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 개교 100주년 기념 성결교회 신학 학술대회가 28일 오후 서울신대 존토마스홀에서 개최됐다. 서울신대 기독교신학연구소가 주최한 학술대회는 성결교회의 뿌리인 ‘존 웨슬리의 성화론’ 등 여러 주장들을 다시 돌아보고, 성결교회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하고 전망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술대회에서는 ‘성결교회 성결론의 특징과 의의’를 조종남 박사(전 총장)가, ‘성결 신학의 계승과 발전’을 이신건 박사(서울신대)가 각각 주제발표했다. 논찬은 김홍기 총장(감신대), 박영환 박사(서울신대)가 각각 맡았다. 유석성 총장은 주제발표에 앞서 ‘성결 신학의 공헌과 전망’에 대해 기조연설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오늘날 한국교회의 여러 문제들과 관련해 ‘내적 성결’과 ‘외적 성결’ 중 어느 것을 강조해야 하는지를 놓고 학자들의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다.

조종남 박사 “웨슬리 성결의 복음은 사회봉사의 원동력”

조종남 박사는 성결교회의 사명이 존 웨슬리가 주장했던 ‘성결의 도리’를 그대로 전하려는 데 있다며, 웨슬리의 성결에 대한 외침이야말로 위기에 있던 영국 사회와 침체됐던 교회를 소생시켰다고 강조했다. 그의 성결론은 성경에 근거하고, 순수하고 온전한 복음(the pure and the whole gospel)을 전하는 사람들의 교리였다. 성결은 하나님 나라 백성의 기초이자 자격이고, 하나님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다른 속성들의 바탕이며 하나님 자신의 활동 원리다.

조 박사는 “한국 성결교회에서는 웨슬리가 말하는 온전한 성화를 흔히 신자가 체험하는 성결의 은혜라 부르며 성장의 과정을 간과하고, 순간적 성결의 체험(crisis experience)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그것이 성화의 전부인 양 주장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웨슬리가 말한 온전한 성화(성결)는 죄에서 씻음과 능력을 받는 은혜이자 그리스도가 품으셨던 마음을 품고 사랑하는 삶이고, 순간순간 주를 의지하고 동행하는 삶이자 실족하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은혜이며, ‘기독자의 완전’이라 부르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웨슬리 메시지의 핵심은 성결의 복음이었고, 이는 사회봉사의 원동력이 됐다”며 “과거 성결교회가 내적 성결만 강조하고 외적 성결, 곧 사회적 성결을 덜 강조한 것은 19세기 성령운동에서 성결을 부정하고 능력만 주장하는 칼빈주의자들과의 논쟁으로 인해 그 반작용으로 그리 치우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웨슬리는 내적 성결과 동시에 외적 성결, 행동으로 표현되는 사랑의 생활을 균형있게 강조한 점을 유의해야 하고, 외적 성결에만 치우치는 과오도 범치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홍기 총장 “내면적 성결 뿐 아니라 생활의 성결도 중요”

이에 김홍기 총장은 논평을 통해 “조 박사님은 웨슬리의 ‘성경적 구원의 길’ 설교 후반부에서 ‘사랑의 실천(Works of Mercy)’이 성화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주장하는데 그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사회적 성결에 대해 결론에서만 다루고 있고, 본론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웨슬리의 성화 사상에서는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는 내면적 성결(holiness of heart) 뿐 아니라 예수님의 행동을 닮아가는 생활의 성결(holiness of life)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감리교, 한기총 사태 등 한국교회 위기의 근본은 성화의 부재에 있고, 금권선거 논란에서 보듯 특히 웨슬리가 말년에 외쳤던 ‘경제적 성결’이 필요한 상태”라며 “조 박사님의 발표에서 이러한 언급이 없는 게 아쉽고, 내면적 성결의 고백과 함께 사회적 사랑 실천의 고백이 나타나야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고도 했다.

