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스
▲뮤지컬 지저스 스틸컷. ⓒ손남목 제공
수백만이 관람한 국민 연극 ‘보잉보잉’을 기획한 손남목 감독. 그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돌아왔다. 공연과 방송 출연에 에세이집 출판까지.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여러 모로 바쁘게 지내고 있으면서도 “2020년에는 더 부지런하게 살고 싶다”며 특히 지금은 뮤지컬 ‘지저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 ‘지저스’의 원작인 ‘가스펠’을 국내에서 공연한 바 있다. 당시의 공연 영상은 여러 교회에 판매가 됐고, 알게 모르게 국내 ‘가스펠’에 영향을 주었다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지저스’라는 이름으로 감동과 재미, 공감으로 무장한 프로페셔널한 공연을 준비했다. 첫 공연은 15일이다.

-뮤지컬 지저스는 어떻게 제작하게 되셨나요.

“2020년도에 새 작품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제가 어떻게 보면 돌아온 탕자예요. 원래 교회를 다니다 안 다니게 된 사람인데, 부인의 소원이 제가 다시 교회를 다니는 거였어요. 그런데 기독교와 관련된 뮤지컬을 좀 했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집안에서는 교회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저희에게 투자하고 계신 분이 때마침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너무 신기했습니다. 운명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이요. 결국 저는 이 작품에 몰입하면서 교회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제기 교회를 다시 다니니 부인이 무척 행복해하고, 그 기운을 제가 또 받고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거 같아요. 자고로 부인 말을 잘 들어야 해요. 부인 말을 들었더니 요즘 정말 행복해요. 신났어요. 기분 좋은 하루하루를 만나고 있습니다.”

-새 작품의 두려움은 없는지.

“부담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제가 예전에 흥행한 작품이 많아서 부담이 있다고 하기보다는, 연극계에서 선배가 되어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돈이 있어야 공연을 계속할 수 있고, 자본이 많이 들어가니까 흥행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후배들이 따라갈 길을 먼저 걸었던 사람으로서의 부담감이 커요. 선배로서 더 창의적이고 성의 있고, 완성도 있는 공연에 대한 책임감이 있습니다.”

-‘록’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오셨더라구요.

“기독교 작품이라고 하면 경건하고 조용한 것을 예상을 할텐데, 모든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또 록이라는 장르가 갖고 있는 에너지, 그리고 경쾌함, 신나고 같이 웃을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아울러 힙합도 있습니다.”

-공연 캐스팅이 화려한데요.

“제가 워낙 오래 공연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인맥 형성이 잘 돼 있는 상황이어서요. 이번에 가창력이 아주 좋은 친구들이 모였어요. 배역이 8개인데, 이번 공연은 캐릭터가 명확하고 철저합니다. 몇몇은 오디션을 통해 신인을 뽑았는데, 기량 좋은 친구를 많이 뽑아 그 또한 복이라 생각합니다.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있어요. 상당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이 중 제프리 역할을 맡은 이봉준, 김성현이라는 신인 배우가 굉장히 기대됩니다. 신선함과 패기, 그리고 열정을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신인이 가진 풋풋함은 저희 연습할 때에도 많이 느끼고 있는데, 관객도 동일할 거라 예상합니다. 많은 청량감을 줄 거라 생각합니다. 또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안무 선생님도 뮤지컬 계의 최고라고 일컫는 분이에요. 그분이 안무를 너무 멋지게 꾸며주셨고, 소극장에서 오랜만에 탄탄한 크리스천 뮤지컬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날 겁니다. ”

손남목 감독
▲손남목 감독은 뮤지컬 ‘지저스’에 대해 “예수가 아주 친근한 친구처럼 표현되어 비기독교인들도 그의 인류애적인 사랑을 공감하고 함께 웃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신의 기자
-제목을 ‘가스펠’에서 ‘지저스’로 바꾼 이유가 있나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확하게 와닿게 직설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이건 ‘기독교 소재의 공연’이라고 확연히 인식될 수 있게, ‘예수님 이야기’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2000년도 초반에도, 제가 한국에서는 앞장서서 이 ‘가스펠’ 공연을 했었어요. 그때에도 비기독교인들의 항의 아닌 항의를 들었습니다. 속상했죠. 그래서 이번에는 더 직설적으로 표현했어요. ‘들어오실 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시길 바란다’는 의미가 큽니다. 누군가는 예수님 이야기인지 모르고 왔다가 반감을 가질 수 있거든요. 그 분들을 위한 배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공연보다 비기독교인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무척 재밌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두 번째는 원작인 ‘가스펠’ 공연을 아마추어들이 한동안 많이 했었어요. 이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이라는 것을, 그만큼 새로워졌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변신이라고 생각을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공연 하고 일주일 지나면 입소문이 어마어마하게 날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어요.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기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연습도 웃음이 넘치고 흥겹습니다. 성공을 확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말 재밌거든요. 깜짝 놀랄 겁니다. ‘난다 긴다’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 모여서 ‘이 정도까지 만들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작품 구성이 많이 달라졌고, 많이 좋아해주실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배우들은 다 크리스천인가요?

