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햇빛에 반짝거리는 것이 있었어요.
"이게 뭐지?"
호기심에 이끌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쳐다 보았어요.

2
반짝거리는 것은
내 주먹만큼이나 큰 구슬이었어요.

3
지금까지 본 구슬 가운데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보지 못했어요.

살짝 돌리면 햇빛에 반사된 구슬은
서로 다른 빛깔을 하늘로 내뿜었어요.

4
마루바닥에 살짝 굴리자
"티리링"
보석 같이 투명한 소리를 내었어요.

5.
"그게 뭐니?"
옆집에 사는 보람이가 물었어요.
"응. 내 보석 구슬이야."

6
보람이는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구슬을 홱 가져가서는
이리저리 굴려 보았어요.

7
구슬은
"티리리링" 옥구슬 소리를 내며
계속계속 굴러갔어요.

8
"안 돼. 안 돼."
나는 얼른 달려가서 구슬을 잡았어요.


9
하마터면 구슬을 놓칠 뻔 했어요.
나는 보석 구슬을 숨겨 놓아야 될 것 같았어요.

아무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았어요.
잘못하면 조금 전처럼 잃어버릴지도 몰라요.


10.
"음, 어디다 숨겨야 하지?"

나는 엄마가 가꾸는 선인장 화분이 생각났어요.
"선인장 화분 속에 숨기면 가시 있는 선인장이 지켜 줄 거야."

나는 흙 속에 나의 보석 구슬을 꼭꼭 숨겼어요.


11
조금 지나자 보석 구슬이 잘 있는지 보고 싶어졌어요.

"선인장아. 내 보석 구슬 잘 있니?"
선인장은 대답 대신 몸을 움찔했어요.
선인장에는 개미와 무당벌레가 오르내리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벌레들이 보석 구슬에 흠집을 낼 것 같았어요.

12
"음, 어디다 숨겨야 하지?"

나는 집을 지키는 강아지가 생각났어요.
"강아지 옆에다 숨겨 놓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

나는 강아지 집 속에 나의 보석 구슬을 꼭꼭 숨겼어요.


13
조금 지나자 보석 구슬이 잘 있는지 보고 싶어졌어요.

"안녕. 멍멍아.
내 보석 구슬 잘 있니?"

우리집 강아지는 보석 구슬을 지키지 않고
옆집 강아지와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멍멍이는 보석 구슬을 잘 지키지 못할 것 같았어요.



14
"음, 어디다 숨겨야 하지?"

나는 나를 사랑하는 할머니가 생각났어요.
"할머니에게 맡겨 놓으면 아무도 찾지 못할 거야."

나는 할머니와 약속을 하고 나의 보석 구슬을 꼭꼭 숨겼어요.


15
조금 지나자 보석 구슬이 잘 있는지 보고 싶어졌어요.

"할머니. 내 보석 구슬 잘 있나요?"
"그럼 그럼."
할머니는 웃으면서 나를 쓰다듬었어요.

나도 웃으며 할머니 방을 나왔어요.


16
다음 날이 되자 보석 구슬이 잘 있는지 보고 싶어졌어요.

나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홍시를 할머니께 드렸어요.
"할머니. 내 보석 구슬 잘 있나요?"
"그럼 그럼."
할머니는 웃으면서 나를 쓰다듬었어요.

나도 웃으며 할머니 방을 나왔어요.


17
다음 날이 되자 또 보석 구슬이 잘 있는지 보고 싶어졌어요.

나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떡을 할머니께 드렸어요.
"할머니. 내 보석 구슬 잘 있나요?"
"그럼 그럼."
할머니는 웃으면서 나를 쓰다듬었어요.

나도 웃으며 할머니 방을 나왔어요.


18
다음 날이 되자 또 보석 구슬이 잘 있는지 보고 싶어졌어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사탕을 드리고 싶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드릴 사탕이 없었어요.

"할머니. 내 보석 구슬 잘 있나요?"
할머니는 누워 계셨어요.
많이 아프시다고 했어요.

19.
"미안. 네 보석 구슬을 지키지 못할 것 같구나."

할머니는 몸이 아픈 것보다
내 보석 구슬을 더 걱정하셨어요.

"할머니, 사탕을 드시면 나으시나요?"
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물었어요.

할머니는 대답 대신 희미하게 웃으셨어요.

20.
나는 보석을 들고 할머니 방을 나왔어요.
사탕을 많이 가지고 있던 보람이를 찾아갔어요.

"웬일이니?"
보람이가 물었어요.

"응, 내 보석 구슬을 줄 게. 대신 네 사탕을 줄 수 없겠니?"
나는 보석 구슬을 주고 대신 사탕을 받았어요.

막상 줄 때는 아까웠지만
할머니 좋아하시는 사탕을 다섯 개나 받았으니까 괜찮아요.


21.
"할머니. 이 사탕 드시고 빨리 나으세요.
제 보석 구슬이랑 바꾼 거예요."
나는 할머니 손에 사탕을 꼭 쥐어 드렸어요.
사탕 다섯 개가 꼭 보석 구슬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기도했어요.
"내가 날마다 보석 구슬을 지켜 본 것처럼
우리 할머니를 꼭 지켜 달라고."
나는 빙그레 웃으며 할머니 방을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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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마태복음 6장 19절 ~ 21절)

너희 소유를 팔아 구제하여
낡아지지 아니하는 주머니를 만들라.
곧 하늘에 둔 바 다함이 없는 보물이니
거기는 도적도 가까이하는 일이 없고
좀도 먹는 일이 없느니라.

너희 보물 있는 곳에는
너희 마음도 있느니라.
(누가복음 12장 33-3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