두번째 발제의 논평에 나선 박영환 박사(서울신대)도 “이제 사회적 성결을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지키고 유지하는 일이 필요했던 시대가 있었고, 이제는 이를 사회적으로 나누는 일에 성결 신학이 나서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이신건 박사 “사중복음의 창조적 계승·발전 나서자”

두번째 발제에 나선 이신건 박사(서울신대)는 성결 신학의 핵심을 ‘개신교복음주의 웨슬리안 사중복음 신학’이라 전제하고 발표했다. 그는 성결교회의 오늘에 대해 “웨슬리를 계승한다는 19-20세기 한국과 미국의 성결교회 신학자들이 정작 웨슬리의 글이나 저작들을 직․간접적으로 인용하는 일이 드물다”며 “이는 변화하는 상황과 다양한 청중들을 고려하고 자신의 이론과 체험도 적절히 가미해 완전히 새롭게 신학을 전개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붙들고만 있는 ‘사중복음’도 좀더 선명하거나 폭넓게 확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성결교회의 내일에 대해서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한 자리에서 맴돌고만 있으면 뒷걸음질치는 결과만 초래하므로, 사중복음을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여기서 공의의 신학을 사회적 성결, 외적 성결과 연관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웨슬리가 칭의(중생)에 이어 성화(성결)를 추구했다면,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성결운동가들이 중생과 성결에 이어 신유와 재림을 추구했다면 이제 영광(영화)의 신학도 추구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며 “우리는 미래의 영광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누리고 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glorification)의 구체적 예로는 미(美)를 거론하며 “한국교회가 진선미 중 미를 많이 내팽개쳐 왔는데, 아름다움, 숭고함, 고귀함, 빛남, 인간의 존엄성 등을 통한 만물의 창조, 새로운 변용을 포함하는 거시적이고 좋은 것이 바로 영화”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이 다함께 나와 질문과 발표를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박명수 박사 “내적 성결이 먼저 이뤄져야 외적 성결도 이뤄져”

이후에는 목회자, 이민목회자, 신학자, 신학자 출신 목회자 등 8명의 토론자들이 나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여기서도 ‘내적 성결’과 ‘외적 성결’, 그리고 한국교회의 도덕성 문제와 종합대학으로서 신학적 정체성 등이 거론됐다.

권혁승 박사(서울신대)는 “균형은 성서신학의 기본골격이기도 하지만, 종교개혁과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쪽으로의 강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것이고, 칼빈의 예정론이나 루터의 복음과 율법의 대치적 제시가 대표적인 예”라면서도 “그러나 시대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신학적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데 웨슬리는 바로 그러한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동운 박사(부산 부용교회)는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성결을 강조하고 주장하는 성결교회 지도자들조차 죄악 가득하고 타락한 세상에서 성결은 이제 우리 삶에서 이룰 수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패배주의”라며 “참으로 성결한 삶을 살기 힘든 시대라는 여기에 오히려 성결의 복음이 빛이 발하고, 우리가 더욱 힘있게 성결의 복음을 전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거룩함에 대한 자만과 포기 모두를 경계하면서, 성결은 구호가 아니라 삶이요 생활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형은 목사 “현장이 망가지고 퇴조하면 신학의 자리는 없다”

박명수 박사(서울신대)는 “죄악된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 형상을 회복하는가 하는 게 본질이고, 이러한 내적 성결이 먼저 이뤄져야 외적 성결이 이뤄진다”며 “감리교나 한기총 사태는 사회적 성결을 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개인의 내적 성결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반문했다. 박 박사는 “기억해야 할 것은 장로교나 감리교에 비해 작으니 그저 따라가야 한다는 마이너리티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일이고, 우리의 복음주의와 성령 강조 전통은 새로운 시대에 맞으니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조갑진 박사(서울신대)는 “성결교회가 사회적 기여와 행동에 약하다는 건 좋은 지적”이라면서도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우리 안에 흘러넘치는 게 약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예수 생명이 넘치면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보고서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다며, “조 박사님이 원리를 강조하시고 성결을 열망하시면서 이 부분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형은 목사(성락교회)는 “한국교회 전체가 지금 부도덕한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한기총과 감리교의 ‘법정관리’ 상태에서 보듯 현장 교회가 망가지고 퇴조하면 신학의 자리는 없다”며 “개혁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미래가 없는데, 사회와 관련해 갱신과 개혁 문제가 여기서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지 목사는 “교파 배경이 없이 시작된 성결교회는 자기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늘 있지만, 현재는 오히려 교파성이 중요하지 않은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