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 (39)

이 남루한 기분으로 그 남루한 반 지하방으론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강한 반감이 일었다. 어저께의 악몽이 와글와글 부글거리며 다가왔다. 아저씨. 다시 이태원으로 가주세요. 금희는 수정을 하였다. 직진을 하던 차가 우회전을 하려던 참이었다. 운전사가 백미러 속으로 찔러보는 눈길을 피하려고 되도록 오른편 창문 쪽으로 몸을 바싹 붙이고 금희는 아예 눈을 질끈 감았다.…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Nov 23, 2012 03:53 P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 (38)

그녀는 자기 생의 목표를 명확히 가늠할 수 없고 모호할 따름이었다. 너무 외로웠던가. 진한 허무의 무게에 짓눌렸었던가. 매일 보는 대상이 의사와 기계적인 간호원들 뿐인, 사슬 없이 수감된 수인이었던 것을. 세상은, 흰 병실마다 팔에 주사바늘을 꽂고 누워있는 결핵환자들과 욕심을 따라서 펄펄 뛰어다니는 바깥세상사람들과의 두 부류인 것만 같은 느낌이었었다. 그게 하…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Nov 15, 2012 07:21 A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 (37)

금희가 한국 민속예술제의 표를 보여주었다. 그이가 출연해. 봉산 탈춤을 춘대. 신애는 금희가 이신중 씨를 그이라 호칭하는 게 놀라웠으나 뭐라고 하진 않았다. 분홍옷의 땅딸막한 창녀의 팔을 끼고 누추한 골목으로 돌아가던 헐렁한 그의 뒷모습, 신애는 침묵했다. 오늘 밤 7시야. 가자. 금희는 보라색 플레어스커트 위에 어깨에 구름 같은 주름이 진 우아한 블라우스 차림…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Nov 01, 2012 11:24 A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 (36)

너를 잘 돌봐주라고 당부하더라. 불규칙한 식사와 네 건강이 염려된다고. 흥. 신애는 콧방귀를 튕겼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뭔가, 픽 웃음이 나왔다. 왜 그렇게 위악적이니? 금희는 낮게 웅얼거렸다. 신애는 괜히 심사가 뒤틀려져서 위선보다는 그편이 낫다고 너도 느낄 텐데, 쏘아주었다. 마음에 없는 말들을 지껄이다 보니까 눈물이 비칠 것 같은 절박한 기분이 되어 신…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Oct 25, 2012 09:33 A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 (35)

공군은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했고, 끝내 신애는 이름 같은 걸 알 필요가 뭐냐고 고개를 저었다. 내일 동화백화점 음악실에서 약속했었죠? 취소. 지금 왔잖아요. 이름을 알자고, 공군은 단념을 못 한다. 아까 식당에서 말했는데요. 림. 수풀 림(林)이라고. 그가 피식 웃는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일서오빠---?‘ 아주 먼 시간이 지났다. 인간을 완성시키는 것은 시…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Oct 18, 2012 01:06 P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 (34)

경상도 억양의 공군과 열대식물이 가득한 집에서 신애는 초밥을 먹고 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내다보던 공군은 미안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어딜 급히 가는 것 같았는데, 나 때문에 약속을 어긴 겁니까? 지금 가도 돼요. 식당에서 나와 신애는 급할 것 없는 이신중 씨의 탈춤 연구소를 향해 바삐 걷고 공군은 따라 갔다. 두 둥 둥둥둥---둥둥둥. 세 가면이 춤을 추고 한 …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Oct 09, 2012 04:50 P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 (33)

병약한 몸으로 신애는 들쑥날쑥 학교엘 나갔다. 우기가 시작되면서 1학기 시험이 끝났다. 건강때문만이 아닌, 전통 없는 대학도 적성에 어긋난 과선택도 도무지 수긍할 수가 없고 싫었다. 신애는 건강을 회복하여 내년에 원하는 대학에 도전할 결심을 굳혔다. 운명인 걸까. 아버지의 사망 후, 일 년이 되도록 집에 박혀 독서에만 열중하고 있을 때, B대학 교육과를 낙방한 성아…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Sep 30, 2012 01:12 P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32)

