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1장 강박증의 진단의 요건

강박증의 효과적인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된다. 정확한 진단은 치료를 그만큼 용이하게 만들기 때문에 강박증을 진단하기 위해 임상장면에서 적용되는 진단 기준이 중요하다. 강박증이란 특성상 여러 증상을 포함하는 경향이 있기에 진단이 더욱 정확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진단 요건 외에도 핵심 증상이나 경과 기준 등이 필요하다.

1. 강박증의 기초 특성

강박증은 그 성격상 기초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그것은 강박증의 바탕을 이루는 것으로, 다양한 유형 속에서 일정하게 나타나는 특성이다. 이런 강박증의 기초 특성은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어도 강박증을 결정하는 요건이 된다.

1) 지나치게 신경증적인 특성

강박증에서 신경증적 특성은 일차적이다. 신경증적인 특성이란 불운하고 재앙적인 걱정을 기반으로 한다. 그들에게는 불운하고 재앙적인 생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어쩔 수 없이 걱정에 사로잡힌다. 그들의 불길한 예감은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이다. ‘뭔가 묻은 것 같아, 빨리 씻어내지 않으면 치명적인 병에 걸릴 것 같아, 이런 손으로 우리 아기를 만지면…, 안 돼! 안 돼!’ 등이 신경증적이다.

그들에 일어나는 신경증적 생각은 필요 이상의 생각이다. 현재의 불안한 생각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생각인 것이다. 실제 그들은 이런 필요 이상의 생각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 이런 현상이 바로 신경증적 특성이다. 신경증적 특성은 대개 미래와 관련되는 점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불안하게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이 과거와 관련되는 점과 비교된다.

우울증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좌절과 후회, 이루지 못한 일들에 관한 것이 그 중심을 차지해서, 입만 열면 과거에 관한 말과 후회를 쏟아놓는다. 우울증 환자는 과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이와 달리 강박증 환자들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한다. 돌아오지 않는 미래에 집착하는 점에서 신경증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러면 과거에 집중된 우울증이나 미래에 집착하는 강박증은 모두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공통적 문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과거에 집중된 우울증이 단순한 후회와 좌절 뿐이라면, 강박증은 미래의 불안에 집착돼 있어 일을 그르칠 위험성이 더 높다. 강박증의 신경증이 우울증보다 위험한 이유다.

2) 환경에 압도되는 비현실적 생각

강박증은 사고의 우위성을 내세우는 질병이라 했다. 사고의 우위성이란 강박증이 지적(知的)인 측면을 중요시하여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도 이들의 강박사고는 비현실적 생각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강박증에 비합리성과 비이성적 측면이 있다고 보는 점이다. 이런 특성을 그들도 인식하고 있지만, 쉽게 인정하고 수용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역동이 작용한다.

그들이 이처럼 비현실적이 되는 이유는 지적 기능이 마비돼 역기능적이 되는 것이라 본다. 여기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들의 빈약한 정서적 상태를 일차 문제로 삼아야 한다. 사고의 우위성을 중시하는 태도를 갖지만, 반대급부로 유달리 정서적 결함을 보인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하여 도이취(H. Deutsch)는 그들의 빈약한 정서를 지적했다. 도이취에 의하면 그들은 정서적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정서 반응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이런 현상은 그들이 때로 타인에 의해 인식되지만, 치료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그들은 때로 정서적 결함으로 큰 괴로움을 겪기도 하는데, 이는 일시적이고 곧 지나가는 것으로 경험돼 특수 상황에서 재발할 수도 있고, 고통스러운 징후로서 지속적으로 경험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그들이 맺는 관계에는 따뜻함이 없고, 감정 표현은 피상적이며, 내면의 경험이 배제된다. 이런 점에서 도이취는 그들은 어떤 역할을 하도록 잘 훈련됐더라도, 연기를 살아있게 하는 데 필수적 요소인 열정이 결여된 배우에 비유한다. 나아가 도이취는 그들의 내면적 공허를 더 심한 분열성 성격에서 나타나는 냉담함과 멀리 있음의 상태로부터 구분하려 노력한다. 그들에게는 현실도피 혹은 금지된 본능적 충동에 대한 방어가 있는가 하면, 불안이 담긴 환상을 피하기 위해 외부적 현실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점에서다.

