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목사(안양제일교회 상담목사, 온누리가정상담연구원 원장)

어느덧 한 해의 끝에 서게 되었다. 세말에는 늘 그렇듯이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면서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하며 더 잘 살지 못한 자책감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의미 있는 시간들 속에 열정을 다해 뛰어온 기쁨도 되새기며 감사하게 된다.


지금까지 크리스천투데이 신문 지면을 통한 ‘가정 칼럼’을 연재하면서 참으로 많은 분들이 이메일로 격려의 글을 보내거나 때로는 자신의 고민과 사연을 들려주고 계신다. 그 중에는 이 짧은 몇 줄의 칼럼 속에서 지혜의 빛을 발견하고 어둡고 음습한 고통을 털어버렸다고 고백하는 분들도 만난다. 그럴 때면 틈틈이 시간을 내어 칼럼을 쓰는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을 넘치도록 받고 행복해진다.

때때로 우리는 몇 모금의 지혜가 부족하여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들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정말이지 그것은 아주 약간의 지혜가 필요한 때도 있다. 세상에 돌아다녀 보라. 그 어디에서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겠는가. 나의 모습 그대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널브러져 있어도 조금도 긴장이 되지 않는 곳, 나의 장점이나 단점 모두가 다 드러나는 곳, 추운 바깥을 총총 다니다 마침내 들어와 쉴 수 있는 따뜻한 곳, 그곳이 가정이 아닌가.

촌수도 없을 만큼 가까운 부부 사이에 어쩌면 그토록 깊고도 질긴 골이 핏빛으로 패이는지, 부모와 자녀 사이에 그토록 넓고 높은 담이 쳐지는지, 우리는 성경의 진리로 돌아가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를 받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금도 고통받은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그 가족들을 상담하고 또 상담해 주다가 마침내 과로로 쓰러지기까지 하였다.

상담을 한다는 일이 얼마나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인지 이번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면서야 비로소 알았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부부문제, 자녀문제, 가족문제들을 안고 눈물 흘리며 찾아오는 이들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내 육체가 쇠약해지는 줄도 모르고 그들을 도왔었다. 그들을 향한 나의 안타까움 때문에 나는 미련하게도 무모한 마라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그랬다. 그건 내가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주님께 맡겨야 하는 것을……. 상담을 해야만 하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기 전에 먼저 주님의 지혜를 구하여 조그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치유 받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한다.

한 해가 지나고 또다시 새로운 해가 오기 전에 가정과 가족 내에 균열은 없는지 가족 구성원 중에 누군가 홀로 아파하는 이가 없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그래서 아파하는 이가 있으면 가족의 사랑을 듬뿍 쏟아부어 치료해 주어야 하고, 균열이 가 있는 가족 관계는 주님의 사랑으로 지혜의 빛으로 그 균열을 메워야 한다. 제발 너무 늦기 전에 이 땅의 모든 가족들에게 이런 축복이 있기를 소원하고 또 소원한다.

우리의 아픔과 눈물 때문에 아기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의 빛이 찬란하게 온누리에 가득한 이 절기에, 더는 눈물 흘리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의 가장 소중한 누군가가 소리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보자. 그리하여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그 눈물을 닦아주고 그 마음 속 깊은 상처를 살펴보고 치유해 주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주여, 이 땅의 수많은 가정이 깨어지고 균열이 가고 있나이다. 그 가정의 한 가운데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가족들이 있나이다. 불쌍히 여기시고 속히 치유하소서. 성탄의 빛을 다시한번 온 세상에 비추사 하늘의 기쁨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충만히 임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