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빈 교수는 세상과의 대화를 단절한 채, 안으로만 파고드는 교회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근영 기자

“대다수의 교회가 대학에서 배우는 지성과 논리, 합리성의 영역을 무시해온 태도를 바꿔야 한다.”


권혁빈 교수(횃불트리니티신대)가 10일 오후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기독교 변증학 포럼(목회와 신학 주최)에서 교회 내에서 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지성으로 신앙을 말하다’는 주제 강연에서 “기독교가 질문 자체를 무시하고 교회 안으로만 파고들 때 설득력, 정당성을 잃게 된다”며 “교회에 와서 위로받고 한 주 버티는 신앙을 주는 것, 이것이 한국교회와 복음주의 교회가 저지르고 있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사회 속에서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로 네덜란드 자유대학을 설립한 아브라함 키퍼의 사례를 들었다. 네덜란드 사회는 이 대학을 통해 상아탑에서 지속적으로 기독교 정신을 이어왔다.

권 교수는 “유럽 역사를 볼 때 지성을 무시한 열정적 부흥운동의 뒤에는 언제나 자유주의가 일어났다”며 “반지성적일 경우, 지식인이 따르지 않아 사회가 변화되지 못하고, 결국 신앙을 이성의 영역으로 지나치게 끌어내리는 자유주의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세상과의 소통 문제에 접근할 때에도 “그들은 A라는 문법으로 얘기하는데 우린 B라는 문법으로만 얘기할 수 없다”며 “담대한 선포도 있어야 하지만 대화나 질문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실수를 범해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교회가 반지성적일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로 세속주의 가치관에 대항할 힘을 상실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성연애와 같은 사회 문제에 대처할 때도 “‘우린 이렇게 믿는다’는 문법이 아닌, 설명하고 이해시켜 우리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통로를 여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성주의는 ‘불완전한 자신을 절대 기준으로 삼은 점’이, 합리주의는 ‘과거의 통계이지 미래의 가능성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이며, 신앙주의는 오히려 믿음을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를 위해 신앙과 이성이 서로를 보완하고 견제할 수 있는 ‘비판적 합리주의’를 제시했다. 권 교수는 “신앙과 이성이 서로를 보완하고 견제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이성의 출발점이 항상 신앙에 있다는 걸 일깨워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