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메탈밴드 ‘예레미’. 아래 왼쪽부터 정미선(건반) 모정길(보컬) 박상열(드럼) 변성우(베이스). 가장 위가 조필성(기타) ⓒ 예레미 제공

파격이다. 그러나 변질은 아니다.


크리스천 메탈밴드 ‘예레미(Jeremy)’는 한마디로 이랬다. 기독교 음악으로는 다소 생소한, 어떤 이에게는 거부감 마저 들게 하는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추구하지만 예레미는 항상 음악보다 신앙이 먼저다.

1996년 처음 활동을 시작해 지난 달 29일, 6집 앨범 ‘The 2nd Advent’를 내놓기까지 그들은 10년이란 세월 동안 오직 한길로만 달렸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조필성 씨(리더)를 선두로 “세상의 음악을 이기는 기독교 음악을 보여주겠다”며 한시도 쉬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간다.

그래서 이번 6집은 10곡 모두가 영어 가사로 돼 있다. 이미 앨범이 완성되기도 전에 대만과 일본에서 앨범 계약 제의가 들어온 상태.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렸던 국제 록 페스티벌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밴드로 참가해 세계의 유명 밴드들과 실력을 겨룬 바 있다.

이렇게 자랑할만한 크리스천 밴드지만 정작 교회 공연은 별로 없다. 아직은 한국의 교회가 그들의 조금은 다른 음악, 다른 겉모습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불러주면 어디든 다 갑니다”며 힘주어 말하는 조필성 씨의 말 속에 안타까움이 베어 있다.

“교회 공연 많이 하고 싶죠. 하지만 알게 모르게 따가운 시선을 받아요. 어떤 때는 사탄이라는 말도 들으면서 쫓겨난 적도 있었어요. 그 땐 정말 섭섭했죠”

흔히 메탈밴드라고 하면 긴 머리와 온 몸에 새겨진 문신, 마약이 번뜩 떠오른다. 그래서 운을 한번 띠워 봤더니 “밴드 중에서 우리는 그야말로 모범생”이라며 “허허허” 웃는다.

“많은 사람들이 메탈을 한다고 하면 그런 쪽(마약을 하는 것)으로 많이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아요. 물론 문신을 하는 경우는 많죠. 하지만 정말 순수한 사람들이 많아요. 기독교인이 아닌데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있다니까요”

새롭게 선보인 6집 앨범 ‘The 2nd Advent’는 이전 앨범들 보다 더 ‘기독교적’이다. 기독교 음악을 한다는 주위의 인식이 지나치게 강해 한때 종교적 색채를 흐리게 해본 적이 있지만, 결국 기독교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목표에 오히려 기독교적인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심포닉한 곡 전개와 화려한 구성, 한 눈에 알아차리긴 어렵지만 곡의 세밀한 부분을 장식하는 전통 음악과 중근동풍 악곡의 조화, 그리고 조금은 대중적인 멜로디라인으로 한 층 더 세련되어진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 곡인 ‘Challenge part 2’는 10분이 넘는 장대한 스케일의 곡으로 곡이 끝난 후 정확히 3분 33초 후에 이어지는 찬송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은 이 앨범을 예수님께 드린다는 예레미의 고백이 담긴 히든 트랙이다. 3분은‘삼위일체’를, 33초는 ‘예수님’을 뜻한다고.

사실 인터뷰 내내 좀 정신이 없었다. 워낙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 그런지 앉았다 일어섰다, 농담을 주고 받으며 연신 “낄낄”거렸다. 무게 잡으며 과묵으로 일관하리라고 생각했던 기자의 생각을 무참히(?) 깨버린 것. 그런데 그런 그들이 왠지 더 편했다. 순수해 보였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신앙 보다 음악이 앞선 것은 마땅히 비판 받아야 해”(조필성 씨가 음악 때문에 신앙을 버린 한 아티스트를 두고 한 말)라고 말할 때는 어찌나 진지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