강박증 환자들의 비현실적인 특성은 억압보다는 대상리비도 집중의 부재에서 기인됨에도, 현실에서 표면적으로는 양호하게 적응하는 점이 특이하다. 이로 인해 그들은 환경의 요구에 대한 수동성, 자기 자신과 그 행동을 외부의 기대에 맞춰 고도로 가변적이고 거짓된 성격이 형성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그들이 대상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 있지만, 그 관계 안에 진정 따뜻함과 애정이 결여됨으로써 공허함과 지루함을 유발하여 때로는 상대방이 서둘러 관계를 끊도록 만들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으면 거짓된 정서 반응을 보이지만, 때로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그들이 대체적으로 순응의 특성을 보이는 결과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강박증 환자들은 피해자 내사의 근저에 있는 역동을 나타내게 된다. 그 역동은 일시적이고 피상적인 순응을 통해 피해자 내사물에 대처하고 자기애적 위기와 대상관계 갈등의 곤경에서 벗어나려는 해결 방식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순응의 문제는 다른 경계선 환자들, 특히 정체성 혼란, 분열성 성격, 그리고 거짓 자기조직 사례와 공유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것은 모두 그들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에 기초한다.

다만 그들은 강박사고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만, 그 정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들에게는 신성모독인 생각처럼 터무니없다고 간주되는 생각이 있는가 하면, 정말 뭔가 더러운 것이 묻었다거나 빠진 것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이며 실제로 대처 행동까지 취하는 생각도 있다. 때로 자신의 행위가 비이성적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강박증이 불안장애의 영역을 넘어 정신병의 경계에 관련되는 모습이다.

3) 활력이 약화된 모습

강박증은 대개 활력이 상실된 느낌을 준다. 그들은 조직이나 규칙에 잘 순응하는 편이지만, 활력에서는 약화된 모습을 보인다. 실제 그들은 내면에 강직한 마음이 있을지라도 외적인 활력을 보기 어렵다. 그들에게 활력이 심하게 약화되면, 스스로 조직에서 고립되거나 폐쇄적이며 관계가 단절되거나 이상하게 여겨진다. 이로 인해 스스로 삶이 쓸모없거나 무의미하고 공허해 어디에도 이르지 못하고,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고 불평한다. 이런 경우 그들은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 정서적으로 공허해 보이면서 감정적으로는 움츠러들지만 이런 모습과는 달리 그들은 매우 의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외부적으로 활력이 약화된 모습과는 달리 정신적으로는 대단히 활성화돼 있다. 다만 힘 있는 정신적 활동은 시야에서 숨겨진 내면세계로 사라지기에 의식적인 모습은 생생한 느낌과 행동의 역량을 상실하고 비현실감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러한 내면세계의 강렬한 활동은 꿈이나 환상의 조각에서 구분될 수 있으나, 이들은 자기 내면의 드라마와 혼란되는 점도 없지 않기에 때로 냉담하고 수동적인 관찰자처럼 보이는 수도 있다. 이는 그들이 외부 세계에 대해 아무런 느낌도 없기에 집착하거나 참여적으로 개입하지도 않으면서 단순한 관찰의 태도를 유지한 결과다.

그들에게 활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경우 혼자 살거나 친구가 매우 적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동료 집단에서 의미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가 매우 적으며, 인간관계에서 철수해 있고, 흔히 과도하게 민감하며, 몹시 수줍음을 타거나 어떤 분노를 강하게 표출한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극도로 민감하고, 의심하며, 경계하는 편집적 특성을 보일 수 있다. 때로는 우울하다고 호소하며, 자기 주변의 사물과 사건, 사람들에 대한 흥미가 별로 없다고 불평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삶을 쓸모없고 무의미하게 느끼면서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그들이 활력이 약화된 경우는 일차적 대상을 내사하는 초기발달 수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조건은 적대적·파괴적인 내사물의 내재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점에서다. 이러한 내재화된 무의식적 대상은 그들의 정신 안에 갇히며, 거기에서 항상 거절되고, 무관심하거나 적대적 상태로 남아 있는다. 이러한 부정적 내사물은 결과적으로 내적인 무가치, 나쁨, 파괴성, 사악한 감정과 악한 힘의 세력을 만들어내는 근원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내사물을 피해자 내사와, 상호 관련된 공격과 내사로서 이미 접한 바 있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결핍된 정신 에너지가 외부 세계에 부적응적으로 반응하는 결과다.

