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기독교학술원
▲김형석 교수는 “은총의 체험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성령은 있을 수 없다”며 “은총의 체험을 하는 이들에게는 성령과 더불어 산다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올해 100세를 맞았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연말을 맞아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은 예수의 가르침으로 시작해 그리스도인의 생애로 끝나고 있다”는 말로 지난 100년 세월을 회상했다.

해당 내용은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이미 공개한 바 있으나, 일반인들도 많이 보는 지면인 조선일보 주말판 ‘아무튼, 주말’에 공개했다는 점이 다르다.

김형석 교수는 “나는 열네 살 때 인생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건강과 가난 때문이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도 모르고, 가난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할 길도 닫혀 있는 듯했다”며 “그러나 꿈을 갖고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다른 사람과 같은 건강을 주시고 중학교에도 가게 해주시면 제가 건강한 동안은 하나님의 일을 하겠습니다’ 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냈다”고 전했다.

이후 “기독교 학교인 숭실중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때였다. 나는 김창준, 윤인구 두 목사의 설교를 듣고 내가 앞으로 믿고 살아갈 신앙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며 “철들면서는 도산 안창호의 마지막 설교를 들었고, 중학교 선배인 고당 조만식의 생애를 보면서 신앙은 내 인생의 사명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신앙은 교회를 위한 교리가 아니고, 인생 모두의 진리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인생관과 가치관으로서의 진리였다”며 “예수의 뜻은 교회라는 울타리 안의 삶을 넘어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자는 다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대학에서는 좁은 영역의 교회 신학보다는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공부했다. 무신론자들의 철학책을 읽으면서 인간은 누구나 진리와 인간애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인간의 철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기독교 신앙에 있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었다”며 “나는 지성인으로서 참신앙을 찾아 살도록 노력했다. 평신도의 한 사람으로 살며 교회를 섬겼고, 교육자로서의 의무에 충실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형석 교수는 “그러는 동안 많은 신앙적 봉사를 했다. 기독교계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설교와 강연에 임했다”며 “기독교 대학은 물론 여러 대학 기독 학생들을 위해 봉사했다. 신학대학의 신앙 강좌도 맡곤 했다. 미국, 캐나다의 대표적인 한인교회에서도 신앙적 가르침을 나누어주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에는 명동성당에서 신앙 간증을 겸한 강연회를 가졌다. 주교신부가 내 애독자였고 신앙의 뜻을 같이했기 때문”이라며 “명동성당 강연회는 앉을 자리가 없어 서서 듣는 이도 있을 정도로 감명 깊은 시간이었다. 성경연구 모임을 수십 년 지속하는 동안에 저서도 여러 권 남길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은 예수의 가르침으로 시작해 그리스도인의 생애로 끝나고 있다”며 “열네 살 때 한 기도가 지금까지 이어져 건강이 허락되는 동안은 하나님의 일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 설교와 저서를 통해 신앙인이 되었다는 감사 인사를 많은 사람으로부터 받는다. 친구 김태길 교수도 깊은 우정을 이어가는 동안에 신앙인으로 인생을 마감했다. 인생의 고아로 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성실하게 살다가 삶의 경건성을 깨닫게 되면 신앙의 길을 택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