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좌)와 미트 롬니 대선 후보(우).

릭 샌토럼 상원의원의 경선 포기로 미국의 대선 구도가 오바마와 롬니의 2파전 양상이 되면서, 사실상 본선 국면에 돌입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대선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복음주의계의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는 미지수다.

앞서 미국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경선 과정에서 샌토럼 의원이 돌풍을 일으키자 지지를 공식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샌토럼 의원이 경선을 중도 포기한만큼, 복음주의 진영의 표심을 잡으려면 롬니 후보의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한 입장이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정치의 종교 역할 관련 전문가인 리처드 랜드 박사(남침례회 종교자유 및 윤리부)는 최근 인터뷰에서 “롬니 후보가 몰몬교라는 사실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몰몬교와 기독교는 정치적 입장에 있어서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그가 취하는 정치적 입장이 몰몬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 문제”라고 말했다. 롬니 후보가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해 불분명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롬니 후보는 2002년 메사추세츠 주지사 선거 출마 당시, 로 대 웨이드 사건(Roe vs Wade, 사생활의 권리가 낙태의 권리를 포함하는지에 관한 미국 대법원의 가장 중요한 판례)에 대한 최고법원의 결정에 동의하는지, 응급상황에서 이뤄지는 낙태의 권리 증진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둘 다 “그렇다”고 답변했었다.

하지만 2012년 대선 공식 캠페인 웹사이트를 띄웠을 때, 롬니의 낙태에 대한 의견은 뒤바뀌어 있었다. 웹싸이트에 따르면 “미트 롬니 후보는 모든 생명은 수정(Conception) 이후라고 믿으며, 법이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논란이 되는 문제인만큼, 그는 먼저 최고법원이 로 대 웨이드 사건에 대한 판례을 뒤집는 것이 첫번째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판례가 뒤집히면, 주정부들은 사법 권한에 따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각자 결정할 것”이라고 썼다.

동성결혼에 대해서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고 믿는다”고 현 입장을 밝히고는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법원의 결정에 따를 것이고, 이 문제에 관해 치열하게 싸우고 싶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롬니 후보가 메사추세츠 주지사로 있을 당시 미국에서 최초로 동성결혼 합법화 주가 됐다는 좋지 않은 기록이 있는 데다, 최근 ‘미트 롬니가 두 주인을 섬길 수 있는가?’라는 트리시아 에릭슨의 책에서, 롬니 후보가 2007년 공화당 지지 게이 그룹과 게이 바(Bar)에서 만나 토론한 적이 있다는 뉴욕타임즈 기사가 다시 대두되기도 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낙태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현 롬니 후보의 입장을 생각할 때, 최소한 이를 지지하는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샌토럼 경선 포기 이후 재빠르게 미트 롬니를 지지하고 나선 보수 단체들도 있는 가운데, 관련 보수 운동가들은 너무 성급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리처드 비그리 씨는 “샌토럼 의원처럼 미트 롬니를 지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선을 포기한 것은 좋은 예”라면서 “많은 보수 운동가들이나 리더들이 롬니 측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입장을 먼저 취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