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밝은청소년(임정희 이사장)은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아 지난 8월 23일부터 11월 30일 까지 약 3개월 간 ‘2010방송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밝은청소년 측은 “청소년들이 많이 시청하는 지상파 와 케이블TV 드라마, 영화, 예능오락, 음악방송을 집중 모니터링 한 결과 ‘폭력의 일상화와 구체화 및 선정적인 성인문화’를 심각하게 조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9등급에 버금가는 15등급 지상파 드라마가 증가했고, 배신 복수 폭력 등을 소재로 한 선정성과 폭력성(언어폭력포함)이 농후한 막장드라마와 연예오락물들이 버젓이 방송되고 있다. 심야케이블TV는 적정 수위를 넘어선 19금 성인방송물이 아무런 제한없이 방송하고 있어 문제소지가 있다.

▲(사)밝은청소년이 조사한 지상파 드라마 폭력지수와 선정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상파 모든 드라마들은 ‘15세 시청가’ 등급으로 방영되고 있지만 15세 등급으로 부적절한 내용과 표현의 드라마가 상당수 존재했다. 폭력성은 MBC ‘욕망의 불꽃’이 가장 높았으며, KBS2 ‘도망자 PLAN B’, KBS1 ‘자유인 이회영’, SBS ‘자이언트’가 뒤를 이었다. 선정성은 MBC ‘욕망의 불꽃’, ‘즐거운 나의 집’ 순으로 뒤이어 근소한 차이로 KBS2 ‘성균관 스캔들’, MBC ‘글로리아’, SBS ‘대물’이 차지했다.

하반기 방송사별 폭력성과 선정성은 KBS2가 1.40과 0.88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조사기간동안 ‘제빵왕 김탁구’, ‘도망자 플랜B’,‘성균관 스캔들’에서 폭력장면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12,15세 등급으로 방송되는 지상파와 케이블 드라마와 오락예능 프로그램은 부적절한 언어들의 생산지가 되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연예오락물을 중심으로 욕설, 비속어와 선정적 장면도 난무했다. 보고서는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밀폭로’를 웃음 소재로 삼아 시청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고 즐거움을 느끼도록 조장하고 있다”면서 “일부 대중가요 가사에서도 부적절한 언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심야케이블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 수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5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간 주요 케이블의 심야프로그램 50여개를 모니터링 한 결과, 성인물의 내용과 표현 측면에서 그 수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방법과 신체훼손 및 살상장면이 매우 사실적으로 자세히 묘사되고, 전라에 가까운 노출과 성애장면 등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비판적 시청이나 현실구분이 어려운 성인이나 특히, 청소년들의 심야활동시간이 늘어난 만큼 접근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세 연예오락물의 언어폭력성과 선정성 사례. QTV <순위 정하는 여자>욕설(左)과 입으로 과자 나눠먹는 장면(中), 음주와 테이블 위 가무장면(右) 사진제공=밝은청소년

모니터링을 주도한 (사)밝은청소년 측은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사회규범이나 윤리,‘청소년 보호’라는 울타리 안에서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지켜져야 한다”며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제시한 대안들은 △키드락(Kids Lock)이나 시간제어(Time Control)기능을 설치하는 방법과 같은 기술적인 규제 △벌금이나 방송 허가취소와 같은 재정적/법적 규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에 제3의 심의단체를 추가하는 방법과 같은 제도적 보완규제 △‘청소년들의 바른TV시청’을 위한 교육캠페인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교육적 규제를 들 수 있다.

밝은청소년 측은 “방송사들이 스스로 청소년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걸맞은 건전한 방송물을 많이 만드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신자본주의적 경제논리로는 지금과 같은 유해방송물이 넘쳐나는 악순환이 근절시키기는 어렵다”면서 “결국 국가차원에서 언급한 규제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청소년과 시청자들이 유해방송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