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 2년차 탈북청년의 눈물겨운이야기와 40명의 탈북청소년들이 증언하는 북한의 ‘참담한’ 학교생활 및 조직생활이 각각 책으로 나왔다.

21살,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2살 난 갓난아기

▲<미디엄 레어>.
리성 씨의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이다. 우리보다 조금 위쪽에서 태어났을 뿐이지만, 어린 시절 그는 굶기를 ‘밥 먹듯’ 하다 굶지 않으려고 시장바닥에서 거처하며서 ‘꽃제비’로 나서야 했다. 엄마, 할머니와 함께 살던 그는 배고픈 몸을 이끌고 ‘청년돌격대’가 돼 죽도록 노동을 해야 했고, 오가는 길에서는 ‘공개처형’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그러던 중 엄마는 가출했고, 엄마를 찾아 17세 소년은 무작정 두만강을 건넜다. 고생 끝에 엄마를 만나고, 돈을 벌어 북한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 사이 배고픔 끝에 할머니가 돌아가셔 모자(母子)는 중국에 남는다. 그리고 이제 청년이 된 그는 미국행을 택한다. 이후 엄마도 미국행을 택하지만, 미국영사관으로 가는 길에 공안에게 붙들려 감옥에 가게 된다. 강제송환될 위험에 처한 엄마는 미국의 도움으로 간신히 미국이 아닌 한국행이 결정된다.

미국 유타주에 정착한 청년은 현재 드라이클리닝 가게에서 일하며 ‘늦깍이 고등학생’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책에는 그의 고된 여정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정착 이후 그가 ‘아메리칸 드림’을 하나씩 일궈 나가는 과정이 함께 실려있다. 또래들보다 늦어진 학업문제와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서서히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청년의 소원은 회계사가 되는 것, 그리고 훗날 북한으로 돌아가, 선교사가 되는 것이다. 스스로 작은 씨앗이 돼 자신의 고향인 북한 땅에 하나님의 말씀과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책 제목인 <미디엄 레어(Medium Rare, 렉스미디어)>가 바로 청년의 처지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겉은 훌륭하게 자란 자본주의 청년이지만, 속은 아직 그렇지 않은 모습이 마치 겉은 익었지만 속은 아직 벌건 살이 남아있는 미디엄 레어 스테이크와 같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 함지하 씨는 한국 출신 유학생으로, 국제난민기구 유타지부에서 탈북청년의 정착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를 도우면서 그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북한 어린이들은 학교에 다닐까

▲<왕이라 불리는 아이들>.
북한 어린이들의 최근 실상과 북한의 학교실태를 생생하게 조명한 책이 최근 출간됐다. 도서출판 생명과인권이 발간한 <왕이라 불리는 아이들(Child is King of the Country)>. 이 제목은 북한이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했던 보고서에서 “위대한 김일성 주석께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어린이는 나라의 왕(Child is King of the Country)이며,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아낌이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는 내용에서 따 왔다.

이 책은 국내 대표적 북한인권단체인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젊은 연구진 10명이 주한 영국대사관의 후원 아래 지난 2007년 10월부터 탈북 청소년 및 성인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 1년 5개월만에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공개됐다. 각종 국제기구 보고서들에서 북한에게 제기했던 여러 문제들을 다각도로 비교 검증한 이 책은 지난달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아동권리위 제50차 심의에서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는 주요 자료로 활용되기도 했다.

어린이를 왕처럼 모신다고 선전하지만, 북한 어린이들은 각종 군사훈련과 중노동, 농촌동원, 아편재배 등에 동원돼 왔다. 어린이들의 배움의 장이 돼야 할 학교 시설은 북한에 만연된 부정부패 때문에 형편없이 방치돼 있다. 국제사회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제공한 각종 인도적 지원물자들과 교과서 용지, 의약품들은 암시장에서 거래되거나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태도 고발한다.

주목되는 점은 지난해 한국에서 홍역을 앓았던 ‘광우병’ 관련 내용이다. 지난 2001년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던 독일 정부는 북한 당국의 요청으로 관련 쇠고기를 북한에 지원하지만, 이마저도 당초 목표로 했던 취약계층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듬해 유엔이 뒤늦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양실태조사에 착수하자 뒤늦게 소량을 나눠주면서 정량을 준 것처럼 거짓서명까지 받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 한국에서 많은 말을 낳았던 ‘미친소’이라는 말이 북한에서 만든 용어였다는 것이다.

책의 표지그림은 ‘얼굴없는 탈북화가’로 유명한 선무(線無) 씨의 작품 <충성작업(2007년작)>이다. 불온서적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붉은색 바탕에 빨간 넥타이를 메고 층층이 쌓은 걸상 위에 올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를 정성스레 닦고 있는 소녀의 위태한 모습은 어린이들의 동심을 선군정치와 외화벌이에 이용하고 있는 북한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