2. 강박증에서 강박적 의심의 문제

강박증은 일정한 의심의 경향을 갖고 있다. 이런 의심 경향은 편집증과는 유사하지만 정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실제 강박증에서 의심은 주된 증상이 아니라 부차 증상으로 나타난다. 다만 의심 정도가 심한 경우 편집증으로 진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러면 그 의심 증상의 정도와는 무관하게 강박증에서는 의심이라는 증상이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고 보아야 한다.

1) 강박사고 원인으로서의 강박적 의심

강박적 의심은 강박관념, 즉 강박사고를 만드는 원인 증상이다. 그들에게 강박적 의심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맴돌아 괴로움을 안겨다 주는 강박적 생각이 되는 점에서다. 이 강박적 의심을 건강에 관련시켜 생각하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한다. 어떤 강박증 환자들은 자신이 심장병을 갖고 있거나 특정 나이가 되면 죽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을 갖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물론 사실과 무관하다. 그럼에도 그들의 생각 속에는 실제로 일어나는 현실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강박적 의심은 일단 강박관념에서 시작한다. 강박관념 중 보편적이고 경미한 것은 문을 안 잠그고 나왔다든가 난로를 끄지 않고 여행을 나섰다는 생각이다. 이런 현상이 바로 강박적 의심으로 이행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강박적 의심은 대개 어린 시절 공포증적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수단으로 사용되는 편이다. 적절한 예로 프로이트의 주목을 받게 된 ‘늑대 인간’을 들 수 있다. 이 ‘늑대 인간’은 강박증이 연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초기에 불안 징후를 가진 ‘늑대 인간’을 위해 어머니는 그의 공포증적 관심을 분산시키는 수단으로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하여 그는 매우 경건한 태도를 갖게 되었고, 신앙적 성격을 띤 강박적 의례에 탐닉했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 수없이 십자가 표시를 하면서 오랫동안 기도해야 한다고 느꼈다. 또 방안 모든 성화에 입을 맞췄고, 기도문을 암송해야 했으며, 그 외에 여러 행동을 해야 했다. 그 동안에그에게 강박적 의심의 사고들은 전적으로 사라지지 않았지만,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늑대 인간’의 강박증은 그런 아동기 경험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강박적 의심은 미래 결과에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결국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 점에서다. 여기는 아동기에 가진 의심이 성장해서도 해소되지 않은 어느 남자 대학생의 예를 들 수 있다. 그는 아동기에 가진 마음의 동요, 자기 의심, 양가감정 경향 때문에 오래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날 대학에서 강의를 듣기 시작했을 때, 어느 과에 등록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적이 있었던 사실을 회상했다. 그의 강박적 의심은 우울증을 심화시킨 고통스러운 생각으로 변했다. 그가 고민하며 잠정적으로 결정한 일은 쓰디쓴 자기 비난과 가책에 의해 곧 뒤엎어지곤 했다. 그는 종종 어떠한 결정을 내리거나 어떤 활동을 하든 끝까지 밀고나갈 수 없게 만드는 우유부단한 성격이 생겼고, 심각한 우울의 상태에 빠졌다. 이는 강박증이 무관심하고 우울하며, 때로는 의지가 전적으로 마비된 상태에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2) 자기애 구성 실패로서 강박적 의심

