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12년 1월 1일
본문: 베드로전서 2:11~12
설교: 이수영 목사
제목: 선한 일로 하나님께 영광을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 ⓒ크리스천투데이 DB
바울의 대부분의 서신이 한 지역의 공동체에 속해 있던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진 것인데 반해 베드로전서는 오늘날의 터키의 영토가 된 옛날 로마제국의 다섯 개 지방에 흩어져 있던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진 편지입니다. 이 편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 베드로는 본도,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아시아와 비두니아에 흩어진 나그네 곧 하나님 아버지의 미리 아심을 따라 성령이 거룩하게 하심으로 순종함과 예수 그리스도의 피 뿌림을 얻기 위하여 택하심을 받은 자들에게 편지하노니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더욱 많을지어다.”(벧전1:1-2) 하는 말로 시작됩니다. “본도, 갈라디아, 갑바도기아, 아시아와 비두니아”가 바로 그 다섯 지방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편지가 보내질 때는 로마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심할 때였고 제국 내 지방에서도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적대와 멸시가 심한 때였습니다. 이렇게 시련 가운데 있던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앙을 끝까지 지키도록 용기를 주는 것이 이 편지의 목적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 12절에 보면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 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하는데 여기서도 그리스도인들이 당하는 시련의 일면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그리스도인들이 악행을 한다고 비방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비방을 받은 악행이 무엇이겠습니까? 로마의 황제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용납할 수 없는 풍습을 퍼뜨린다, 이방신들을 모독한다, 민심을 어지럽게 한다는 등의 비방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베드로는 그 비방이 근거 없고 억울한 비방이라고 논쟁하거나 변명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그리스도인들이 선한 일들을 많이 하는 것을 비방하는 이방인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하나님께 영광이 돌려지게 하는 길이라고 권면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오늘날 시련기에 있기 있습니다.

기독교 이천 년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게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이룬 한국개신교입니다. 개신교는 조선왕조 말기에 암흑기에 있던 우리 민족에게 희망의 등불이었고 정신적 지도력의 산실이었습니다. 교회는 오늘날까지도 국가가 다 감당하지 못하는 수많은 구제사업과 사회사업과 교육사업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신교는 지금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고 인터넷 상에서 반기독교 세력들로부터 돌팔매를 맞고 있습니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이 잘못하고 교회가 잘못해서 욕 얻어먹는 일도 적지 않게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아무리 잘 해도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예수님께서는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면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한 줄을 알라.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것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택하였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요15:18-19) 세상이 악하면 악할수록 더욱 더 주님과 주님께 속한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어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갈수록 우리 사회가 그리스도인들에 대하여 더 적대적이 되어가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갈수록 악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에 대하여 적대적인 이 사회인데 우리가 잘못하는 것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더 우리를 향한 비방의 도를 높이겠습니까? 자기들은 하지도 않는 선행을 교회가 만족스럽게 하지 않을 때는 교회를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기 좋아하는 세상입니다. 그 적대적인 세력들을 상대로 변명을 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맞받아 싸워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우리가 더 고치고 힘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말없이 실천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들이 불평하고 비난할 명분이 궁색해지기까지 더 힘을 내어 선한 일을 행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 보시기에 바로 서기를 힘쓰면 될 것이고,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서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우리를 향해 바르게 세워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회가 왜 우리를 호의적으로 대하고 긍정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지 의문만 던지며 억울해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들을 냉철히 돌아보며 왜 우리가 그런 잘못을 행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는 성찰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본문 11절에서 베드로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고 권면했습니다. 여기서 육체의 정욕이란 세상적이고 인간적인 온갖 비신앙적 탐욕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물질욕, 명예욕, 권력욕 같은 것들입니다. 사실 한국의 개신교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잃어버린 주된 원인이 주로 일부 대형 교회 지도자들이 물질욕이나 명예욕이나 권력욕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 것입니다.

베드로는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고 했습니다. 물질욕, 명예욕, 권력욕 같은 것들은 “영혼을 거슬러 싸우는” 것들이란 말입니다. 만일 우리가 물질욕이나 명예욕이나 권력욕에 사로잡혔다면 그것은 우리가 영적으로 대단히 잘못되었거나 아주 빈곤하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영적으로 그렇게 빈곤한 상태에 있다면 그 원인은 또 무엇이겠습니까? 이와 관련해서 사도 베드로가 “사랑하는 자들아,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라고 쓴 글은 우리가 곰곰이 곱씹어보고 마음에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는 그의 편지를 받아볼 성도들을 가리켜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라고 했습니다. 거류민이라는 것은 어떤 곳에 정착하여 상주할 사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그네란 그곳의 시민권을 갖지 않은 사람을 뜻합니다. 따라서 “거류민과 나그네 같은 너희”라는 말은 우리가 영원히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입니다. 사도 바울이 말한 대로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는 것입니다(빌3:20). 이 세상은 우리가 일정 기간 머물다 지나갈 곳이라는 말입니다. 나그네로 여행하듯 지나갈 곳에서 물질욕, 명예욕, 권력욕을 만족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경관이 뛰어난 곳도 있고 기후가 온화한 곳도 있으며 부유하고 온갖 문화를 즐기기에 좋은 도시도 있고 공해 없고 공공질서와 치안도 완벽하여 살기 좋아 보이는 도시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행하며 지나가는 곳곳마다 집 사놓고 사업 벌이며 국회의원 출마까지 하려고 벼른다면 제 정신으로 보겠습니까? 그런 어리석은 자들이 벌이는 무모하고 무의미한 일들을 보며 세상은 악을 행한다고 비방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악을 행한다고 비방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세상의 탐욕을 버려야 합니다. 세상의 탐욕을 버리기 위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영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 영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가 하늘에 시민권을 둔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자의식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우리가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구원 얻는다는 것은 우리 개신교 신앙에 있어서 금과옥조의 하나입니다. 그 신앙은 절대 타협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라는 신앙을 고백하는 순간 우리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이며 폐쇄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요즘은 개방적이고 포용력이 있어야 환영받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겠습니까? 그 타개책은 오직 우리가 보다 많은 선한 일로 열심히 섬기기를 힘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록 예수 믿는 사람들이 그들의 신앙 문제에 있어서는 고집불통이고 타협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그들 때문에 이 사회가 지탱된다고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합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법 잘 지키고, 탈세 안 하며, 봉사 잘 하는 정직하고 겸손한 사람들이라고 칭찬을 들을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 믿는 사람들은 이 나라에 꼭 있어야 될 사람들이라고 여기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기독교인들과 교회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점차로 없애가야 합니다.

지난 삼년 동안 우리 교회는 <새문안 새 생명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전도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이 전도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신교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와 호감도가 바닥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오늘날 말로만 아니라 선한 일을 함께 하는 전도가 필요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신뢰와 호감을 먼저 향상시켜야 사람들이 우리의 전도에 거부감 없이 귀를 기울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년 2012년에는 우리 교회의 표어를 <선한 일로 하나님께 영광을>이라고 정한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비방을 받아 하나님의 영광을 가렸다면 이제 더욱 더 선한 일을 힘써 우리의 선한 일들을 세상이 봄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이 돌려지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영광이 되며 우리의 이웃과 나라에 유익과 기쁨이 되는 일들을 열심히 행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