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장 인터넷 중독의 기초적 이해

오늘날 인터넷은 정보 사회에서 새로운 매체로 등장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정보통신과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사회라 불릴 정도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은 기존 생활패턴을 변동시켰다. 이제 우리의 생활은 오프라인의 느린 속도를 넘어 인터넷의 빠른 속도는 온라인을 통하여 이뤄질 정도다.

인터넷에서 메일을 검색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는가 하면, 엄청난 양의 정보와 지식의 축적에 따라 교육의 지형이 변화될 뿐만 아니라 정보의 변조와 복제가 가능해짐에 따라 기존의 진리관이나 지식생산 방식은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선택에 따라 다른 내용으로 이동하는 하이퍼 텍스트 구조는 선형적인 책의 논리를 대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 게임에 빠지거나 도박을 하는 등 다른 폐해를 낳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인터넷 중독이다.

1. 인터넷이란 무엇인가?

인터넷(Internet, 누리망)은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국제 컴퓨터 통신망이다. 전 세계의 컴퓨터가 서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공개 컴퓨터 통신망으로, 변환통제 프로토콜(Transfer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 TCP/IP)규약을 이용한다. 이는 컴퓨터 간에 주고받는 메시지를 전송할 때 에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알맞은 크기로 나누고, 이를 받아 다시 원래의 정보로 변환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대중적인 월드와이드 웹(Wold Wide Web)은 하이퍼 텍스트 프로토콜(Hypertext Protocol, HTTP)과 함께 사용되고, 하이퍼 텍스트 프로토콜로 된 웹 페이지를 보기 위한 웹 브라우저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인터넷 익스플로러, 모질라 재단의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을 이용한다.

인터넷의 유래는 1960-70년대 미국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국(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연구용 네트워크가 시초이며, 이는 밀네트(MILNET)로 발전됐다. 동서냉전이 한창이던 때 미국 국방부 고등계획국은 핵전쟁 등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연구했다. 그 결과 기존의 회선교환(circuit switching)보다는 패킷교환(packet switching)방식이 매우 견고하고 생존성이 높음을 알게 됐다. 최초 2노드간의 상호연결은 1969년 10월 29일 켈리포니아와 로스엔젤레스대학교(UCLA)와 스텐포드연구소 간의 연결이었다. 이 통신망을 아르파네트(ARPANET)라 했으며, 현재 인터넷망의 시초다. 현재와 같이 변환통제프로토콜(TCP/IP) 기반의 네트워크가 된 것은 1983년 1월 1일 아르파네트가 근거리통신망(NetWare Core Protocol: NCP) 패킷 송출을 중단한 것이 기점이다.

그런데 1986년 아르파네트와 별도로 미국과학재단은 5곳의 슈퍼컴퓨터 센터를 연결해 미국과학재단네트워크(The National Science Foundation Network: NSFnet)를 만들었다. 여기에 아르파네트가 흡수통합 되면서 1980년대 말에는 대학, 연구소, 정부기관, 기업 등 세계 모든 곳을 연결하는 국제 통신망으로 발전했다.

인터넷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허용되고,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고 검색할 수 있는 브라우저로 1993년 모자이크(Mosaic)가 출시되면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는 전세계 146개국 5천여 컴퓨터 네트워크와 900만대 이상의 호스트 컴퓨터가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PC와 초고속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됐으며, 국민 대부분이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보유한 나라가 됐다.

2. 인터넷 시대의 영향력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 없이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우리 삶을 그야말로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메일로 아침을 시작해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고, 인터넷 뉴스를 보고 인터넷 유머를 나누며, 블로그에 하루를 정리하는 일상은 매우 낯익은 장면이다. 그런 이유로 인터넷에 대한 정치학적·경제학적·문화인류학적·사회학적 진단이 계속 나오고, 뉴스는 계속 새로운 기술혁신을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에 소개되는 기술이 삶의 지형 자체를 변화시켰고,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이전과는 다르게 세상을 보고 있는 사실이 인터넷 담론들이 기반하는 전제다.

