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러첸 씨(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북한인권운동가들과 탈북동포들이 쏟아지는 눈 가운데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고준호 기자

아침부터 내리던 눈이 세찬 바람을 타고 피켓을 들고 외치는 이들의 얼굴에 계속해서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그들을 사지로 내몰았던 중국을 ‘사랑한다’고 외쳤다. 그들은 살을 에는 듯한 바람도 북녘에 남아있을 그들 가족의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이들의 마음은 가족들에 대한 열정으로 더욱 불타는 듯했다.


8월 8일 중국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200일 앞둔 21일 오전 11시, 기독교사회책임 탈북동포회 소속 20여명의 회원들은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 모였다. ‘우리는 중국을 사랑합니다. 중국은 탈북난민을 사랑해 주십시오(We Love China. Please Love North Korea Refugee)….’

같은 처지였던 동포들을 강제로 북한으로 보내왔던 중국을 마음으로 용서한다고 외친지도 벌써 세번째다. 이런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없었다면 결국 이들도 이곳까지 올 수 없었던 처지. 그래서 당당히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얼굴을 내밀지도 못하는 상황임에도 그들은 또다른 탈북동포들을 위해 용기를 냈다.

이들을 위해 북한 사람들의 영원한 친구인 파란눈의 독일인 의사 폴러첸 씨도 힘을 보탰다. 한국어가 아직 서툰 폴러첸 씨는 쏟아져내리는 눈을 몸으로 받아내며 주위로 모여든 사람들에게 영어로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메시지를 외치며 들고 있던 포스터를 내밀었다.

기독교사회책임 김규호 목사(사무총장)는 “지난주 금요일 북한인권포럼에서 우연히 폴러첸 씨를 만나 이번 행사에 대해 얘기했는데 정말로 오실 줄은 몰랐다”며 고마워했다. 폴러첸 씨는 고맙다는 말에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도 이들은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예배당 앞에서 1시간 가까이 집회를 계속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을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집회에 참석한 한 목사는 “사실 진보에서 인권을 얘기해줘야 하는데 그들은 유독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만 얘기하지 않는다.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인권 문제가 북한 인권인데….” 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규호 목사의 메시지, 기독교사회책임 탈북동포회 회장의 후진타오 주석에게 보내는 메시지 낭독, 합심기도 등으로 집회는 끝났다. 집회 이후 후진타오 주석에게 보내는 서한은 중국대사관 우편함으로 접수됐다. 후진타오 주석에게 보낸 서신에는 탈북자들에게 난민지위 부여해줄 것과, 중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탈북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와 성노예화를 방지해줄 것, 그리고 탈북자들을 돕다가 중국 감옥에 갇힌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조속한 석방과 감옥에서의 비인도적 처사를 막아달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에 따라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에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면서 탈북난민들의 강제북송 저지를 호소하는 집회는 북경올림픽을 1년 앞둔 지난해 8월 8일, 국제인권단체들과 연계해 개최한 지난해 11월 30일 두차례 열렸다. 이후 기독교사회책임은 북경올림픽 D-150일 등 중요한 날짜에 집회를 계속하며, 오는 5월 5일에는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제6차 탈북난민 강제북송저지 국제캠페인을 개최한다. 5월 5일 이후에는 전세계 주요도시 중국대사관 앞에서 캠페인을 순회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