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배본철 교수(성결대, 교회사)는 지난 한 해 필리핀, 아프리카, 영국 등 세계를 돌며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스스로 이 순회를 ‘세계순회 성령사역’이라 이름 붙였죠. 그는 이 순회를 통해 “신념과 주장을 좀 더 힘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배 교수가 가졌던 신념과 주장은 무엇일까요. “나의 거듭난 삶 자체가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은혜”라고 고백하는 배 교수가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글에 녹여 본지에 기고했습니다. 질풍노도의 기간을 지나 하나님을 만나고, 성령을 좇아 세계를 순회했던 모든 과정을 매주 화요일 소개합니다. 배 교수와 함께 성령이 운행하는 세계로 다시 떠나봅시다.

요하네스버그

보츠와나로부터 요하네스버그로 내려와 그동안 함께 움직였던 복된교회 선교팀과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하나님의 은혜로 한 분도 다치거나 위험한 일을 만나지 않고 무사히 귀국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다음 날. 보츠와나와 남아공에서 사역하시는 어느 선교사님의 주선으로 폴만(Martin Pohlmann) 박사가 학장으로 있는 남아프리카침례신학교에서 강의와 채플 설교를 하였다. ‘개신교 성령론의 발생’(The Rise of Protestant Pneumatology)이라는 강의와 ‘성령의 능력’(Power of Holy Spirit)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강의 시간에 흑인과 백인 학생들의 열정적인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이어지는 채플에서 성령의 능력에 대해 설교했다. 특별히 학장의 주문이 있었던 조용기 목사의 성령론의 발전과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역시 한국의 조용기 목사에 대한 명성은 가히 세계적이었다. 특히 성령 충만을 받는 기도 시간에는 한국식 기도(Korean Style Prayer)라고 불리는 ‘주여 삼창’을 가르쳐주고 함께 기도했다. 모두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얼마나 진지해 보였는지 모른다.

성령님에 대한 복음은 어느 민족 어느 언어권에도 절실히 요구되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한 중국인교회에서 말씀을 전했는데, 그들의 반응은 역시 피부색이나 언어에 관계없이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이 교회를 담임하는 중국인 목사님은 선교에 대한 열망이 매우 뜨거운 분이셔서 지금까지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 교회를 설립해 오셨다. 내가 영어로 설교하면 이 분이 즉각 중국어로 통역을 하시는데, 나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말씀을 전하시는 것 같았다. 잠시 성령님의 사역에 대해 함께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온 영혼이 성령님의 다스리심에 활짝 열려 계신 훌륭한 분이었다. 나는 저절로 이 분을 위한 기도가 되었다.

‘주님. 주님께서 이런 분을 크게 쓰셔서 아프리카의 혼탁한 영계를 강력한 복음적 영성으로 변화시키셨으면 좋겠습니다.’

영감 있는 예배를 드린 것 외에도, 그날 중국인교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는 일이 또 있었다. 젊은 크리스천 커플이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한 사람은 중국 본토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대만 사람이었다. 유학생 신분으로 남아공에 왔다가 서로 결혼하기로 한 것이다. 그중 자매의 부모가 이들의 결혼식을 위해 중국으로부터 이곳으로 방문했는데, 오랜 동안 이 자매는 부모가 예수님을 믿도록 기도해 왔단다. 예배 전날 나와 중국인 목사는 그 부모와 함께 식사를 했고, 그 다음 날 부모가 인사치례로 교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말씀이 선포되어질 때 성령께서 그들을 감동하셨고, 마침내 그들은 예수님을 믿기로 작정하고 영접기도를 받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는 다른 무엇보다도 특히 복음적 성령론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매우 필요한 곳이라고 본다. 나는 아프리카에 일반화된 기독교 영성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고 본다.

첫째는 기복주의(祈福主義)다. 세계 어느 곳이든 기복주의적 신앙이 전혀 없는 곳은 없겠으나, 일반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 지역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도만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거나, 무조건 헌금을 많이 하면 물질의 복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 식의 신념을 지닌 이들이 많다.

둘째는 혼합주의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토속 종교들과 정령 신앙들이 기독교 신앙과 어지럽게 혼합되어 있는 양상들을 본다.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혼합 신앙이 습관화되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기독교 신앙이고 또 어디까지가 타종교인지 분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셋째는 기도만능주의(祈禱萬能主義)다. 기도할 때 먼저 하나님의 뜻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성경의 교훈이 간과된 채, 무조건 기도를 많이 하면 능력을 받고 원하는 소원을 다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치는 목회자들이 많다. 목회자들이 이런 신념에 젖어 있다면 일반 신도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넷째는 잘못된 신유(神癒) 관념이다. 무조건 기도해서 질병이 낫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는 의약이나 의술을 부정하는 경우들도 있다. 질병은 다 마귀의 소행이라고 믿기도 한다. 강한 영적 능력이 있다면 어떤 질병이든지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나님의 뜻이 질병 속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복음적 관념은 매우 희박하다.

다섯째는 성경의 자의적(自意的) 해석이다. 성경의 문맥이나 저자의 의도를 살펴보면서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 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기 식대로 성경을 풀어서 설교하는 경우들이 많다. 지역적 여건상 성경주석서나 경건서적들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하다.

여섯째는 은사중심주의와 육감주의(肉感主義)가 강하다. 성령의 내면적 성화나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는 성령의 감화 등에 대한 교훈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 이유는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부흥사들이 치유와 은사 중심으로 집회를 열어온 까닭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양육과 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복음적 성령론에 대한 원주민 목회자들의 연장 교육의 기회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문제점들은 오직 복음적 성령론의 교육을 통해서만 치유하고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프리카의 원주민 사역자들이 양질의 신학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바로 이런 점에 한국교회는 앞으로 아프리카 선교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는 교회개척선교 뿐 아니라 인재양육선교에 특히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곳이 바로 아프리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