바야흐로 우리는 인터넷의 시대를 살고 있다. 방송에서 보여주던 뉴스에만 의존하던 시대를 넘어 더 많은 뉴스를 빠르게 접할 수 있고, 이는 사회 이슈가 되기도 한다. 최근 사회 문제가 돼 뉴스 초점이 된 여러 문제들도 인터넷으로 유발된 것들이 많다. 쥐 식빵 사건도 그랬고, 지하철 성추행 장면이나 폭행 사건을 찍은 동영상 등도 인터넷을 통해 이슈화됐다.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을 폭행하는 장면이 전국에 동영상으로 소개된다든가, 학생이 교사를 성추행을 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모두 개인이 인터넷에 올린 것들이 범인을 잡는데 그대로 사용된다.

최근 인터넷은 스마트폰과 연결돼 그 속도를 더하고 영향력이 넓어지고 있다. 개인이 사회 이슈 현장을 찾아 방송국이 보여주지 못하는 전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1인 블로그 기자들이 생겨나 과히 개인 감시기구가 되기도 하고,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사회를 감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려 상당한 전문성을 갖고 사회 이슈를 연구하거나 보도하는 등 방송국이 하지 못한 일도 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의 잘못을 낱낱이 인터넷으로 폭로한 ‘미네르바’ 사건이 그러했다. 개인이 취미삼아 올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이제 개인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여러 장면들을 인터넷에 연결해 올림으로써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이렇게 인터넷에 올린 것들은 때로 심각한 개인 사생활 타격을 주기도 한다.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미국 뉴욕주 허드슨 강에서 일어난 룻거스대(Rutgers University) 남학생 투신자살 사건이 그 예다. 친구들이 그와 여자친구의 성관계 장면을 재미삼아 찍어 올렸고, 그는 신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견디다 못해 자살했다. 한번 인터넷에 오르면 파급효과가 너무나 엄청나서 삽시간에 퍼질 뿐 아니라 도저히 지울 수도 없는 형국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인터넷은 “연필로 쓰는 것이 아니라 잉크로 쓰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이렇게 인터넷의 활용성이 넓어지고 활성화되는 현상은 인터넷이 갖는 특유한 속성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만나면 할 수 없는 말을 익명으로 자유롭게 문자화시켜 전할 수 있고, 그것이 신속하게 퍼져갈 수 있는 속도감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을 밝히지 않고 댓글을 달아 공격성을 발휘하는 이른바 ‘악성댓글’ 때문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러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은 우리가 모르지 않는다. 근거 없는 비방·인신공격성 악성댓글은 개인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는 심각한 정신 피해를 입힌다.

댓글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개인이 아닌 기업이나 회사의 이미지가 큰 타격을 받기도 하고, 나아가 국제적으로 국가의 위상과 이미지를 떨어뜨리기도 하며 인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익명성을 악용하여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언어폭력이나 인신공격 등의 반응들이 연속적인 악플의 악순환으로 반복된다. 이런 외적인 요인은 황색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오히려 네티즌의 마녀사냥을 부추겨 조장하고, 집단적인 분위기를 댓글을 주로 다는 사람인 댓글 알바가 조장하거나 혹은 막는 데 주력하기도 한다. 이런 악성 댓글만을 주로 다는 악플러의 소행은 그 법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에 올리는 폭로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사회의 문제로 이슈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수단으로 삼아 활용한다. 얼마 전에 ‘고양이 사건’도 그랬다. 한 청년은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가 없어진 것을 두고 여려 모양으로 찾으러 노력했는데 오피스텔에 설치된 CCTV에 찍혀진 영상을 보고 옆집 여자가 고양이를 발로 걷어차고 학대하다가 급기야는 죽여 10층에서 아래로 버린 것이 녹화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그 여자를 동물학대범으로 처리하게 된 유명한 사건이었다. 어디에서나 찍히는 CCTV에 우리도 모르게 찍히는 것이 사회의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그만큼 엄청난 파급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은 정보를 공유하는 유익한 공간이 되기도 하고, 정보의 차원을 넘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장(場)이 되기도 하고, 사회를 감시하는 기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인터넷의 활용성으로 인해 개인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이로써 우리는 이런 가상의 세계를 잘 활용하는 도덕이나 규범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자신의 표현을 자유를 제한하지 말아야 하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행위도 일삼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시대에서 그 영향력을 향유하는 것도 좋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하는 중요성을 더욱 배워가야 할 요청이기도 하다.

