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입양의 날’을 앞두고, 미국에서도 뜻깊은 행사들이 열렸다.

먼저 ‘글로벌 고아사역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 컨퍼런스가 1일 새들백교회(담임 릭 워렌 목사)에서 한인목회자와 평신도 리더들을 대상으로 개최됐다.

강사로 초청된 박형은 목사(LA동양선교교회)는 ‘우리 가정의 입양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오후 첫 강연을 펼쳤다. 박 목사는 6명의 아이를 두고 있고 그 중 2명이 입양아이며, 현재 한국에서 입양절차를 밟고 있는 막내를 곧 데려올 예정이다. 박 목사 사모 역시 한국에서 입양됐다. 이러한 가정환경 탓에 그는 입양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박형은 목사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입양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아내가 입양을 받았지만 사실 저는 입양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며 “남편이 아무리 원해도 아내가 거부하면 할 수가 없는 것이 입양이다. 가족 구성원이 다 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내가 결혼하기 전에 ‘나중에 입양을 하자’고 하길래, (싫다고 하면) 결혼을 거절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승락했다”며 “결혼 후 줄줄이 네 명의 아이들을 낳아 ‘이제 입양하자고 말하지 않겠지’ 생각했는데 막내가 4세가 되었을 때 아내가 말을 꺼내더라. 이미 아이들이 넷이나 있어 망설였지만 약속을 어길 수는 없었다. 입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가슴에서 행동으로 옮겨지는 각 단계가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입양을 하기 전에 했던 걱정거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순종하는 마음으로 레이첼을 입양했다. 입양하면서 들었던 생각이 첫째 재정의 문제, 둘째 이 아이를 내 아이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셋째 혹시 이상한 종자가 아닐까였다”며 “입양 수속을 밟고 이래저래 필요한 돈이 2만4천불인데 당시 수중에 2천4백불도 없어 걱정하는 상황에서 아내가 말했다. ‘미국에서 차가 필요하면 돈을 빌려서라도 사지 않느냐’고, 그래서 10개월이 걸려 기적적으로 레이첼을 미국에 데리고 왔다. 더 기적적인 것은 2만4천불 적자가 나야 하는데 갑자기 돈이 생기는 것이었다. 주님이 필요만큼 여유 있게 채워주셨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자녀에게 가정을 주는 것은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실 창세기 2장에 보면 자녀들은 결혼하면 다 떠나가는 사람들이다. 자녀에게 투자하는 것은 손실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아이들에게 집을 주는 것은 가장 큰 선물이다. 자녀가 주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하면 어떤 것도 손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레이첼이 학교에 가서 발표할 때 입양된 것을 늘 감사하고 자랑한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세계에 가정을 찾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며 “목회자들이 움직이면 성도들도 움직인다. 생각하면 못한다. 실천하면 축복이 임한다”고 강조했다.

이 컨퍼런스에는 새들백교회 릭 워렌 목사, 입양인으로서 미항공우주국(NASA) 수석연구원이 된 스티브 모리슨, 부산 호산나교회 원로 최홍준 목사, 고아를 위한 소망 설립자 폴·로빈 패닝턴, 새들백교회 고아사역부 대표 엘리자베스 스타이피, 서울 온누리교회 영어사역부 변에디 수석 목사 등이 강연했다.

5일 베다니장로교회(담임 최병호 목사)에서는 ‘입양아 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은 입양아 축제는 동남부 지역의 한인 입양 가족들을 초청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 네트워킹을 돕는 대표적인 가정의 달 행사로 자리잡았다.

50여명의 가족들이 함께한 이번 행사에는 열한 살에 미국으로 입양돼 현재 뉴올리언스침례신학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피터 켄드릭 씨가 주강사로 나섰다. 이날 한인 입양 가족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기도 한 피터 켄드릭 교수는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겪었던 아픔과 기쁨, 정체성에 얽힌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행사를 주최한 베다니교회 최병호 목사는 “올해부터는 보여주는 것을 넘어 참석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한국문화 체험을 보강했다. 또 아이들이 준비한 꼭두각시 춤과 설장구 등을 볼거리로 제공했다. 다음 행사에는 입양아들이 직접 꼭두각시 춤 등을 동참해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 행사에는 4백여 가정이 함께했다. 인근에는 한인이 많지 않은데도, 멀게는 3~4시간 거리에서 참석하는 한인 입양 가족들도 있다. 이들은 이 행사를 통해 자녀들이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올바른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상 깊었던 가정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 목사는 또 “자신이 낳은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는 모습을 보면 큰 감동이 된다. 또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다. 이런 가정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좋은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자리를 함께한 김의석 한인회장은 “미시간에 살던 시절, 공항에서 입양아를 기다리는 미국인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기다리며 흥분된 모습을 보이고 정말 자기 자식처럼 키워내는 그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입양아들이 이런 행사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면 성장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들이 많이 해소될 수 있다. 좋은 행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