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 있는 한 부탄 난민촌의 전경. 총 8만5천여 명의 난민들이 현재 네팔에 있는 난민촌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힌두교인이고, 7천에서 8천여 명이 기독교인이다.
부탄 불교 정권의 소수 민족·종교 탄압 정책에 의해 추방된 기독교인들이 난민 생활 가운데서도 힌두교에 의한 박해에 직면하고 있다.

불교를 국교로 신봉하고 있는 부탄은 자국의 불교적 전통과 문화를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1980년대 이래로 독실한 불교도로서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티베트계에 대한 우대 정책을 펴는 동시에 힌두교도인 네팔계를 비롯해, 타 종교를 믿는 소수 민족들을 나라 밖으로 추방해 왔다.

민족적·종교적 배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추방된 이들은 국제사회가 네팔에 세운 난민촌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극히 적은 수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은 국민 80% 이상이 힌두교도인 이 나라에서 다시금 종교적 소수로서 박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컴파스 다이렉트 뉴스(CDN)는 보도했다.

국제 선교단체 어와나 인터내셔널 디렉터인 푸르나 쿠말 씨는 네팔 순사리 지역의 난민촌에서 여아들을 위한 성경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이 지역에서는 힌두교인 주민들이 기독교인 난민들을 공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기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때가 주로 공격의 기회가 되고 있다. 그는 “이 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지난 달에도 한 장례식이 지역 힌두교인들에 의해 공격을 당했고, 이들은 심지어 죽은 이의 무덤을 파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네팔에는 총 7개 지역에 난민촌이 세워져 있는데, 부탄에서 소수 민족·종교 탄압이 지속됨에 따라 난민촌으로 유입되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고 있고, 전체적으로 보면 적은 수지만 기독교인도 많아지고 있다. 네팔 모랑 지역 난민촌에서 교회를 열고 있는 고피 찬드라 실왈 목사에 따르면 현재 네팔에는 총 8만5천여 명의 난민이 있고 이 중 7천에서 8천 가량이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이 많아질 수록 이에 따른 박해도 더 커져 가는 듯하다고 실왈 목사는 말했다. 네팔의 난민촌들에는 총 18개의 교회가 있고, 2006년 네팔의 힌두교 왕정이 무너지면서 교회를 세우고 예배를 드리는 것도 허용됐지만, 기독교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고 힌두교인 주민들의 적대적인 태도도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적개심은 기독교인들이 세례 의식을 위해 찾는 연못에 독극물을 탈 정도다.

한편, 지역 힌두교인 주민들뿐 아니라 같은 난민촌 안에서도 수가 월등히 많은 힌두교인 난민들이 기독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해, 예배를 드리는 현장을 공격하거나, 기독교인들을 난민 캠프 밖으로 쫓아내는 일도 잦다고 실왈 목사는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이 네팔을 떠날 수 없는 것은 다른 난민들과 마찬가지로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부탄이 네팔계 추방을 시작하면서, 인도를 비롯한 인근 국가들은 난민 수용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같은 민족인 네팔은 이들을 받아들였고, 1991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네팔에 부탄 난민촌이 마련됐다. 그러나 높은 출산율로 난민 수가 11만 명 가까이 불어나면서 난민촌 유지에 어려움이 뒤따라, 2007년부터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의 제3국 이민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이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난민 수에도 한계가 있어, 아직까지 8만5천여 난민들이 네팔에 남아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부탄은 아직도 이들 난민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2008년 실시된 총선으로 절대군주제가 폐지되고 입헌군주제가 들어서며 폐쇄적인 불교 왕국에서 벗어나려는 듯했지만, 타 민족과 타 종교에 대한 탄압 정책은 여전하다. 이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보호 없이는 부탄 기독교인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