3. 인터넷 중독의 정의

인터넷 중독증(Addiction to Internet)이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할애하여 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이다. 인터넷중독자들은 인터넷 사용에 있어 자율적 통제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병적으로 인터넷에 집착한다. 인터넷중독은 사이버중독, 컴퓨터중독, 인터넷 증후군, 인터넷중독 장애, 웨바홀리즘(webaholism), 병적컴퓨터 사용 장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터넷중독은 하버드대학의 교수인 마레사 헥트 오자크(Maressa Hecht Orzack)에 의하면 도저히 인터넷 사용을 중단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실제로 인터넷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고 느끼거나, 혹은 더 자주 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고 느끼는 증상이다. 이로써 인터넷중독은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면 의기소침해지거나, 짜증이 나거나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고 중도탈락하거나, 아이에게 음식을 주는 등의 보살핌을 하지 않거나, 온라인상에서 밤을 샌 탓에 늦잠을 자거나, 다른 일에는 무관심해져 버리는 증상이다. 실제로 인터넷중독자들은 과도한 게임사용으로 인해 학업과 직장, 가정 및 대인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유발시킨다.

물론 인터넷중독에는 인터넷의 과다 사용을 단순히 중독자로 볼 수 있는가의 의문이 없지는 않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책 중독자가 아니듯이 지나치게 인터넷을 많이 사용한다고 인터넷중독자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는 마치 사람이 계속 숨을 쉰다고 '숨쉬기 중독자'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경우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에 동의하는 학자들도 어느 정도 강박적인 인터넷 행동성을 인정하는 편이다. 인터넷 과다사용이 알코올이나 약물처럼 확실한 화학적 의존성은 없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볼 때 그들이 받는 느낌과 경험들에 대해서는 의존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의 5-10%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의존성향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이러한 수치는 알코올이나 도박에서 나타나는 수치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보거나 온라인상에서의 사이버 관계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이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중독은 몇 가지 증상을 드러낸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개 인터넷에서 채팅(chatting)하거나, 대인관계를 현실에서 보다는 주로 사이버 공간에서 가지거나, 사이버 공간에서의 도박, 상거래, 정보수집이 과도한 경우 즉, 다양한 행동양상을 가지는 충동조절의 문제를 보이는 경우다. 정신의학에서 `중독증`이라고 진단하려면 어떤 대상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탐닉할 뿐만 아니라 의존성과 내성 그리고 금단증상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 중독증인 경우에는 답답하거나 무료할 때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어 하고 접속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느끼는 심리적인 의존이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작업의 능률은 떨어지는 내성이 생기고, 접속하지 못하면 뭔가 불안하고 초조하며 마치 이메일(e-mail)이 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 하기도 하는 금단증상이 생긴다. 게다가 마치 도박할 때 패를 보기 전에 긴장이 고조되다가 막상 패를 보는 순간 긴장이 해소되면서 쾌감을 느끼듯이 접속하기 전에 긴장이 고조되고 접속 후에는 긴장이 순간적으로 해소되면서 심지어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인터넷중독의 개념을 ‘컴퓨터에 지나치게 접속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사회적, 정신적, 육체적 및 금전적 지장을 받는 상태로 규정한다. 여기에는 의존성 내성 및 금단증상이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들의 반복적, 만성적 표현 및 활동 장애를 포함시키고 있다. 인터넷중독이 알코올이나 약물에서처럼 생리적으로 중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일한 관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지만, 약물이나 성(性)중독과 유사하게 자기 통제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의존적인 행동이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 중독은 일단 경고증상이 있다. 인터넷중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증상으로는 바로 전에 인터넷상에서 했던 일이나 다음에 할 일에 대해서 평상시에도 몰두해 있거나,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인터넷에 사용하거나,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려고 결심했지만 반복적으로 실패하거나, 인터넷을 중단하려고 할 때 불안, 초조, 우울감을 느끼거나, 인터넷 때문에 친구관계가 끊기거나 직업이나 일에서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인터넷을 하는 시간을 숨기려고 거짓말하거나, 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을 찾게 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면 누구나 중독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런 증상들이 반복되고 만성화되면서 정도가 심해지고 건강이나 사회활동, 직업활동에 장애를 가져오게 되면 하나의 질병인 인터넷중독증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중독자들은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식사를 거르기도 하여 건강을 해치거나, 인터넷을 하느라 친구와도 멀어지고 가족과도 멀어져서 심지어 애인이 떠나고 가족도 버리는 지경에 빠지거나, 밤에 인터넷을 하느라 가족관계에서 문제를 유발하기도 하고, 직장생활에 장애를 가져오며, 특히 학업성적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면 하나의 정신질병으로 이행되기도 한다.

