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용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자료사진

"얼마 전 한 민간단체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후보 명단을 봤다. 나도 일제강점기에 투옥됐던 사람이지만 그 명단을 보고 웃었다. 김활란, 백낙준, 유진오, 노기남 등도 친일파 명단에 나와 있었다. 그분들을 다 단죄한다면 당시를 살았던 한국 사람들을 다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지난 18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수협의회, 한국신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역사청산- 왜, 무엇을, 어떻게?' 심포지움에서 강원용 목사는 현 시대의 무차별적 역사청산에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심포지움은 전 월드비전 회장 오재식 박사의 사회로, 평화포럼 이사장 강원용 목사가 주제발제를 맡았으며, 한국기독교교수협의회 김용복 박사, 건국대 대학원장 이주영 박사가 패널로 나와 토의를 진행했다.

강 목사는 "과거를 청산해야 올바른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기본 정신에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과거를 청산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협력한 사람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 목사는 "일제 시대 때 특정 지위에 있었느냐가 아닌 그의 행위가 우리 민족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낮은 자리에 있었더라도 우리 민족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했던 사람은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목사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친일이냐 애국이냐를 이분법적 시각으로 가린다면 제대로 된 역사 청산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목사는 "역사청산에 관한 심포지움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중요한 모임"이라며 "자신이 역사를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주최측에서 그저 살아온 경험과 일제 시대를 겪으면서 느낀 점을 말해달라는 요청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견해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말한다고 하기에는 극히 작은 일부분이며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심포지움은 친일역사 청산에 대한 정당성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와 한국신학연구소의 주최로 역사청산을 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