강박증에서 의심이 상당 부분을 차지함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강박 증상에 초점을 두다 보면 의심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강박증을 구성하고 있는 밑바탕을 심층적으로 연구할 때 발견된다. 이때 강박증의 가장 바탕이 되는 특성은 의심과 대립되는 ‘신뢰’라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신뢰’는 긍정적 정신에너지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강박증은 ‘자기신뢰’ 결여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에 축적되지 못한 정신에서 긍정적 에너지의 결여가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점에서다. 이런 현상은 편집증과 유사하다. 편집증도 결국 신뢰 결여와 그 바탕에서 동일하게 연결되는 점에서다. 그리고 이 둘은 물론 신뢰의 결여가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에서는 동일하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그것이 ‘신뢰의 결여’인 점은 동일하지만, 이 신뢰의 결여로 인해 외부 증상에서는 편집증이 ‘타인 의심’으로, 강박증은 ‘자기 의심’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과 편집증은 동일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둘의 증상이 신뢰 결여로 인해 하나는 타인을 의심하는 경향이라면,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면 강박증에서 신뢰의 결여는 왜 일어날까? 포괄적으로 말하면 정상적인 정신에너지를 축적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아동기의 자기애적 구성에 주목할 수 있다. 자기애의 역동은 편집적 과정이 발생하는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점에서다. 건강한 자기애, 즉 정상적 자기애는 내면에서 정상적·긍정적인 정신 에너지를 형성하는 요인이다. 이런 과정에서 아동은 어떤 경우든 자기애적 구성물(configuration)이 내면에서 작용하여 형성된다. 내사물이 자기애적 측면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구조화될 뿐 아니라, 상호 관련된 투사의 기능도 동일하게 자기애적 방어로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동의 경우 발달과정에서 자기애적 관심이 변천함에 따라, 내사 및 투사의 상호작용은 자기 형성과 내면세계 형성에 중심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동이 어린 시기에 주변의 어떤 심리적 자극으로부터 내사물을 만들면서 내재화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결정적 핵심을 형성하고, 이 핵심을 중심으로 자기 체계가 조직되며, 이 핵심의 측면에서 자기감이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나아가 아동은 유사하게 타인과의 관계를 하는 능력도 습득하게 된다. 성장 과정에서 내사적·투사적 측면 사이 상호작용은 아동이 자기와 대상, 자기와 타인 사이를 구분하는 능력을 성취하는데 필수적인 분화의 기반을 경험한다.

3) 강박증에서 의심이 생성되는 과정

강박증에서 의심이 생성되는 과정은 참 흥미롭다. 그것은 어느 정도 편집증이 생성되는 과정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우리는 강박증에서 의심이 생기는 것이 자기애적 실패로 인한 것이라 했다. 이런 설명은 너무나 단순화된 점에서 그 과정이 충분하지 못하다. 실제로 자기애적 구성 요소들은 다양한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 점에서 조금 복잡하다. 이는 강박증에서 자기애적 양극성과 관련하면 더 분명해진다.

자기애적 양극성은 내사 조직의 결과로 전형적인 측면을 포함한다. 본래적 과대주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 자신은 자격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 운명적으로 자질을 부여받고 특권을 얻은 사람이라는 느낌 등이 한쪽 편의 심리적 극을 이루고 있으며, 반대편의 심리적 극에는 우울 성향, 부분적으로는 자살 충동, 무가치감, 그리고 만성적으로 느끼는 낮은 자기 존중감과 같은 성격 요소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박증에서 의심이 생성되는 과정은 생애 시작부터 다양한 형태의 내재화에 따른 결과로 보아야 한다. 이때 의심이 생기는 과정에서 내사 및 투사 기제의 상호작용은 이들의 자기 조직을 형성하고, 그것에 의하여 외부의 중요한 대상들과 주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특성과 유형화에 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점에서다. 만일 의심의 과정이 유전적 자질과 충분히 좋은 질적인 요소를 지닌 중요한 대상관계와 함께 작용한다면, 이들의 심리는 비교적 정상적이고 건강하며 적응적인 발달에 따라 의미 있고,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자기감과 심리적 기능을 지닌 구조로 형성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의심이 생기는 과정은 발달 과정 동안 비교적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대상과의 상호작용과 유전적인 본능적 자질과의 만남에 따라 병리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다만 이때 발달적 경험이 양가감정에 의해 과도한 영향을 받는다면, 그 결과 내사물은 온전한 구조적 응집성과 통합성을 성취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수 있으며, 다양한 정신 병리의 형태와 수준으로 나타는 내면의 병인적 요소를 형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강박증 환자는 병인적 내사물과 병리 중심에 놓여 있는 상응하는 병리적인 자기감과 자기 조직이 유지되도록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경우 부정적으로 투사되는 의심적 특성은 일반적으로 위협적이며 적대적이고 병리적인 세계관을 조직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면 이들에게 병리적 특성은 환자의 대인관계와 경험 세계를 부정적으로 채색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다음 표는 자기애적 병리의 특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표다.

