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회에서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검색하는 성도와 성경책을 읽는 성도의 모습. ⓒ이대웅 기자

설교가 시작되면 두꺼운 성경전서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해당 구절을 찾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교회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는 ‘친절한’ 성경구절과 찬송가 가사 때문에 성경·찬송가를 갖고 오지 않는 성도들이 늘어난다는 우려가 나왔던 때에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스마트’ 시대,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주석을 능가하는 성경과 신학 자료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고, 각종 반신론과 반기독교 사상들이 <만들어진 신>, <신은 위대하지 않다> 등을 타고 서점가를 지나 온라인과 SNS를 점령한지도 오래다.

특히 아이폰이나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의 ‘성경 어플리케이션’은 내려받기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성도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경조사나 교회 기념일에 맞는 성경 속 문구를 쉽게 검색해주는 ‘이럴 때 이 말씀’, 성경에 흥미를 모아주는 ‘역사로 보는 성경’, ‘인물로 보는 성경’ 등의 콘텐츠(맥스바이블)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어플 ‘맥스바이블’을 만든 동우프라임맥스 이완 차장은 개발 동기에 대해 “먼저 저희 대표님이나 제가 모두 기독교인”이라며 “평신도로서 이런 기능을 갖춘 성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고 말한다.

온통 휘황찬란한 세상 앞에서 성도들은 휘둥그레진 눈을 어디 둬야 할지도 모르는 시대, 그래서인지 역설적으로 ‘거룩’이라는 단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홍 목사(두레교회)는 2011년의 화두로 ‘거룩하라’를 내세우며 레위기를 여러 차례 묵상했고,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저자 제임스 패커는 <거룩의 재발견(Rediscovering Holiness, 토기장이)>을 최근 펴내기도 했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말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나오는 단어가 ‘거룩, 경건’이기도 하다.

스크린이나 TV를 보며 예배를 드리고 온라인으로 헌금을 하는, ‘스마트 시대’에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 거룩을 추구해야 할까. 거룩한 주일예배를 드린답시고 스마트폰을 깨끗이 닦은 다음 어플리케이션을 바른 자세로 열어 성경구절을 찾으면 과연 거룩해지는 것일까.

성경 ‘어플’, 찬반 양론과 함께 ‘마음지킴’ 중요

▲스마트폰 성경 어플의 시연 장면. ⓒ크리스천투데이 DB
교계에서도 스마트폰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대체로 스마트폰 성경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집중이 필요한 예배 시간에는 되도록 성경책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면서 성경을 읽는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규호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는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조금 가볍게 볼 수 있는 경향은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읽어선 안 된다는 견해는 곤란하지 않겠나”며 “성경책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진리가 거룩한 것인데, 거룩이라는 이슈로 접근하면 성경을 우상처럼 숭배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저도 바깥에서는 스마트폰 성경을 사용하는데 언제든지 볼 수 있어서 좋고, 검색이 바로 되니 신앙에도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예배 때는 되도록 성경을 사용하는 구별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성경을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이 때문에 성경 자체를 가볍게 여기게 되는 점은 한 번 생각을 해 봐야 하지 않겠나”고 답했다. 그는 “믿음의 선조들이 성경에 대해 가졌던 진지함 같은 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봐야 한다”며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본다 해도 성경책을 읽을 때처럼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평상시 가끔 스마트폰 성경을 이용한다는 조성돈 교수는 “설교하는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성경구절을 찾는데 킥킥거리는 성도들, 옆 사람과 함께 스마트폰 성경을 보면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성도들이 있으면 조금 당황스럽다”며 “예배드릴 때는 전체적인 분위기 면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젊은이들과 드리는 3부 예배 때는 ‘아이패드’를 사용한다는 박태남 목사(벧엘교회)는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보는 것에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프로젝트로 성경구절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으니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아직은 거의 없지만, 예배를 인도할 때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말씀을 검색한다 해도 기분이 나쁠 것 같진 않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우려되는 건 역시 성경을 깊이 알려 하거나 성경공부를 할 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어플들은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며 “성경책은 읽다가 자유롭게 표시도 하고 할 수 있는데, 스마트폰은 생각나는 구절을 빨리 찾아볼 때는 괜찮지만 묵상할 때는 종이책이 낫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제 느낌일 수도 있지만, 성경을 공부하거나 예배 시간에는 성경책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며 “한 구절 묵상이나 급히 말씀을 찾거나 검색할 때는 성경책이 스마트폰을 따를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물건도 교회당도 역사성이 중요한데…

