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목사는 문화사역에도 관심이 높다. 젊은 시절 그는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기도 했다며 음반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 쇠퇴’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만큼 잡음이 많았던 적은 드물었던 것 같다. 마치 사나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지난 몇 달 간, 한국교회는 크고 작은 일들로 몸살을 앓았다. 그리고 좀처럼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면, 언제나 처음이 그립다. 때묻지 않았던 순수했던 그 때가. 그래서 삶의 한 켠에서 묵묵히 처음의 그 마음을 잃지 않고 목회에만 전념하는 이들을 찾게 된다. 추우면 추울수록 사람은 따뜻한 곳을 향한다. 그게 이치요, 생명의 법칙이다.

신갈장로교회 이광수 목사를 만난 것도 그의 순수한 목회열정 때문이다. 이름난 목회자도, 성도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아직 그에겐 ‘처음’이라는 게 있다. 이 교회에 부임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그에게 끌린 이유다. 여기에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목회자라는 것도…, 조금은 특별한 인터뷰가 될 것 같았다.

소그룹 목회도 교회 사정에 맞게

이 목사는 구역과 셀(cell)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소그룹’ 목회를 지향한다. 소그룹이야 말로 교회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교회가 커지고 비대해지면 그만큼 공동체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공동체성이라는 것이 다른 게 아니라 성도들 서로가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다는 걸 의미하죠. 그런 면에서 소그룹이 공동체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목회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 소그룹에 ‘가정교회’라는 이름을 붙였다. 소그룹 모임이 주로 부부 중심이고, 무엇보다 소그룹을 교회 안의 또 다른 교회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가정교회를 정착시키기가 그리 쉬웠던 건 아니다. 이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각종 소그룹 목회를 일일이 연구했고, 이 중 교회에 맞는 소그룹 형태를 1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가정교회로 최종 완성했다.

“한때 목장이니 셀이니 하면서 이 소그룹 목회가 마치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잖아요. 교회마다 이것을 가져다 적용하곤 했는데 사실 성공한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교회 사정을 고려치 않고 그대로 대입하면 성공할 수 없죠. 제가 소그룹을 교회에 적용하면서 1년 동안의 실험기간을 거쳤던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 1년 동안, 각 소그룹의 리더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연구하면서 결국 교회에 가장 맞는 모습으로 변화시켰어요.”

너무나 현실적인 목회자

이런 것에서 보듯, 이 목사는 매우 현실적이다. 이게 믿음이 없다거나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무엇이든 남이 한다고, 또는 모든 교회가 하니까 그대로 따라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는 교회와 성도들의 신앙에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될지 늘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래서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서면, 설사 그것이 교회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라 할지라도 과감히 시도한다.

그의 이러한 ‘파격’은 한국교회 불문율이라는 수요 저녁예배와 금요 철야기도회를 없앤 것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대신 그는 성도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어머니학교와 각 훈련과정을 편성했고, 금·토요일 저녁에는 가정교회 모임을 가졌다. 철야기도회는 목요일로 옮겼다.

“우리교회 성도들의 생활 패턴이 이에 더 적합했기 때문이죠. 삶에 쫓겨 형식적으로 교회에 오기 보단 교회에서만큼은 진지하게 신앙에 몰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금요일 밤 9시에 가정교회 모임을 시작하는데, 다음 날이 토요일이라 부담이 없어서인지 12시가 넘도록 이야기를 나눠요. 정말 보기 좋습니다.”

‘기장성’? 남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

기장 소속 목회자인 그에게 ‘성향’의 문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은 교계에도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럼에도 이 목사는 그러한 도식을 거부했다.

“사회는 어떨지 몰라도 기독교는 그런 이원론으로 정의될 수 없습니다. 그것보단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말 아닐까요. 사회구원을 강조하는 기장 교단이라고 해서 영혼의 구원과 목양이 없는 게 아니고, 개인구원을 강조하는 보수 교단이라고 해서 사회적 참여가 없는 게 아니란 말이죠.”

그래도 분명한 ‘차이’는 있었다. 이 목사는 생명을 살리는 일도, 그것을 흔히 말하는 영혼구원과 전도 등에만 국한 시키지 않았다. 복음을 알지 못해 죽어가는 인간 개개인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포함해 죽음의 문화가 판치는 삶의 모든 부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나아가 파괴된 창조질서의 보존을 아우른다. 그가 가진 ‘기장성’이다.

하지만 이 목사는 이 ‘기장성’이라는 말도 남이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 그를 포함한 기장 스스로는 그것을 가장 복음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렇게 상대방을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로 나누면서 선을 긋게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목회자들이 본질적인 것보다 비본질적인 것들에 더 신경 쓰고 그것을 성도들에게 가르치니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쉽게 말해 의식화를 잘못 시킨 거죠. 교회에서 만날 듣고 보고 하는 게 다 이념적이고 물질적인 것이니 세상에 나가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본질이라는 것, 그는 누구보다 이것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신갈장로교회는 올해 중반쯤 인근에 구입해 둔 1100㎡의 땅에 신갈종합복지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만만찮은 비용이 소요되는 일이지만 교회 성도들은 가치와 비전에 과감한 희생을 결심했다. 이 목사는 이것이야말로 본질의 힘이라고 믿는다. 이 지역에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 이 목사가 성도들과 함께 고민했던 주제였고 본질이었다.

“목사로서 지금의 한국교회 현실에 참 우울합니다. 다 우리 목회자들 책임이죠. 저부터 다시 본질을 점검해야겠어요. 혹 다른 데로 눈을 돌리는 건 아닌지…, 주님이 아닌 곳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