4. 인터넷 중독과 청소년

인터넷은 성인보다는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에 비해서 새로운 매체에 높은 친밀감과 적응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터넷은 가장 중요한 정보입수원으로써 방송이나 신문 등 전통적인 매체의 영향력을 대체해 가고 있다. 또한 과중한 학업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주변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은 단순한 정보매체의 차원을 넘어 중요한 여가, 오락의 매체로 부각되고 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인터넷이 제공하는 가상현실 속에서 일상생활에서는 충족될 수 없는 욕구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증대와 더불어 그로 인한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이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중독은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로서 인터넷에 과잉적으로 몰입하여 밤샘이나 결석을 일삼는 청소년이 증가하는 한편, 때로는 심각한 수준의 비행이나 범죄로 연결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최근 메스컴을 중심으로 인터넷중독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인터넷 중독에 대한 학술적 연구의 역사가 매우 일천하여 그 개념과 특징, 영향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 그 주된 요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에게 인터넷중독은 의사소통 장애로, 비현실적 의사소통 방법에 의존한 결과다. 그렇기에 중독현상을 보이는 이들은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겨를 없이 자판을 두드리는데 바쁘다. 이들은 대개 말이 필요 없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인터넷 접속 자체에만 강박적인 집착을 갖는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 접속 상태에서 자기 의지로 벗어나지 못한다. 컴퓨터를 종료한 후에도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궁금해 하고 내내 불안한 증상을 보인다.

통계에 따르면, 정보 검색이나 채팅, 게임 등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나라 10-30대 3명 중 1명꼴로. 중, 고등학생의 40% 가량이 인터넷에 중독됐다는 보고다. 조사결과, 개인이 느끼는 소외 수준이 높을수록, 인터넷 이용시간이 많을수록, 인터넷 접속을 게임과 채팅, 메일 등 비현실적 의사소통 방법만을 고집할수록 인터넷 중독의 정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학업 성적이 낮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청소년들에게 인터넷 중독의 양태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인터넷 채팅이나 게임 중독에 빠지면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려하거나 불안해하고 조급해하는 일이 겹쳐진다. 대인관계 회피나 강박관념의 여러 증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평범한 인간관계에서 얻지 못하는 관심과 흥미를 채팅이나 게임 등을 통해서만 해결하려고 몰입하는 까닭에, 심한 경우에는 환각 등의 정신병 증세를 나타낸다. 그 폐해는 마약이나 음주와 비견된다. 특히 인터넷에 대한 의존성이 높을수록 개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이나 규범 상실감의 정도가 크고, 고립감과 소외수준 또한 높이 폐쇄적인 성향을 보인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은 사회 병리 현상으로, 청소년의 정신을 파괴할 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불행을 초래한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중 10.6%가 심각한 게임 중독을 앓고 있다고 한다. 물론 성숙한 게임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도 게임 중독을 심화시키는 이유겠지만, 게임 중독이 무서운 것은 일단 중독되면 습관성 마약의 경우처럼 치료하기가 쉽지 않고 덧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 병폐가 이러한데도 왜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며 재미있어 할까. 그 이유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기존의 게임과는 달리 청소년들을 매료시킬만한 충분한 관심거리를 갖고 있다. 미성숙한 청소년들의 경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옳고 그림을 따져 생각하는 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게 게임에 빠진다. 성인들이 게임에 심취하는 것도 똑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리니지 게임 같은 게임은 시간을 두고 투자한 만큼 게임 속의 캐릭터가 성장한다. 그러니까 게임을 오랫동안 할수록 여러 아이템을 확보할 수 있으며, 자신이 소망하는 캐릭터의 힘도 강해진다. 때문에 실제 게임에서 상대방을 제압하려면 자연 오래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들이 이렇게 집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런 게임의 속성을 모르는 어른들이 ‘무조건 게임을 하지 말라’고 닥달하며 강요하는 데서 빚어지는 대화의 단절이다. 이미 기성세대들도 1920년대 라디오에, 1970-80년대 텔레비전에 중독됐고, 1990년대 말부터 인터넷 전염을 겪었다. 앞으로 전이될 새로운 ‘중독’을 쉽게 예견할 수 없다. 최근의 인터넷 중독도 이런 문화 변용 현상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부모는 청소년들의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을 치유하려고 노력하기에 앞서 몇 가지 기본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모는 인터넷이나 여러 게임의 속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인터넷이나 게임의 폐해만을 따져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바꾸어 청소년 스스로가 인터넷이나 게임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아이들과 충분한 의사소통 채널을 가져야 한다. 의사소통 결과 합의점이 도출되면 폐쇄된 공간에의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고, 현실적 공간에서 가능한 신체적 활동 시간을 늘려야 한다. 취미활동과 연극, 영화, 콘서트와 같은 문화생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컴퓨터로부터 대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한때 아편이 중국인들의 정신을 피폐시켰듯이, 이제 인터넷이 우리 사회의 정신과 윤리를 파괴시키고 있다. 바쁜 일상이지만 가족 간의 대화의 시간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지 인터넷중독을 바로잡겠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꾸중과 질책이 더 이상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다가서야 한다. 인터넷중독을 보이는 아이들에 대해서 무조건적 강압적 저지보다는 대화를 통해서 인터넷 사용에 대한 통일된 견해와 입장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 문제 사태를 인식하도록 도와주고 배려할 수 있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정부와 학교, 학부모와 게임업체가 상호 협력하여 게임 중독을 치유하려는 시스템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5. 결론: 설교 한 번으로 인터넷 끊는 성도 없어