“출연진이 18명인데 100% 크리스천은 아니에요. 60%가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40%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거나 무교에요. 그렇기에 이 작품이 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크리스천만 모여 있으면 갇힐 수 있었을 텐데, 객관적으로 작품을 생산해내는 과정에서 훨씬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크리스천이 많이 보러 오실거라 생각하지만, 비종교인도 거부감 없이 다가올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 의도입니다. 배우조차 넌크리스천이 있다보니 굉장히 쉽게 보실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인간적인 예수님, 우리의 친구 되신 예수님의 모습을 최대한 부각시켰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작품을 하면서 다들 교회를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개그우먼 김지선 씨의 전도로 오늘 처음 연예인 예배를 가는 친구도 있구요. 교회를 못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하나님을 안 믿거나 예수님을 안 믿는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요즘 교회 이미지가 훼손되는 걸 보면서, 사람이 싫어서 교회를 못 간다거나 하는 걸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우리가 전도에 목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공연을 보면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체험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독교 이미지가 대중에게 좋지 않을 때 참된 의미를 깨끗하게 선보이고 싶습니다. 저희 작품이 대한민국 기독교 안에서 예쁜 작품, 희망이 됐으면 좋겠어요.”

-공개된 일부 영상을 보니 원작 ‘가스펠’과 달리 각색이 많이 된 것 같은데요.

“완전히 달라진 느낌입니다. 비록 200석 소극장이지만, 1000석 공연장과는 색다른 감동과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배우들 땀방울 하나하나 다 보이는 거리에서 전문적인 공연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기독교 소재를 다루면서 이렇게 전문적인 구성원들이 장기간 공연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아마 ‘마태복음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신기하다고 여기시면서 볼 것 같아요.

또 ‘보잉보잉’의 성공 요인이 굉장히 재밌었다는 것이었는데요, 결국 재미있는 작품이 성공한다고 확신을 갖고 있어요.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 공연을 재밌게 만드는 거예요. 이 측면이 ‘지저스’에도 연결됩니다. 자신이 있어요. 굉장히 재밌게 만들고 싶었고, 또한 수준이 있는 재미를 원했습니다. 예수님 이야기를 하면서 정제하고 수준을 지킴과 동시에, 최선을 다해 최고의 재미가 있게끔 했습니다. 제가 말하는 ‘재미’란 단순히 웃기다는 말만이 아니라, 감동과 웃음, 공감이 명확하게 들어간 ‘재미’를 말합니다. 그걸 충족시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했어요. ‘보잉보잉’만큼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엄청난 감동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공연이에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 엄청난 감동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손남목 감독
▲손남목 감독은 “지저스 작품을 통해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저희 부부는 2020년도를 정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의 기자
-‘지저스’에서 가장 초점을 둔 것이 무엇인가요?

“예수님의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했습니다. ‘예수님’이라고 하면 멀리 있는 신적 존재로 여길 수 있는데, 친근하고 우리와 가까이 있는 분, 바로 옆에서 언제나 함께하신다는 느낌의 친구라는 개념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이 주는 의미를 다 같이 한 번 더 되새김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즐겁게 경쾌하게 보여드립니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는 관객이 많은 눈물을 함께 흘릴 거라 생각합니다. 연습하면서도 많이 울어요. 그 장면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쉬었다가 할 정도입니다. 억지 감동이 아니지요. 저희는 소극장이기 때문에 억지로 감정적 연기를 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거든요.

공연을 끝내놓고 많은 크리스천과 넌크리스천들이 모니터링하고 토론하게 해보고 싶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관객과의 토론 시간을 갖고 싶어요. 저희의 의도를 어떻게 느껴주실까 궁금하거든요. 너무 친근하게 표현해서 안 좋게 보시는 분도 있을 테고, 또 친근하게 다가와서 고맙다고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성경 말씀이 우리 눈앞에서 입체감 있게 형상화됐을 때 주는 재미가 있기에, 꼭 크리스천에게 추천을 드리고 싶어요. 활자로 본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장면과 매칭되며 재미가 극대화될 겁니다. 그래서 크리스천이 보실 때 훨씬 재밌을 거예요. 약간 아는 내용이 형상화됐을 때 적극적인 재미가 있을 수 있거든요. 목사님들과 의식 있는 크리스천들이 와 주시면 몹시 많이 손뼉을 치게 되실 것 같아요.”

-성경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스포일러당하는 느낌이 들지는 않을까요?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아는 성경 한 줄이 이렇게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놀랄 거예요. 크리스천들에게는 그런 것에서 오는 놀라움과 재미가 있을 거예요. 노래와 연기가 다 들어가서 훨씬 쉽게 빨리 이해할 수 있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쉽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는 공연이죠. 아마 공연을 보시면 ‘마태복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그 광경을 다 봤다’라고 하시는 정도가 되실 수 있을 거예요.”

-청소년과 청년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로인데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 청소년기에 문화 예술을 접하는 것에 대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릴 때, 공부와 동아리, 취업, 음주가무에 휩쓸리다 보면 예술 문화를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요.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문화생활을 못하게 되구요. 그러면 결국 어색해서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가 없어지게 돼요. 어릴 때 문화 예술을 호흡할 때 평생 삶의 질이 바뀌는 걸 얘기하고 싶어요.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씀이 있으시다면.

“제가 단시간이지만 성경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성경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까 대본을 더 깊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성경이 너무 재밌어져 버렸어요.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바쁜데 성경공부를 계속하고, 또 알고 싶고 또 알고 싶고, 그런 상황입니다. 묘미가 있더라고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밌습니다. 배우들과도 짧은 시간이지만, 성경공부도 하고 기도하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작업이 제게 매우 영광스럽고, 또 따뜻한 기억이 가득합니다. 배우들도 잊지 못할 거 같아요. 공연이 잘 돼서 1년, 2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훨씬 더 공부해가면서 관객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