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주부편지>서 “회장이 사탄교 지원”...어떠한 증거도 제시 못해 교회들, 루머에 P&G 제품 불매운동도...아직도 사과는 없어
▲ P&G 한국본사. 한국내에 P&G와 관련된 루머는 99년 <주부편지>의 기사가 발단이 된 이후 이와 관련된 어떠한 증거자료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 송경호 기자
한국교회만큼 루머가 쉽게 통하는 곳도 없다. 특히 이단과 관련된 루머라면 구체적인 증거자료나 사실이 확인되기도 전에 이미 루머가 성도들의 귀를 자극해 지지기반을 얻기도 한다. 이 같은 한국교회의 습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한국 P&G는 사탄교 관련 루머로, (주)이랜드는 통일교 관련 루머로 곤욕을 치뤘으며 이밖에도 (주)농심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루머가 쉽게 통하는 한국교회의 특성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야 했다. 기업들의 이단관련 루머의 하나같은 공통점은 분명한 제보자도 없고 이단과 관련됐다는 구체적인 증거자료도 없다는 점이다. 근거없는 루머를 전달받은 제3자가 전달자의 루머를 근거로 확신하고 또 다른 확신에 찬 루머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급속히 번져 나가는 루머들은 기업들의 노력에 의해 하나씩 정리되기도 하지만 한번 확산된 루머는 완전한 소진이 어려워 공공연히 루머의 잔재들이 나돌기도 한다. 프링글스, 페브리즈, 비달사순, 코디, 아이보리 등 우리에게 비교적 친숙한 이 생활용품들은 한 동안 사탄교 루머에 시달렸던 한국 P&G사의 제품들이다. 한국 P&G사의 루머가 한창 나돌았던 시기는 1999년과 2000년으로 당시 크리스천 문서사역 기관이었던 <주부편지>통해 루머가 급속히 확산돼 각 교회별로 P&G사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P&G사에 대한 루머는 회사측의 노력으로 적정 수준까지 정리된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도 당시 루머들의 잔재들이 남아 있어 간혹 성도들 사이에서는 P&G사 제품사용에 대한 경계가 회자되기도 한다. 더욱이 한국교회를 중심으로 확산된 루머에 대해 한국 P&G측은 ‘법적인 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해 루머의 자연적 소멸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회별 불매운동까지 확산됐던 P&G사에 대한 루머는 P&G사가 사탄교와 연관됐다는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전혀 제시되지 않자 점차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교회들은 루머에 대한 완벽한 매듭을 짓지 않은채 불매운동에서 발을 뗐다. 당시 적극적으로 불매운동을 주도했던 교회들로부터의 사과는 아직까지도 없었다. 루머확산의 진원지가 됐던 <주부편지>도 논란 당시 “이 문제가 밝혀지는 대로 명명백백히 정리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이후 지금까지도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정리나 사과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교회들의 무책임한 모습에 교계 한 언론은 '아니면 말고'식의 한국교회의 풍토를 강력히 질타하기도 했다. P&G 창업주가 크리스천..미국서 루머 시작
▲P&G 설립자인 윌리엄 프락터(William Procter)와 제임스 겜블(James Gamble). 프락터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P&G는 유아용품, 모발용품, 식·음료품 등 종합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1837년 미국의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동서지간인 윌리엄 프락터(William Procter)와 제임스 겜블(James Gamble)에 의해 양초와 비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설립됐다. 기독교회 장로였던 윌리엄 프락터는 독실한 신자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 신자가 설립에 참여했으나 기독교 기업으로는 운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P&G는 사회봉사 활동을 기업이 지켜야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꾸준히 지켜오고 있어 지난 2002년 포춘지 선정 가장 존경받는 100대 기업에 들기도 했다. P&G는 현재 전세계 70여 개국에 진출, 11만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 업체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 P&G는 1989년 아이보리 생산을 처음으로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P&G의 사탄교 관련 루머는 가장 먼저 미국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미국은 루머를 의도적으로 퍼트렸던 경쟁사가 있었고 또 교회차원에서도 ‘루머가 근거없다’는 확인증을 써 주는 등 허위성 루머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보였다는데서 한국과 다른 면을 보인다. 미국 내 루머는 현재 완전 소진돼 P&G본사 홈페이지도 그동안 운영하던 루머관련 설명 코너를 폐지한 상황이다. P&G에 관련된 미국내 루머는 1980년대 초 처음 유포된 이래 20년이 넘도록 공공연히 나돌았다. 루머가 시작된 정확한 진원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다만 유사한 제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는 암웨이사가 루머를 자신들의 시스템을 이용해 확대시킨 죄를 인정받는 등 경쟁사의 경쟁적인 이유도 루머가 유포, 확대되는데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P&G는 암웨이와의 법적소송을 통해 약 7만 5천불의 손해배상을 받았으며 15건의 법정 소송 중 14건을 승소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루머의 내용인즉 P&G사 회장이 미국 한 토크쇼에 출연, 회사의 일정 이윤으로 사탄교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이 방송은 미국 현지에 어떠한 방송사에서도 자료가 존재하지 않았다.