지금까지 인터넷 중독의 기초적 이해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인터넷이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는지를 기초적으로 정리하였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은 기존의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동시키는 문제와 더불어 오늘날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 된 것이 인터넷 중독을 파악하기에 앞서 인터넷으로 인하여 생겨난 변화를 중독의 차원에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검토한 것이다.

실로 인터넷의 등장은 정보적인 측면에서 각종 사회의 이슈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생각 없이 올리는 인터넷의 정보나 댓글이 개인에게는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도 고찰하였다. 가상세계라는 사이버 공간의 활용이 개인의 생활에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져다 주는 수단이면서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수단이 되고 있음에 주목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의 중독은 사이버 중독, 컴퓨터 중독, 인터넷 증후군, 인터넷 중독 장애, 웨바홀리즘(webaholism), 병적 컴퓨터 사용 장애 등으로 불리는 등 그 이름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점도 알아야 했다. 이런 다양한 이름의 사용은 모두 인터넷중독을 의미하는 것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특징을 갖는 점이 공통적이라는 것이었다. 적절한 인터넷의 사용은 개인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생활에 도움을 주지만 과다한 사용은 일상의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의 중독은 성인보다도 특히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인터넷중독과 청소년의 문제를 다루었다. 한창 성장을 거듭하여야 할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중독되어 일찍부터 삶에 여러 가지 폐단을 유발하는 문제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청소년들은 쓰레기(spam) 메일이 범람하는 각종 음란물이나 폭력 게임, 욕설과 바이러스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있다. 이들은 혼자만의 밀폐된 공간에서 사이버 중독증에 감염된 인터넷 환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부모가 된 우리는 이런 청소년들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목회에서는 과히 인터넷 중독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교인들의 인터넷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유초등부나 중고등부를 지도하는 담당자들은 이런 점에 유의하여 신앙을 지도해야 할 것이다. 심리적으로 외로운 가운데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신앙으로 잘 훈련되지 않으면 컴퓨터와 인터넷 중독에 빠져들어 생활이 균형을 잃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진정한 신앙인으로 자라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의 경우에도 허탄한 생각이 뇌리에 파고들어 신앙인격의 사람으로서 역할하기 어렵기 전에 목회자는 서둘러 영적인 건강을 위해 신앙으로 더욱 무장해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앙이 단순히 그저 이상을 쫓는 무기력한 상태를 넘어 실천적으로 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목회적 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하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목회자의 설교 한번으로 정신 건강이 보장되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버리고 교인에게 진정으로 생활의 활력을 주는 현장성 있는 교육과 설교를 지향하자는 것이다. 실로 우리 목회자들에게는 영혼을 돌보는 목회적 과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한 때임을 유념해야 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청되는 시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