우월한 자기애적 구성물
과대주의
자격감
과시주의
완전주의
전능감
자만심
의기양양
타자에 대한 경멸감
우월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없다는 느낌
타자에 대한 가치절하
자기 충족감
고립감의 증가

열등한 자기애적 구성물
우울감
무가치감
수치심
결함을 가졌다는 느낌
부적절성이나 성적인 무능
굴욕감
낮은 자존감
시기심
열등감
자존감의 취약성
이상화의 증가
찬사를 받으려는 욕구
의존성의 증가

3. 분노적 적대감

강박증은 어떤 심리적 특성을 강박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이 있다. 이런 현상은 갈등 및 불안 그리고 수용하기 어려운 욕망을 용납할 수 있는 생각이나 행동으로 대치하려는 노력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특히 강박증은 적대감정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일 경우도 있고, 강박적 행동이나 사고는 누구나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정신적 경향이기도 하다. 다만 정도에서 정상과 강박증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강박적 경향이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승화된 형태로 변모되면, 매사에 계획적이고 탐구적이며 학구적이라든지 주의성이 깊고 단정하고나 청결하다든지 노력의 집착성에 의하여 예술적, 과학적 업적을 나타낼 수도 있다. 그러나 강박관념에 자신의 모든 정신이 집중되거나 사로잡히면, 정신생활이 방해되고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을 받게 된다. 이런 점을 우리는 분노적인 적대감에 초점을 맞추어 보기로 하자.

1) 분노적 부적절감

강박증 환자는 내면에 분노가 있다. 이런 분노는 자신이 거의 인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심리적 특성이다. 그들이 유달리 자존감을 높이려 하고 과시주의적 행동을 보이는 것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찬사를 받음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얻지 못하고 실패하면, 자신이 받은 관심에 대해 부정적 느낌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꿰뚫어 봄으로써 열등하고 결함이 있는 자신의 내면세계가 드러날까 두려워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신이 지닌 두려움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칭찬이나 찬사를 받을만한 사람을 경멸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그들의 경멸은 자기 경멸로 변하고 때로는 수치심으로 바뀌는 사실을 모르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인정할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내면이 부정화되는 원리에서 이해된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행동은 외부 관찰자가 자신을 계속 평가하거나 판단한다고 느끼는 점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고 보면 그들의 행동이 자기도 모르게 시도된 자기방어라면, 이 방어는 자기 보호 측면에서 시도되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투사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유발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들이 갖고 있는 내면적 부정성의 결과다. 그리고 이런 부정성이 상황이나 환경에 부적절하게 반응하거나 강박충동을 유발시키는 원인이다. 우리가 알듯 강박충동은 하루에 수십 번 손을 씻는 것같이 어떤 행위를 자꾸 반복 시도하는 불가항력적 심리 세력이다. 식탁 위에 수저나 젓가락이 잘못 놓인 것을 참지 못하거나 손님의 재떨이를 계속 깨끗이 치우는 주부도 있다. 이런 경우 물론 경미한 형태의 강박충동을 나타내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어느 여류 사업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서류를 책상 위의 깨끗한 파일 속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뾰족하게 깎은 연필 몇 자루를 가지런히 놓아두지 않으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보도 위의 틈을 밟고 걸어가야 직성이 풀리는 어린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행동이 유발되는 것이 이상하지만, 원인을 따진다면 모두 다르지 않다.

2) 분노감이 적대감으로

우리는 강박증 환자들의 내면에 분노감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까? 그러나 엄연히 맞는 말이다. 그 분노감이 적대감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분노적인 적대감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분노적 적대감은 강박증 환자의 내면에 숨겨져 있다. 강박증 환자는 숨겨놓은 분노가 있음을 모른 채 사안의 중요성에 무게를 두고 정당성을 주장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분노는 적대감으로 표현되지만 실제 무의식적 감정 및 태도의 투사를 통하여 나타나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분노는 편집증 환자들이 자신의 세계를 악의적 의미와 자신을 향한 악한 의도로 가득 차 있다고 보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인물들에게 투사한 아주 싫은 특성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그들과 화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적대감은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역할을 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정신병자는 자신의 존재를 모든 경험과 활동 밖에 둠으로써 안전과 보호를 추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끊임없이 밖의 악한 현실에 의해 압도되고 위협당하는 진공상태로 되기도 한다. 이런 적대감에 대하여 비쵸스키(B. Bychowski)는 이렇게 언급한다. “이러한 적대감의 상호 침투는 원초적 대상 표상의 형성에 기여하는데, 이 대상 표상은 원시적이고 파괴적인 적대감의 중요한 저장소이다. 원래의 사랑-증오 대상에 대한 왜곡된 표상은 이미 외상에 노출된 정신 조직 안에서 분열되어 자아의 나머지로부터 분리된 채 남아 있으며, 그러므로 언젠가 미래의 심각한 정신 병리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원초적 대상 표상의 형성에서 작대감은 원래의 사랑-증오 대상이나 그것의 파생물로 외재화 되고 투사되기에 그 대상이나 파생물은 대원수나 박해자가 된다.” 그의 언급에서 우리는 원초적 대상과 원시적 자기 이미지의 상호 침투의 측면에서, 즉 궁극적으로 취약하고 무력하게 피해자가 된 자기와, 강력하고 무자비하게 압도적인 현실과의 상호관계라는 측면을 발견하게 된다.