▲필 도나휴 쇼. 진행자인 필 도나휴는 P&G 회장 출연 루머와 관련, 사실이 아님을 직접 밝혔으며 이 밖에 루머에서 언급된 셸리 쇼와 제니 존스 쇼도 P&G 회장이 출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루머 가운데 언급된 토크쇼의 명칭은 ‘도나휴쇼’와 ‘셸리 쇼’, ‘제니 존스 쇼’ 등으로 ‘도나휴쇼’의 경우 필 도나휴가 직접 루머가 사실이 아님을 밝혔으며 ‘셸리 쇼’, ‘제니 존스 쇼’에서도 루머가 사실이 아님을 제작자 혹은 사회자 등이 직접 설명했다. 경쟁사의 유포로 급속히 확산된 P&G에 관련된 루머가 미국 교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자 미국 남침례교단, Fofus on the Family, 빌리 그래험 재단의 넬슨 박사를 비롯한 미국 교계 유명 목회자들은 ‘P&G가 사탄교와 연관이 없다’는 내용증명에 사인하는 등 미국 교계는 근거없는 루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 차례 정리과정을 가졌다. 미국에서 시작된 루머가 이렇다할 근거도 없이 기독교인들로부터 회자되자 캐나다의 한 기독교사역자는 "캐나다 미국의 수백만의 기독교인들이 수백대의 VTR을 갖고 있을텐데 어떻게 사탄교 연루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비디오 테잎은 하나도 없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증거는 없고 말만 떠돌고, 또 말은 말을 낳고.. 루머의 가장 큰 특징은 이렇다할 증거도 없이 말이 말을 낳는다는 점이다. 증거 없는 소문이 근거가 되어 또 다른 소문을 낳고 결국 루머는 소문이라는 양파껍질에 둘러싸여져 실체 없는 유령이 된다. 한국교회내 확산되는 기업루머 또한 마찬가지 형태를 띤다. 한국은 1999년 12월 한국기독여성문인협회가 발간하는 <주부편지>에서 P&G에 대한 내용이 게재되면서 루머가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미국에서 한 단계 거쳐 전달된 한국내 루머는 더 대담성을 얻어 P&G 회장과 토크쇼 진행자와의 구체적인 대화와 방송 날짜까지 언급됐다. 문제의 P&G 관련글 중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P&G사의 이익금 중 많은 액수가 사탄교 후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토크쇼 진행자가 P&G 회장에게 물었다 '그런 발언을 하게 되면 회사에 불이익이 오지 않습니까' P&G 사장은 이렇게 일축했다. '세상에는 우리회사에 타격을 줄 만큼 신실한 신자들이 많지 않다'"
▲P&G사 제품들. 한때 교회들은 대대적인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으나 루머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제시되지 않자 점차 불매 움직임도 수그러들었다. 프링글스 등은 루머로 인해 교회간식에서 제외돼 오곤 했다.
이 편지내용은 미국의 인터넷상에 영어로 떠돌고 있는 괴문서들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영어 문서는 출처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P&G회장의 토크쇼 방송시기가 1991년 3월에서 1998년 3월로 변경돼 유포되는 등 신빙성이 결여돼 있는 자료다. <주부편지>에서 언급된 쇼의 제목은 '도나휴 쇼', '밀 그리핀 쇼' 로 도나휴쇼의 경우 필 도나휴가 직접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정리가 됐으며 ‘밀 그리핀 쇼’는 존재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다. 미국내 방송 중 이와 비슷한 명칭의 ‘머브 그리핀 쇼’는 있었으나 머브 그리핀 쇼는 방송됐다고 주장한 시점보다 이미 수년전에 앞서 종영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이렇다할 증거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채 루머가 나돌아 P&G측은 “P&G 회장이 쇼에 출연했다면 그 구체적인 날짜가 있을 것이니 그 날짜를 알려주면 미국 본사에 연락을 해 그 비디오의 사본을 받아 함께 확인할 것”을 제의했고 당시 주부편지측도 이에 협조하기로 약속했으나 주부편지측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확인하여 알려 주겠다”는 공지만 띄울 뿐 어떠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서화된 허위사실을 확신한 교회들은 불매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예배시간 광고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P&G가 사탄교와 연루돼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