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A 교수 10일 자격정지 처분에
혜택 입은 환자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

인슐린 펌프
▲환자들이 직접 쓴 인슐린 펌프 효과 기록.
인슐린 펌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한 의사가 보건복지부에서 ‘의사면허 자격정지 10일’ 처분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인슐린 펌프 치료로 상태가 호전된 당뇨병 환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당뇨병 환자들은 “인슐린 펌프는 먹는 약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친오빠 2인을 당뇨로 잃은 뒤 ‘암과 에이즈보다 당뇨를 더욱 두려워하며 경계했다’는 B씨는 결국 당뇨 진단을 받았으나, 인슐린 펌프를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B씨는 “날마다 콩과 현미만 먹으면서 열심히 운동했지만, 체중이 35kg까지 줄면서 죽을 것 같았다. 1999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가까이 당뇨병 약을 처방받아 먹어왔다”며 “우연히 A 교수의 책을 접했고,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돼지고기와 쌀밥을 주면서 ‘다 먹으라’고 하더라. 인슐린 펌프 착용 후 사계절 입았던 내복도 벗고, 병원에 가는 일도 없이 건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껏 먹어도 혈당이 정상이고, 현재 체중도 50.6kg으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인슐린 수치도 9단위에서 2단위로 떨어졌다. 기적같은 현실 앞에 감사드릴 뿐”이라며 “다니던 병원의 만류로 인슐린 펌프 착용을 망설이던 지난 5년 세월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B씨는 “A 교수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고 분개했다.

다른 환자 C씨는 “당뇨병 발병 즉시 인슐린 펌프를 착용했고, 지난 10년간 합병증 없이 잘 살고 있다. 완치는 아니라도, 다른 치료보다 월등하다는 것은 증명할 수 있다”며 “이는 당뇨에 걸린 사람들만 알 수 있다. 가능하다면 직접 법원에 가서 인슐린 펌프의 월등함을 자신있게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A 교수는 40여년 전 당뇨병 치료를 위한 휴대용 인슐린 펌프를 개발해 수만 명의 당뇨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 공로로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상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A 교수는 이에 불복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으나,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에서는 지난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2018구합85679)”고 밝혔다.

A 교수는 방송에서 “인공췌장기 치료를 하면 췌장기능을 회복하니까 완치가 되어 완전히 낫게 된다”고 발언했다는 이유로 일명 ‘쇼닥터 금지법’ 위반으로 자격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쇼닥터’란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뜻한다.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기 위한 법안이 ‘쇼닥터 금지법’이다.

A 교수 측은 “해당 내용은 국내외 다수 논문과 교과서 등에 기재된 의학적 사실로서, 의료기기에 대한 건강, 의학정보를 거짓 또는 과장한 경우가 아니며, 일반 대중에게 오인이나 혼동을 불러일으킬 염려나 국민건강 및 건전한 의료경쟁 질서를 해할 위험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행정소송 재판부도 “원고가 방송에서 약제나 별다른 치료 없이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상태를 ‘관해’가 아닌 ‘완치’로 표현했더라도, 이를 두고 과장된 건강의학정보에 해당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당뇨병 치료법의 단점과 인슐린 펌프 치료법의 장점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마치 인슐린 펌프 치료법만으로 대부분의 당뇨병을 완전히 낫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일반화하는 등 부풀려진 내용을 제공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인슐린 펌프 치료법만이 효과적이라는 오인이나 혼동을 불러일으킬 염려가 있는 건강의학정보를 제공했다”며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보건복지부는 A 교수에게 ‘완치’라는 표현 때문에 ‘의사면허자격정지 10일’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완치’ 표현에 문제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발언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이에 A 교수 측은 “우리는 ‘완치’ 발언에 대한 부분만 대응했을 뿐, 다른 발언에 대해서는 충분히 소명할 이유가 없어서 하지 않았다”며 즉각 항소를 진행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