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뽑기 신년
▲송구영신예배에서 ‘올해의 말씀’을 뽑고 있는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한 해를 시작하며 각자 교회에서 송구영신예배를 드렸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 시간을 하나님께 예배드림으로써 마무리하고, 한 해의 첫 시간을 하나님께 예배드림으로 시작하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예배를 많이 드리더라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하나님 원하시는 것으로 변화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예배가 바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020년 1월 1일은 수요일입니다. 2019년 12월 29일, 우리는 작년 마지막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틀만에 또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에게 존재론적 변화가 있었습니까?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3일 동안 두 번의 예배를 드린다고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기 위해,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에서 포로 생활 후, 모세를 통해 출애굽을 하게 됩니다.

그 때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날을 새해 첫날로 정했습니다. 그들이 이집트에서 포로가 된 날이 어제라면, 오늘은 포로에서 자유인이 된 날입니다. 이틀 사이에 존재론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은 해방이 된 그 날을 새해, 새날로 정했습니다. 그렇다다면, 우리 삶도 하나님이 나를 죄의 포로에서 구원해 준 은혜에 감사하고, 더 이상 죄의 포로가 아니라 자유인의 삶을 살게 됨을 기쁨으로 맞이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가 다 새날, 새해, 새로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송구영신예배를 하나님께 드린다면, 단순히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해 하루 24시간이 지나고, 그 24시간이 365번 지난 또 하루의 날은 내 생애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새 날, 새 해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마음으로서의 송구영신예배가 아니라, 이벤트로서의 송구영신예배는 참 안타까움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경구절을 뽑는 이벤트입니다.

성경구절 뽑기가 너무 세속적인 점도 문제입니다. 성경구절을 뽑기 위해 나와 가족의 소원 제목을 봉투에 적고, 그 안에 얼마의 돈을 넣은 뒤, 그것을 내면 담임목사의 안수기도가 이어지고, 안수기도를 받은 자에게 성경구절이 적힌 카드를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웃긴 것은 그 카드를 받은 사람들이 이 말씀은 진짜 나에게 주는 말씀이라고 서로에게 이야기하면서 기뻐하는 것입니다.

성경 속에 기록된 말씀은 내가 뽑은 그 말씀만 나에게 주신 말씀이 아니라, 성경 66권 전체가 나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특히 성경카드에 적힌 말씀은 다 위로, 격려, 칭찬, 물질의 복, 자녀의 복 등 세속적인 것을 성취(?)하기에 적합한 말씀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경에는 물론 그런 말씀도 있지만, 우리의 죄를 지적하고 죄에 대한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도 있습니다. 그런데 성경카드에 그런 말씀은 아예 없지 않습니까.

이런 일이 꼭 무당에게 복채를 내고, 부적을 받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거기에 그 말씀 카드를 가지고 담임목사가 대심방을 하면서 내가 뽑은 그 구절을 가지고 설교까지 하니, 카드를 받지 못한 사람은 심방을 받을 수 있는 자격조차 박탈되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이제 우리도 변할 때가 되었습니다. 성경 안에 있는 희망과 긍정, 위로와 격려에 대한 말씀만 찾지 말고, 올해는 성경 전체를 한 번 통독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성경 속에서,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함께 하셨고, 어떤 방식으로 책망하셨고, 어떻게 그들을 구원하셨는지에 대한 말씀을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나에게 적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본질적인 새해, 새 날이 아닐까요?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다이어트 계획도 세우고 여러 가지 계획도 세우셨겠지만, 성경 일독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어떨까요? ‘성경 구절 뽑기’는 그만 하시구요.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미래로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