어떻게든 정설리의 사슬에서 풀리고 싶다고 이 악문 금희의 말에 신애는 전기스위치를 올린 것처럼 정신이 확 깨었다. 하지만 신애는 뭐라고 한마디도 묻지 못하고 침대에 눕고 말았다. 신애가 눈을 떴을 때 맞은편 벽에 압핀으로 꽂은 외국 국기가 보였다. 저건, 어떤 나라의 국기야? 신애가 물었다. 희랍. ‘희랍의 국기라니---?’ 신애는 아득하다. 너, 희랍이 어디 있는 나…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Sep 21, 2012 02:09 P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31)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귀 기울이며 그녀는 방금 보고 있었던 숏 컷한 커리커츄어를 노트 갈피에 끼웠다. 오늘을 산 것 같은 기분이 슬며시 마음을 채웠다. 금희가 신애 머리 달라졌네 하자, 어머 쟤 좀 봐, 오늘 컷 했니? 상큼하고 예쁘다, 하고 성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살찐 얼굴이라 난 안 어울리겠지? 착한 성아는 살짝 눈을 흘긴다. 성아의 굽실굽실 숱 많은 …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Sep 21, 2012 01:59 P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30)

이렇게 불규칙한 생활을 하지 말아야 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음식과 약을 시간 맞춰 먹고 제대로 잠을 자야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면 느낄수록 그녀는 그런 규칙동사와 같은 생활에서 멀어져 갔다. 그녀는 잘 먹지 않았고 잘 자지 못하였다. 제때에 먹고 자고 깨어야 한다는 의사의 지시를 동의할 수도 실행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지갑에 화폐가 있는 한 그녀…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Sep 05, 2012 07:06 A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29)

그만큼 타인의 오해를 사게 된다는 걸 그녀스스로는 모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영혼에 내재한 정신을 읽지 못한 채 겉보기로 안이하게 정의해 버린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그것에 그녀는 일종의 상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그녀는 타인에 대한 이해라고 단정 짓는 그들의 곰팡이 낀 고정관념을 내심 무모하고 경박하게 여기고 있었으니까. 명동까…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Aug 31, 2012 10:56 A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28)

연일 추운 날씨만큼 폭격도 수그러들 줄 몰랐다. 엄마와 동생들이 피난을 떠난 날 밤, 앞집이 폭격을 맞아 문간채가 폭삭 내려앉았다. 하루 밤새에 시내의 중심부인 부촌은 폭격에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근심과 두려움에 지친 아버지의 병세는 하한선으로 치달았다. 죽조차도 토하시고 정신마저 혼미해져 갔다. 공포와 불안 속에 시간은 더디게만 갔다. 모든 일상의 틀은 뒤틀…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Aug 24, 2012 06:33 A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27)

신애는 얼굴에 팥알 같은 두드러기가 나서 자기 방에 누워 ‘학원’을 읽고 있었다. 어저께 S언니의 생일 초대에 가서 싫다는 말을 못하고 닭고기를 먹은 게 탈이 난 거였다. 점심에 먹은 두드러기 약 때문에 깜빡 잠이 들었었나 보았다. 갑자기 후다닥 뛰어 들어온 사내동생이 부르는 소리에 신애는 눈을 떴다. 큰누나, 학교 뒷산에 명자하구 은애 누나가 쓰러져있어. 미군들…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Aug 09, 2012 05:24 P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26)

일서는 금방 몸을 추스르고 일어났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계절이 바뀌자 아버지가 몸져누우셨다. 누님의 아들이라는 혈연관계를 넘어 아버지는 일서를 신뢰하여 소년에 불과한 일서와 자주 심각한 이념과 전쟁후의 나라사정이며 일서의 진로문제를 나누곤 하시었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과 식민지백성으로 전쟁에 끌려가 생사를 넘나들던 경험담과 도달하고자 한…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Aug 02, 2012 03:05 PM KST

[장편소설] 바다는 알고 있다(25)

깊은 밤.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신애의 귀에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었다. 이명인 걸까. 가만히 청각을 집중해 보았다. 역시 조심스럽게 대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가느다랗게 신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이명은 아니었고, 집안은 잠들어 고요하였다. 문간채는 일서가 평양으로 떠난 후 고모가 할머니 댁으로 가서 비어있고, 가운데 방에 몇 달 살던 …

크리스천투데이=김은애 기자 | Jul 19, 2012 06:53 AM KST

1 2 3 4 5 6 7 8 9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