비쵸스키의 견해가 옳다면, 그들은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들과 분리됨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과 관련됨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자신의 자기됨의 현실감은 타자에게 달려 있기에 그들은 존재론적으로 타인에게 의존되어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그들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 의존돼 있다는 사실이 매우 위협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아무리 작다 해도 타인이 적대감을 표현하거나 거절하는 것을 자기 존재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이로 인해 그들은 사안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자신의 지나친 억측에 입각하여 사고하거나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또 하나의 대응방법은 전적 분리와 소외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투쟁이 일어난다. 이런 경우의 투쟁은 자신의 생명이 달려 있는, 즉 생존을 위한 투쟁이 되는 성격을 갖게 된다.

3) 적대감에 숨겨져 있는 과대적 자기

강박증에서 과대적 자기는 특이한 현상이다. 강박증은 유달리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는 전술한 대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지 못하는 것이 적대감이 변형된 것이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자기애적 특성이 고착된 것으로 보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높이 인정받고 싶은 심리적 현상은 그들의 인격이 이미 성장의 과정에서 병리적으로 발전된 점에서다.

이들이 과도하게 인정받고자 하는 병리적인 특성은 아동기의 자기애적 고착에서 찾아야 한다. 자기애적 고착은 어머니와의 병적인 얽힘(enmeshment)이 그에 따른 외상적 실망으로 인하여 발생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자기애적 고착은 과시적이고 과대적인 환상을 고립시키고 거부하거나 억압하기에 그들로 하여금 현실적으로 적응적으로 기능하는 자아에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러면 그들에게 과대적 자기가 지속될 때, 그것은 원시적이고 자기애적이며 과시주의적인 정신 에너지의 흐름을 가로막게 된다. 그 결과로 건강 염려증적 걱정을 심화시키고 수치심과 당혹감을 느낄 정도로 자기의식을 강화시키는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렇게 지속적인 과대적 자기는 심리적으로 억압되거나 거부될 때조차도 자기 존중감을 붕괴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갖는다. 이는 비록 무의식적이고 거부된 것이지만, 자기애적 기대와 억압된 과대적 자기 안에 포함된 비현실적인 과대적 환상 및 충동을 연결시키는 데서 오는 직접적인 결과다. 그 원인은 자아가 그러한 환상과 충동을 현실적인 조절 활동에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과대적 자기가 적대감에 숨겨져 있는 문제는 강박증 환자가 스스로를 드러내 더 많이 인정받으려는 데서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대상 집중과 자기 집중 사이의 균형이 파괴되어 과도한 자기 집중으로 치우치는 경우와, 자기 집중이 불완전한 자아 분화 및 자기 대상 분화의 수준에서 고착이 이루어지는 유아적 형태의 자기애와 관련시키는 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한 고착은 종종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혹은 어느 정도 현실을 지배하기 위해 마술적 장치에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성장하는 자아는 그 자체의 약함 및 제한성과 항상 직면하게 되면서 이러한 제한성을 받아들이도록 계속해서 도전을 받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유아적 소원은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의 모든 현실에 직면할 수 있는 능력이 결핍돼 있음을 나타낸다. 이때 그들의 자기존중감에 대한 상처는 종종 자기애적인 자기 팽창과 과대주의를 통해서 어느 정도 보상되지만, 이러한 시도가 실패했을 때 심각한 증후가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적대감에 숨겨져 있는 자기애적 고양, 특히 과대주의의 다른 한쪽 측면의 병리적 증상이다. 이런 점에서 밀러(A. Miller)는 과대적 사람은 찬사를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 묘사했다.

