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첫 여성 주교가 탄생했다. 호주 성공회(Australian Anglican church) 퍼스지역 로버트 헤르프트 대주교는 지난달 23일 퍼스 세인트 조지 대성당에서 열린 주교 서품식을 통해 여성 사제 케이 골드워시(51, Kay Goldsworthy)를 안수하며 주교로 임명했다. 이로서 케이 골드워시는 호주 그리고 호주 성공회 역사상 첫번째 여성 주교가 되었다. 이같은 사실은 시드니 모닝 헤럴드(The Sydney Morning Herald), 호주 ABC 방송, 영국 BBC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호주 성공회 수장 필립 아스피날(Phillip Aspinall) 대주교는 이번 여성 주교 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날 서품식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성공회 주교들을 비롯한 8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호주 성차별위원회 또한 종교계와 호주 국민 모두에게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 성공회 모두가 여성 주교 서품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호주 성공회 내부에서는 여성 서품과 관련해 많은 진통을 겪고 있다. 그 동안 여성주교 및 사제 임명을 강력하게 반대해 온 시드니교구 피터 젠스 대주교와 데이비드 멀리디 주교는 이번 서품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맥쿼리 성공회한인교회 신재구 목사에 따르면 호주 성공회는 하나의 연합체이지만 지역마다 신학적, 교리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드니 교구가 매우 보수적, 성경적이라면 멜번, 브리즈번, 퍼스, 애들레이드, 뉴캐슬 교구 등은 진보적인 성격을 띈다. 신 목사는 이번 서품을 통해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며, 특히 보수 쪽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전세계 성공회 주교들은 오는 6월 22일부터 29일까지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모여, 이와 같은 일들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공회에서는 지난 1989년 미국에서 첫 여성 주교가 탄생했으나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는 아직 여성 주교 임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골즈워시 신임 주교는 여성 성직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며 자신에 대한 반대에 모멸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