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창조론 오픈포럼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김진영 기자

창조론에 대한 다양한 과학 및 신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제8회 창조론 오픈포럼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나름의 시각과 학문적 배경에서 창조론을 분석, 토론해왔던 창조론오픈포럼에는 이날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저마다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복음주의 창조론 운동을 위한 모색’을 제목으로 발표한 조덕영 박사(창조신학연구소 소장, 에일린 신학연구원 신학대학원장)의 눈문이었다. 조 박사는 복음주의 창조론 운동을 표방한 ‘창조과학’에 대해 설명하며, 이 운동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조 박사는 “창조론 운동은 주로 창조과학이라 불리는 일련의 과학자들이 주도해 시작된 운동”이라며 “일반적으로 창조과학 운동은 근본주의 운동과 맥을 같이하는 성경의 문자적 해석에 관심을 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성경에 뿌리를 둔 운동이라는 점에서 복음적이다. 그런데 이 운동은 오늘날 그 의미가 축소돼 우주와 생명의 창조에 대한 창조의 연대를 극히 젊게 보고 지질학적 전세계적인 홍수(창세기 대홍수)를 믿는 견해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창조과학을 순수 복음적이라 할 수 있는가. 과학적 창조론이라고도 불리는 헨리 모리스의 ‘창조과학’은 대단히 전투적이다. 오늘날 과학적 창조론의 조상은 분명 근본주의다. 창조과학자들은 진리와 과학적 주장이 상충될 때는 단호하게 과학적 이론들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고 말했다.

조 박사에 따르면 한국의 창조과학 운동은 지난 1980년 서울 정동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대강당에서 있었던 세계복음화대성회가 계기가 됐다. 당시 ‘창조냐 진화냐’란 주제의 세미나에는 예상을 뒤엎고 일반인과 과학자 등 4천여 명이 참석했는데, 당시 국내 강사로 나섰던 김영길 박사(한국창조과학회 초대 회장)를 중심으로 처음 창조과학회 활동이 시작됐다.

조 박사는 “창조과학 운동은 한국적 풍토에서 아주 큰 반향과 강한 호응을 얻었다”며 “그러나 국내외 신학적 흐름에 무지한 과학도들이 중심이 된 이 운동은 미국보다 더욱 전투적인 면이 강하게 나타났다. 오늘날 한국에서의 창조과학 운동도 여전히 미국의 창조과학 운동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창조과학 운동이 창조론 운동의 최전선에서 성경과 기독교를 옹호한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들의 주장은 성경이 하나님의 정확무오한 말씀이요 피조 세계가 하나님의 흔적이 담긴 일반계시의 광장이라는 복음주의적 견해와 일치한다”며 “그러나 성경을 과학에 잘못 적용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문자적 해석은 간혹 엉뚱한 해석을 이끌어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 박사는 창조과학 운동이 창조론과 관련한 다른 목소리에도 더욱 귀를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사실 창세기의 앞부분을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서는 고대 세계에 대한 철저한 역사적 연구와 그 뉘앙스를 조심스럽게 살린 주해가 필요하며, 과학적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도 폭넓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편협한 울타리 안에서 자신들의 주장만을 고집해선 안 된다. 서로 겸손하게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선 김남득 교수(부산대 약대), 박찬호 교수(백석대), 양혜숙(교사), 구본길(교사), 이신열 박사(고신대), 장혜영 교수(고신대), 최태연 교수(백석대) 등이 발표자로 나서 ‘이레니우스의 창조론’ ‘인류 진화의 최근 동향과 창조론’ ‘자연사 박물관의 교육자료에 대한 두 모델 접근적 해석-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중심으로’ ‘NASA의 외계생명체 연구와 탄소에 기초한 생명체’ ‘설계된 생명, 불필요한 것이 없다’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