4. 지배력으로 나타나는 열등감

지배력은 열등감과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배력이 강한 사람이 열등감이 강하고, 열등감이 강한 사람이 지배력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강박증은 유달리 지배력이 강한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지적인 우위성으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고 굴복하기를 바란다. 강박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학적이고 완벽주의적인 특성은 모두 지배력의 한 표현이다.

1) 열등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배력

지배력은 열등감에 상당한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열등감은 강박증, 분열증, 편집증 등에서도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며, 몇 가지 동일한 발생적 뿌리를 공유하는 현상이다. 게다가 지배력이 지나치다면 일종의 현실과는 다른 망상으로 보인다. 실제 치료자는 임상 현장에서 강박증 환자가 망상을 포기하도록 돕는 문제에 계속 직면한다. 이는 치료자가 임상 장면에서 그들이 매우 위협적이고, 자기의 상실과 모든 개인적 가치의 파괴를 포함하는 근저에 있는 열등감을 직면하고, 견디고, 그리고 해결하도록 돕고자 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강박증 환자는 위니캇이 말한 ‘거짓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 겉보기에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자율성을 갖지 못하며,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한 편으로는 자신의 그들과 분리됨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과 관련됨을 정상적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은 극심한 열등감, 무가치감, 그리고 타인에게 긍정적 태도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무능력을 극복하기 위해 의도된 복합적인 과정을 경험하는지 모른다. 그 원인은 아마 인정받지 못한 아동의 초기 경험에서 부정적인 자기감이 우세하게 형성되는 과정인 점에서다. 이러한 부정적 태도가 형성되면, 이후 만족스런 대인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길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이들의 개인적 열등감, 무가치감, 그리고 종종 느끼는 외로움은 때때로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이로써 자신은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 생각하게 되고, 이것은 적응적인 모든 노력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불안을 만들어낸다.

2) 겉으로 피해자, 내면으로 가해자

강박증은 묘한 양상을 갖고 있는 점이 있다. 이는 강박증의 양면적인 특성으로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때로는 겉으로는 피해자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강박증의 양면적 특성이기에 강박적 투사에서 열등감에 의한 피해자인 사람이 이제 가해자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열등감의 다른 표현이라면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것은 가해자 역할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려 안간힘을 쓴다. 때로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행동을 정당화시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킨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심리적 특성을 숨기면서도 의식적으로는 자신의 존재를 정당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감을 높이는 데서 드러난다. 이들에게 존재 가치감은 강박적으로 타인을 비난함으로써 보호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현상이 열등감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신을 더욱 합리화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그들은 자신이 시작한 일은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자질은 찬사를 받아야 하고, 그들이 성공과 성취를 했을 때는 더욱 그 가치를 높이려 한다. 게다가 그들은 이런 현상이 그들의 열등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알려 하지 않는다. 이런 것이 그들의 허약한 자기애, 즉 열등감에 관한 것에서 비롯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실패한다면 파국적인 우울함에 빠진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지를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그것은 그들이 찬사를 받기를 바라는 심리는 이미 그들의 내면에 충족되지 못한 정신에너지를 충족하고자 하는 연속성에서 이해돼야 하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들이 찬사받기 바라는 욕구는 만족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그들 스스로를 지치게 한다. 이로 인해 때로는 그들이 전혀 바라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그들이 전적인 찬사를 요구하며 다른 사람에게 찬사를 보낼 수 없는 것이 그들에게 내려진 저주이자 비극적인 결함이며, 그들이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는 표시라는 점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이 신뢰를 받고 인정받거나 칭찬을 받으면, 그들은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찬사를 그들이 빼앗아간 것으로 인식하며, 심하게 질투를 느끼는 것이다.

이제 그들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안전을 시도한다. 이런 경우 그들의 안전은 그들이 박해받는 존재라는 인식에 의해 위협받지만, 다른 한편 비난의 전이는 감당할 수 없는 약함의 감정을 덮어준다. 이는 누구라도 강박증 환자의 자기 체계, 자신의 방어 체계, 즉 비난 체계 안으로 계속 끌어들이는 이유다. 이로써 그들은 반대급부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며 거기에 굴복하는 사람과만 관계하게 된다. 흔히 강박증에서 강력한 힘에 대한 추구는 가상적인 비난자에 대한 일종의 역공격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들의 열등감에 대한 자각은 치명적인 자기 체계의 결핍을 나타내는 심각한 불안을 초래하며, 이 결핍은 근저에 있는 열등감과 그에 따른 거부감과 불안을 위장하거나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3) 인정받기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열등감

