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화여고백주년기념관서 열린 제작보고회 참석한 배우 김명민.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얀거탑’의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의 독설을 내뿜는 마에스트로 강마에, ‘내 사랑 내 곁에’의 사랑에 빠진 루게릭 환자 종우 등 철저한 캐릭터 분석과 완성도 높은 연기로 출연 작품마다 신드롬을 일으켜온 배우 김명민이 이번엔 ‘목사’가 됐다.

그는 오는 7월 개봉하는 영화 ‘파괴된 사나이’서 유괴범으로 인해 딸을 잃어버린 목사 ‘주영수’로서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했다. 그가 이번 영화에서 연기하게 된 목사 주영수는 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사랑하는 아내 민경(박주미)과 5살된 딸 혜린이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지만, 딸 혜린이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결국 목사를 그만둔 채 이전과는 180도 다른 타락한 인생을 살게 되는 역할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신자들을 곧은 길로 인도하는 ‘주 목사’에서 타락한 삶을 살아가는 ‘주 사장’으로 극한의 모습을 오가는 ‘아버지’로 강도 높은 액션 장면과 극한을 오가는 감정연기를 통해 애끓는 부성애를 보여줄 예정이다.

워낙 출중한 연기로 인해 ‘명민좌’라는 별명까지 얻은 김명민은 사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를 다니던 모태신앙인이다. 부모님은 장로와 권사 직분을 맡고 있는 데다 그의 집안은 목사를 2명이나 배출한 독실한 기독교 가정이다. 김명민 역시 집사안수를 받았다.

아직 ‘김 집사’라는 호칭이 어색하다는 김명민은 7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아버지에게 목사 역할을 맡았다고 말씀드렸더니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났다’고 좋아하셨다”면서 “하지만 거기까지만 말씀드렸다. 예고편을 보셨다면 지금은 아무 말씀 안 하고 다니실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목사 역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목사님께서 설교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에 목사 역할이 친근했다”면서 “목사 역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다. 단지 주일마다 목사님께서 설교하시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관찰했다”고 말했다.

예고편에는 목사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주영수가 딸을 잃어버린 후 신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고 욕설과 폭력을 일삼으며 타락한 삶을 살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타락한 주영수는 아직 딸이 살아있다고 믿으며 기도하는 아내에게 “백날 기도나 해보세요. 죽은 애가 살아오나…”라고 말하는 등 분노를 표출한다.

기독교인으로서 이런 역할이 부담도 될 법하지만, 그는 “‘하얀거탑’ 촬영이 끝난 후에는 우울증이 몰려왔지만, 이 영화는 결국 희망을 말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영화를 끝낸 후 오히려 기분이 좋았고 마음속 큰 짐을 벗어버린 것 같았다”면서 “반기독교 사상을 가진 영화가 아니냐는 분들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극중 목사는 인물이 가진 직업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의 한 장면. 김명민은 극중에서 목사 주영수를 연기했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를 촬영하며 살인적인 체중감량를 마다않고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했던 그이기에 이번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주영수 캐릭터를 연기하며 세밀한 심리묘사에 포커스를 두고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러한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라고. 그는 “목사, 사장, 아버지라는 세 인물이 공존하는 캐릭터”라면서 “이걸 다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선 동시에 욕심이 났고 한 인간의 처절한 인간적인 모습이 와닿았다”고 했다.

특히 “주영수의 감정상태, 심리상태, 목사시절, 사장, 아버지로 다시 돌아왔을 때 세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가 주된 과제였다”면서 “목사 역할을 표현할 때에도 전형적인 틀에 박혀선 안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리는 목사와 아버지상들에 어느 정도 근접하면서 어떻게 주영수 캐릭터를 만들어낼 것인지 가장 큰 과제였기에 우민호 감독님과 계속 상의를 하면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실제 아들을 둔 부모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한 김명민은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며 주영수의 극적인 감정을 끌어냈고, 감정에 더욱 몰입하기 위해 딸 혜린 역의 배우 김소현과 현장에서 서로 아빠와 딸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부성애 연기에 더욱 몰입했다고.

김명민은 “한 인간이 타락해가는 과정을 거쳐 아버지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모습들을 통해 처절함과 인간의 나약함과 그런 것들을 많이 볼 수 있고 딸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부성애가 더욱 강하게 와닿을 수 있다”면서 “액션영화도 아니고 심한 반전이 있는 스릴러물도 아니다. 잘 짜여진 드라마”라면서 “한 아버지가 무식하게, 처절하게 딸을 찾는 과정 속에서 드러난 인간의 심리적 변화를 잘 봐 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