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홍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교회는 교단과 교파를 넘어 거교회적으로 ‘통일비전센터’를 설립해 여기서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마땅히 인식하고 추구해야 할 일들을 체계화하고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주도홍 교수(백석대)가 24일 오후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제13차 정기 학술 심포지움 기조강연을 통해 한국교회에 던진 제안이다. 그는 ‘청년이여, 통일을 누려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만의 역할이 있음을 역설하고, 그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주 교수는 “우리는 땅과 법의 통일을 위해 그 전 단계로 ‘사람의 통일’을 먼저 추구하면서 통일세대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해야 할 것”이라며 “그저 낭만적이고 안일한 통일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한국교회가 보다 발전적으로 통일을 논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과거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주 교수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남북이 분단된 불의한 상황을 하나님의 목전에서 그저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뿐만 아니라 통일의 상대인 북한을 되레 미워하기까지 했다는 게 주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공산당에게 당한 피해를 쉽게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저주했다”면서 “우리가 북한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연 것은 그들이 배고품에 허덕인다는 사실 때문이었지 결코 북한 공산당을 향한 용서와 사랑에 의한 것은 이니었다. 서로를 향한 미움을 떨쳐버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명령한 원수사랑에 순종하는 동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교회가 이웃사랑을 외치고 있다는 것에 주 교수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한국교회가 북한을 향한 미움과 증오를 가진 채로 세계선교와 이웃사랑을 외칠 수 있다면, 이는 양심의 가책을 전혀 받지 않기 때문이거나 이중적 위선으로,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이라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이 굳어버린 양심과 무감각 내지는 무관심의 비정상은 엄격하게 볼 때 바른 크리스천에게는 있어서는 안 될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문제 정치만으로 풀 수 없어… 교회가 역할 해야

주 교수는 “분명한 것은 난해하기 그지없는 남북의 문제를 정치적으로만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라며 “정부의 길이 있듯이 성경에 입각한 교회의 길이 분명하게 따로 있다. 한국교회는 이제 어정쩡한 기회주의적 태도를 그만두어야 할 것이며, 성경에 바탕을 둔 통일론 위에서 당당하게 길을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급한 통일, 통일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주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마음을 쓸 일은 마음으로 먼저 하나되는 정신적, 영적 통일”이라며 “사람이 하나되지 못한다면 땅과 법의 통일은 금방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큰 통일을 이루려는 것에 앞서 작은 통일 연습, 통일을 맛보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특히 한국교회가 오직 복음에 따라 북한주민과의 교류를 쌓아가는 일을 선행한다면 어느 순간 자연스레 작은 통일을 맛보게 될 것”이라며 “사실 남과 북이 중국과 대만처럼, 혹은 동독과 서독처럼 서로 오갈 수만 있다면 법의 통일은 시간문제일 뿐 아니라 땅의 분단도 무의미한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작은 통일을 맛보는 일에 한국교회의 순수한 사랑이 충분히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예산 1%, 통일기금으로 조성

그러면서 그는 이런 작은 통일을 위한 구체적 실천의 일환으로 한국교회가 일명 ‘통일비전센터’를 건립해야 함을 주장했다. 주 교수는 “한국교회가 남북문제를 성경적으로 접근하고 어떤 방법으로 역사적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지를 심도 깊게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교단과 교파를 넘어선 통일비전센터를 건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회예산의 1%를 분단을 극복하는 일과 통일을 준비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통일기금으로 내어놓자”고 제안한 주 교수는 “각 교단과 교회가 북한 복음화를 마치 점령군식의 부동산 땅 투기하듯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그보다 성경에 입각한 냉철하고 엄정한 연구를 통해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거룩한 한국교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움에선 주 교수 외에도 정종훈 교수(연세대), 박정수 교수(성결대) 등이 발제자로 나서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논했고 기독교통일학회 회장인 주도홍 교수를 비롯해 이날 발제자들이 참여한 ‘통일 토크 콘서트’도 함께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