없어 신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것도 사역을 단순히 물질로만 측량하는 잘못된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신학생들이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권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