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논란이 신학생들에게까지 이르고 있다. 13일 서울 방배동 백석대학교 대강당에서 300여 명의 신대원생들이 WCC 강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김진영 기자
그간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WCC 논란이 신학생들을 대상으로한 학술대회에서도 속속 다뤄지면서 WCC 이슈가 한국교회 전반으로 퍼져가고 있다.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은 13일 제5회 개혁신학 백석학술대회 주제를 ‘WCC를 어떻게 볼 것인가?’로 정했다. 이날 학술대회가 열린 서울 방배동 백석대학교 대강당에는 신대원생 300여 명이 참석해 교수들의 발제를 경청했다. 백석대는 20일에도 같은 주제의 학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날 백석대 장동민 교수가 ‘WCC 에큐메니컬 운동의 역사와 쟁점’을,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정석 교수가 ‘한국교회와 WCC’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술대회인만큼 발제자들은 WCC의 태동과 역사적 발자취, 근본정신과 신학 등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며 WCC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을 설명했다.

장 교수는 가능한한 중립적 입장에서 WCC를 학생들에게 소개했으나 WCC로 인한 한국교회 분열상을 자세히 다루면서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이 왜 WCC에 반대하는지를 보다 강조했다.

그는 “WCC가 완전히 종교다원주의에 기울어졌고, 전도를 불필요한 것으로 여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WCC는 통전적 선교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사실 복음전도에 대하여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WCC를 다소간 변호하는 입장에 섰다. 그는 “과연 WCC가 모든 교회와 교파를 통합해 하나의 초대형교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세계교회를 장악하려는 음모를 가진 단체인가”라고 물으면서 “WCC가 창립된지 60여 년이 흐르도록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가입한 모든 교단들이 통합되지도 장악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또 WCC의 종교다원주의 비판에 대해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관련해 기독교의 사활이 달려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말 그렇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면서도 “우리는 공식문서를 중심으로 WCC의 입장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WCC의 어떤 문서도 타종교에 구원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학술대회를 주최한 백석정신 아카데미 정요석 목사는 “오는 2013년 WCC 총회의 한국 개최를 두고 WCC 신학에 대한 한국교회의 찬반 논란이 뜨거워 학생들에게 WCC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어느 한 쪽의 입장만을 전하기 보다 찬반 양 진영의 입장을 고루 소개하는 것이 학업 중인 학생들이 WCC를 알아가는데 보다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WCC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고 대부분은 한국교회에 WCC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다는 정도를 언론 등을 통해 접하고 있었다.

신학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WCC라는 단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등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오늘 강연을 통해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됐다. 무조건 반대하거나 찬성하기보다는 중도적 입장에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목회학을 전공한 다른 학생은 “보수적 교단은 대부분 반대하고 진보적 교단은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밖에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며 “일단 총회 개최가 결정됐으니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역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WCC 관련 수업을 개설했다. 학교 측은 “WCC가 국제적 단체인만큼 반대와 찬성을 넘어 학생들이 WCC를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며 “수강을 신청한 학생들을 위한 과목이지만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의 참여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백석대 신대원은 오는 20일 역시 같은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서울장신대학교 정병준 교수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교수가 각각 ‘최근 WCC 비판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WCC의 문제점에 대한 한 고찰’을 제목으로 찬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