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기도하라
그러므로 기도하라

송태근 | 샘솟는기쁨 | 248쪽 | 14,000원

저자에 의하면, 기독교인은 기도를 통해 신앙의 본질을 하나의 형태로 담아낸다. 기도는 하나님을 함한 우리의 태도를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기도는 기독교 신앙의 총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을 통해 기도를 배워야 한다. 기도를 배운다는 것은 기술을 익힌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위 ‘응답받는 기도의 비법’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독교의 기도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아는 만큼 기도하게 되고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을 경험하게 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4-5쪽).

그러면 저자는 기도를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첫째로 “기도는 하나님이 먼저 준비하시는 일”이다.

우리는 기도하러 하나님께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도할 수밖에 없는 갈증을 일으키시고 부르짖을 수밖에 없는 모든 여건을 만드신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렇게 기도하도록 역사 속에서 준비하신다는 것이다.

그리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우리는 기도에 대한 목마름과 사모함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기도하러 나오는 것이다(19쪽).

우리는 절박함, 절실함을 가지고 기도의 자리에 나아간다. 하지만 그 절박한 문제 자체에만 시선을 고정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절실한 필요 때문에 기도하는데, 하나님은 그 단순한 인간적인 필요를 넘어서, 하나님의 경이로운 역사를 반드시 준비하십니다.

그러므로 기도의 절실함으로 하나님 앞에 나올 때, 절실함과 목마름에만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것을 넘어 우리의 인생을 통해 하나님이 펼쳐 가실 경이로움이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믿으시기 바랍니다(20쪽).”

우리는 우리의 작은 기도조차, 심지어는 사사로이 보이는 간구조차 하나님의 경영에 쓰임 받는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기도하는 것이 복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도해서 응답받아 무엇을 얻는 것이 복이 아니라, 하나님께 기도하는 자리 자체가 하나님의 놀라운 십리 가운데로 들어가는 복된 자리라는 깨달음을 저자는 전한다.

둘째로 “기도는 하나님께 주권을 맡기는 태도”이다.

기도는 우리 모든 삶의 회로애락과 수많은 사건, 사연들을 하나님께 맡기는 싸움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알아 갑니다.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사랑, 그분의 주권을 의지하는 법을 배위 나가는 것입니다. 그 상태를 성경에서는 겸손이라고 표현합니다. 늘 비천한 심령이 되어서 하나님께 기대는 것입니다(25-26쪽).”

기도는 내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도의 승패는 나에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도는 내 싸움이다.

내 안에 여전히 붙들려 있는 세상 것들에 대한 의지와 신뢰를 내려놓고, 하나님께만 오롯이 내 인생을 의탁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도는 내 뜻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뜻이 드러나는 자리라고 말한다.

셋째, “기도 시간은 ‘하나님의 경영과 계획’을 먼저 듣는 시간”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를 잘 못한다. 기도의 자리에 나와서 마구 자기 이야기를 쏟아 내고 나서는, ‘알았죠, 하나님?’하고 기도 자리를 뜨고 만다.

제네바의 종교개혁자 칼빈에 따르면, 기도란 마음을 열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태도이다. 무슨 기도를 했는지는 다음 문제다.

송태근
▲저자 송태근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우리가 영적으로 미숙한 상태에서 ‘엉터리 기도’를 드릴 때,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어 두신다’고 저자는 말한다. 야곱이 벧엘에서 서원하는 기도를 했을 때도 하나님은 그 기도를 들어 두셨다!

“너 왜 기도를 그 따위로 하냐!”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고, 그냥 들어 두신다. “갓 태어난 강아지가 눈 뜨듯이 하나님을 알아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냥 들어 두시는 것입니다(105쪽)”.

기도는 하나님이 세상과 역사를 경영하시는 수단이며, 하나님의 일을 선포하는 일이다. 또 미래에 대한 투자다.

우리는 하나님의 경영과 하나님의 마음을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져야 한다. 그런 기도를 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원해야 한다고 저자는 권면한다.

넷째, “기도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기도는 내 인생의 ‘정권을 교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도는 살아가는 힘을 바꾸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주님께서 듣고자 하시는 기도는 공동체의 슬픔을 끌어안고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이다. 그리고 고난 속의 기도는 공동체의 죄를 보게 한다. 하나님은 한 사람의 눈물의 기도를 찾으신다.

“우리는 무조건 살아계신 하나님 아버지께 나아가서 눈물을 흘리든 콧물을 홀리든 모든 필요를 그분께 구해야 합니다. 응답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맞고 틀리고 하는 그 문제가 아닙니다. 그 행동 자체가 바로 하나님을 아버지로 인정하는 태도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열심이 우리를 기도하게 하신다는 것을 기억하며 기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도를 통해 아버지가 누구이신지를 배워야 한다. 동시에 그 기도는 마지막 진짜 결론인 이웃 사랑으로 나아가는 결단의 행위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웃 사랑의 삶을 살겠다는 결단이 기도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동양 종교들은 자꾸 내면과 심리적인 쪽으로 기도를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팀 켈러에 의하면, 기도가 너무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면 신비주의에 빠진다. 귀담아 들어야 할 경고다. 기도의 균형을 잡는 데 필요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 송태근 목사가 2019년에 삼일교회 새벽 강단에서 기도에 관해 성도님들과 수차례 나눴던 말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도의 본질을 밝히고 기도의 궁극적 지향을 제시하는 금언 같은 메시지가 곳곳에 숨어있다. 그 보화를 발견하는 기쁨을 독자도 누리기 바란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