자신의 존재가 더욱 인정받기를 바라는 심리는 열등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열등감이 많지 않은 사람은 그다지 인정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찬사를 받으려는 욕구가 없으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과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밀러(A. Miller)는 과대적인 사람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과대적인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찬사와 인정을 받기 위하여 힘을 가진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할 뿐 아니라, 그 자신의 존재 가치감이 본래적으로 취약하고, 실패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정받기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심리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못할 경우 스스로 과대적 환상도 가질 수 있다. 이들이 그토록 추구하는 과대적 환상이 병리적 현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환상은 그들이 갖는 현실에서 전혀 다른 심리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그들의 환상이라는 병리의 정도는 현실적인 수준에서 보면 적절하게 기능하는 자아의 능력, 그리고 환상적 야망을 부분적으로 실현하거나 현실적 성취로 바꾸는데 사용되는 승화적 요인은 그들의 현실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의 과대적인 환상이 그들의 강한 내면의 심리적 욕구 때문에 과도하게 집중되며, 이때 소원과 현실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이들이 과도하게 요구하는 인정의 욕구는 스스로 낙담을 부를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과대적이고 승화되지 못한 환상은 전적인 낙담과 무가치감 혹은 건강 염려증으로적 불안으로 쉽게 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는 그들이 유달리 자기존중감이 저하될 때 극단적으로 난폭하게 동요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런 심리적 현상이 잘 수용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전적인 낙담과 무가치감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그들에게는 전혀 생각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한다. 그들의 극단적 논리 안에는 정도의 차이나 근소한 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그들에게 다가오는 모든 상황은 전부 혹은 전무, 흑과 백, 즉 모두 좋은 것이거나 모두 나쁜 것이며, 전능한 것이거나 무능한 것이 된다. 이는 그들에게 어떤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실패도 절대적인 실패로 해석되는 이유다.

5. 결론: 다양한 강박증의 특성

지금까지 우리는 강박증의 진단의 요건에 대하여 기술했다. 여기에는 강박증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임상적 양상의 특징이나 공통점을 고찰했다. 강박증의 바탕을 이루는 것으로, 다양한 강박증의 유형에도 불구하고 일정하게 나타나는 특성에 주목했다. 강박증의 기초적 특성은 유형에 따른 차이를 보인다 해도 강박증 결정 요건이 된다는 점에서다. 강박증은 유형적 양상에 따라 조금 달라도 다음과 같은 일정한 공통점을 갖고 나타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신경증적인 특성, 환경에 압도되는 비현실적 생각, 그리고 활력이 약화된 모습 등이 함께 다루어졌다.

강박적 의심에서는 강박증에서 의심이 주된 증상이 아니라 부차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점에 주목했다. 다만 의심의 정도가 심한 경우 편집증으로 진단하는 오류를 범하지만 의심적 증상의 정도와는 무관하게 강박증에서는 의심이라는 증상이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강박사고의 원인으로서 강박적 의심, 자기애 구성 실패로서의 강박적 의심, 강박증에서 의심이 생성되는 과정 등이 다뤄졌다.

분노적인 적대감에서는 강박증은 어떤 심리적 특성을 강박적으로 나타내는 현상, 즉 갈등 및 불안 그리고 수용하기 어려운 욕망을 용납할 수 있는 생각이나 행동으로 대치하려는 노력을 나타내는 것 같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강박반응은 적대감정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일 경우도 있다는 강박적 행동이나 사고라는 점에서다. 강박 관념에 자신의 모든 정신이 집중되면 정신생활이 방해되고 자기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여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분노적인 적대감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했다. 여기에는 분노적인 부적절감, 분노감이 적대감으로, 그리고 적대감에 숨겨져 있는 과대적 자기 등을 부차적으로 다루었다.

지배력으로 나타나는 열등감에서는 지배력은 놀랍게도 열등감과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배력이 강한 사람이 열등감이 강하고, 열등감이 강한 사람이 지배력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그러면 강박증은 유달리 지배력이 강한 점이 특징이라는 점에서 그들은 자신이 가진 지적인 우위성으로 상대방으로 압도하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고 굴복하기를 바란다는 점이 중요시되었다. 여기에는 열등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지배력, 겉으로는 피해자인 동시에 내면으로는 가해자, 인정받기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열등감 등이 부차적으로 다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