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 담임)

1972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종군기자였던 AP통신의 닉 우트 기자는 한 장의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 사진으로 그는 세계 최고의 언론인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 사진의 주인공은 당시 9세였던 킴 푹이라는 소녀였습니다. 1972년 6월 8일, 베트남군이 트랭방에서 사이공으로 이어지는 1번 국도를 탈환하기 위해 대공세를 펼칠 때, 미군의 전폭기들은 네이팜탄을 불비처럼 쏟아 붓는데, 그 때 킴 푹은 사람들과 함께 불바다가 되어 버린 마을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녀는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검은 연기를 뒤로 하고 화상당한 몸으로 벌거벗은 채, 겁에 질려 절규하면서 마을 밖으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 때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미국인들과 전 세계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켜, 전쟁의 공포와 참혹함을 깊이 인식시켰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반전운동이 확산되었고, 당시 베트남전이 정당한 전쟁이라고 생각하던 많은 미국인들의 생각도 바뀌어 2년 후 베트남전은 종전을 맞이합니다.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소녀는 그 후 17번의 고통스런 수술을 통해 회복이 되어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로 캐나다 토론토에 살며 평화를 호소하는 유엔의 명예대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킴 푹은 한 때 자기에게 고통을 가져다 준 사람들을 증오하며, 심한 흉터 때문에 깊은 좌절감을 겪기도 했지만, 예수님을 만난 후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녀는 1996년 5월, 미국의 현충일인 ‘Memorial Day’에 네이팜탄을 투하했던 미군 조종사인 존 플리머를 만나 마을을 폭격한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합니다. 그 용서에 큰 감명을 받은 존 플리머는 신학을 공부하기에 이르고 지금은 감리교 목사로 교회를 섬기며 십자가의 용서를 날마다 선포하고 있습니다.

킴 푹이라는 여인이 용서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습니까? 수십 년간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 넣었던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그 사람을 용서하게 만든 힘은 어디서 왔습니까? 만약 나를 괴롭히고, 무고한 말로 나를 힘들게 하고, 내게 엄청난 피해를 준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을 용서할 수가 있습니까?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그 아픔과 상처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습니까? 살다 보면 용서가 가장 힘이 들구나 그렇게 생각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입으로는 용서가 되는데, 마음으로는 용서가 안돼서 그 사람을 보게 되면 분노의 감정이 솟구칠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내가 아직도 많이 부족하구나 자책하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하곤 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진정한 용서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능력으로 우리는 용서할 수 없는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용서를 낳는 힘, 그것은 우리의 모든 저주와 질고를 감당하신 예수님의 십자가에 있습니다(눅23:34). 십자가 앞에서 분노와 복수, 원한과 미움, 증오 등은 다 녹아 없어집니다. 우리가 잘 아는 손양원 목사님은 사랑하는 두 아들을 한 날 한 시에 공산당의 총에 잃었지만, 아들을 죽인 그 공산당원을 용서하고 오히려 양아들로 삼았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능력에 힘입어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용서를 낳는 힘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직 십자가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용서를 낳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위대한 것입니다. 아직도 마음속에 용서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십자가를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용서하는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