▲김명혁 목사(한복협 회장). ⓒ크리스천투데이 DB
김명혁 목사(한복협 회장)는 “저는 성경 찬송가를 안 들고 오고 비디오로 찬송하고 성경 읽는 것을 아주 잘못이라 생각한다”며 “과거 미국에서 설교를 TV로 듣고 예배드리기 시작했는데, 이게 상당한 타락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그 자체에 성스러움이 없어도, 내가 가진 성경 찬송가를 귀중히 여기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걸 모두 성물(聖物)화할 필요는 없지만, 이게 다 없어져버리면 인간의 끈끈한 그것도 없어지고… 책 자체가 인격은 아니라 해도 희랍 동방종교가 성물을 상당히 존중한 부분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대체하고 성경책을 갖고 다니지도 않는데, 너무 세속적”이라며 “자기 성경책을 늘 갖고 다니면서 줄도 치고 페이지를 넘기고 하는 것이 신앙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래야 성경을 읽으면서 말씀이 뛰쳐나오는 경험도 하고, 이러면서 은혜를 받고 성경책을 갖고 다니면서 애착도 갖고 해야 하는데 너무 테크닉적으로, 현대 매체로 다 대체해 이걸 다 없애서야 되겠나”며 “그렇게 따지면 예수님께서 뭐하러 이 땅에 오셔야 했나? 그냥 하늘에서 말씀하시면 될텐데…”라고도 했다.

김 목사는 “그렇기에 아주 무시할 필요는 없지만 그걸 아예 대체해 버리면 안 된다”며 “희랍 종교나 불교와는 달리 기독교에는 역사성이 있는데 역사성은 물건도 교회당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야곱도 벧엘로 올라가서 기도했지 아무데서나 하지 않았던 것처럼 장소도 중요하고, 내 성경도 중요하다. 물려받은 유물도 중요하다. 성물화할 필요는 없지만 상당히 중요하다”고도 했다.

TV로 드리는 예배는 문제 많아

예배학자인 조기연 교수(서울신대)는 “예배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면전에서 하는 것”이라며 “하나님 백성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두렵고 떨림인데, 예배자에게 그런 마음 없이 문명의 이기에 따라 가볍게 의존해서 예배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조금 깊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예배 시간에는 성경봉독 할 때 회중들은 자기 책을 보는 게 아니라 선포되는 복음을 들어야 한다”며 “초대교회부터 고대에는 종이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경책은 교회에 한 권씩만 있었고, 비치된 성경을 사제가 읽어주는 형식이었으므로 회중들은 예배 때 성경책을 들고 오지 않은 채 선포되는 말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므로 예배 시간에 성경봉독할 때 자신의 성경책을 보는 것이 예배학적으로 권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이 종이로 된 책은 되고 스마트폰은 안 된다 이건 좀 이상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에 있는 성경을 언제 어디서 읽느냐가 문제일텐데, 지하철 같은 곳에서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읽는 행위는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나”고 했다.

온라인이나 TV 예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문제가 많다”고 했다. 조 교수는 “무엇보다 예배는 개인적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적 행위인데, 온라인 예배는 집에서 개인적으로 드리는 것이므로 예배를 개인적 행위로 전락시키는 것은 예배의 기본 개념에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신앙인으로서 거룩과 경건을 위해 읽는 성경, 스마트폰이든 책이든 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제임스 패커는 “거룩함은 ‘영성’과 ‘도덕성’이란 두 개의 기둥에 놓인 아치와 같아서, 두 기둥 중 어느 하나가 가라앉으면 반드시 무너지게 돼 있다”며 “거룩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믿음을 갖고 언덕과 골짜기를 지나다 보면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는 하나님 명령에 순종하게 되고 그분께 더 가까이 나아가 있음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룩의 재발견>에서 “거룩한 삶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속하신 최종 목표이자 하나님의 명령”이라며 “거룩함은 본질이고 행복은 거기서 파생되는 부산물”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