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레인저스 구(舊) 안산 할렐루야 축구단이 최근 HFC(H Football Club)로 구단명을 바꾸고 2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 1980년 12월 한국 최초의 프로축구단으로 출범한 할렐루야 축구단은 83년 K리그 원년챔피언에 올랐으며 30여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감독인 이영무 목사는 지난 2008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직을 역임했으며, 1998년 재정난으로 해체됐던 할렐루야 축구단을 이듬해인 1999년 처절한 노력 끝에 재창단했다. 특히 그는 팬들의 뇌리 속에 ‘기도 세리머니의 원조’로 각인되어 있다.

할렐루야 축구단은 그라운드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뛰었으며, 오랜 기간 내셔널리그 상위권의 성적도 거둬왔다. 하지만 최근 재정적 어려움과 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인해 성적부진을 면치 못했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내셔널리그 14개팀 중 12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지역시의회와 축구협회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들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영무 감독이 HFC구단 싸인볼을 들고 2부리그 진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신태진 기자
이영무 감독을 만나 안산 HFC의 현 정황과 내년 2부리그 진출을 위한 계획을 물었다. 이 감독은 “주위에서 ‘기독 축구단이 선교만 하면 되지 왜 대회에 나가느냐’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박주영이나 이영표 같은 기독선수 한 명이 끼치는 영향력도 엄청난데, 기독선수들로 구성된 구단은 어떠하겠는가. HFC의 지난 30년이 연단의 광야기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도약과 승리의 기간이 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이영무 감독과의 일문일답.

-HFC에 담긴 의미와 구단명을 바꾼 동기를 듣고 싶다.

“10년 전 축구계가 지역연고제를 채택했는데 거기에는 각 구단이 지역주민의 사랑 아래 뿌리내리고 시민구단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중론이 담겨져 있다. 할렐루야가 기독교의 상징적인 표현이기 때문인지 시민들이 우리를 프로축구팀으로 보기 보다는 단지 교회축구단으로 여겨서 어려움이 있었다. 더욱이 안티세력들은 경기자체를 즐기는 팬들까지 갈라놓으려 했다. 고심 끝에 갖가지 모양으로 선교에 힘썼던 바울을 생각하며 명칭을 바꾸게 됐다. HFC의 H는 Higher(높이), Hope(희망), Harmony(연합과 소통), Heritage(계승), Holy(거룩)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할렐루야(Hallelujah) 축구단의 역사를 계승하며 팬들에게 행복(Happy)을 주는 구단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전년도 성적부진으로 인해 시의회의 반발이 있다고 들었다.

“지역의 가난한 유소년들을 찾아가 축구도 가르치고 신체장애인과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도 자주 펼쳤다. 이영표, 박지성, 박주영, 기성용 선수와 함께 다문화 가정을 찾아가 봉사도 했고, 엠키즈라 해서 매주 소외아동을 찾아가 돕고 있다. 시를 빛내고 선전할 때는 침묵하더니 사정이 어려워지니까 지역을 떠나라고 한다. 시장님이 바뀌고 난 뒤에는 팀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구단 운영에 여러 어려운 일들이 생겨 다른 연고지를 찾고 있는 중이다. 재정적 뒷받침이 다른 팀들과 차이가 크다 보니까 프로나 다른 내셔널 팀으로 떠나가는 선수가 생기는데, 선수층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다른 팀들은 점점 더 역량이 강화되는데 우리는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더욱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다.”

-선수들의 신앙생활은 어떠한가.

“선수들에게 축구를 가르칠 자신은 있었는데 신앙적인 부분을 교육하기 어려워 늦은 나이에 신학교에 들어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학을 공부한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선수들도 인간이기에 낙심하고 쓰러질 때가 있다. 하지만 매일 큐티와 조별 성경모임을 통해 말씀으로 자신을 다스려 나간다. 사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힘든 상황 가운데서 이 곳에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영적으로 발전하다가 보니까 실력도 좋아지고 있다. 특별히 선수들에게 우리의 예배장소는 그라운드라고 늘 강조한다. 다른 팀들은 돈, 명예, 인기, 영광을 위해 죽기살기로 뛰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더 악착같이 뛰어야 하는 것이다.”

-2부리그 진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내년에 2부리그가 생기는데 금년에는 선수육성과 재정적, 행정적인 부분을 잘 준비해 나갈 것이다. 현재 자매결연 교회 35곳, 후원교회 100여곳이고 개인후원자가 2천여명이다. 이랜드는 선수단 물품지원과 월정후원을 계속 해주고 있다. 하지만 2부리그 진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이 절실하다. 개인 후원자도 만 명 정도 늘어나야 되고 교회와 기업의 후원도 늘어나야 한다. 칼빈은 문화명령에서 모든 문화를 점령해 나갈 것을 말하고 있다. HFC가 세계적 명문구단이 되면 그 만큼 선한 영향력을 더 크게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셀틱과 레인저스가 천주교와 기독교를 대표하는 팀인데 HFC도 반드시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독명문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교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스포츠선교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요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한데 스포츠선교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교회 건물을 짓기 전에 체육관을 먼저 짓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와서 즐기고 놀 수 있는 공간을 교회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영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교회가 스포츠선교 활성화에 힘써주길 바란다. 아울러 더 많은 교회들이 HFC의 발전을 위해 영적·물질적 지원에 힘써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