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연세의대 명예교수
현대사회의 진보적 성윤리관의 문제점은 성해방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간통죄 폐지 같은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성해방과 성적 자기결정권은 한 현상의 양면인데, 그 현상이란 "나"의 쾌락(본능)의 추구이다. 문제는 쾌락의 추구가 결국 쾌락적이지 않게 끝난다는데 있다. 멋져 보이기는 한지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가 그렇고, 세상의 모든 돈 후안들의 삶이 그러하다. 이는 마치 술을 좋아하다가 몰락하는 알코올 중독자의 말로와 같다.

그런데 우리네 학교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버젓이 가르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실제로 필자는 우리의 어린 청소년들이 청소년 인권차원에서, 자신들에게 성적 자유를 허락하라고 요구한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교육부 성교육 지침에는 아이들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으며, 성적 결정을 할 때 상대방의 인격과 의사를 존중하고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가르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임신과 성병예방을 위해 안전한 성을 가르치라고 한다. 일부 청소년 센터에서는 실제로 안전한 성을 위한 준비물 준비하기와 콘돔을 사용하는 연습도 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 어른들에게서도 그런 충분히 성숙되고 윤리적인 분별과 절제와 책임성을 기대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원기 왕성하지만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에게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성경적 원리에 근거하지 않아도,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윤리적 비판은 충분하다. 즉 성적 자기결정권은 자신이 필요한 것만 요구하는 '이기적'인 태도라 할 수 있는데, 이런 태도는 상대방 또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나 요구와 충돌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전통적인 개념을 가진 부모 또는 부모 세대, 즉 권위자들에 "이유 없는 저항"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에서 젊었을 때의 "저항적" 생각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달라진다.

전통적 성윤리는 말 그대로 전통적으로 인간 경험이 누적되어 역사와 교육을 통해 전승된 것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전통사회나 전통 종교에서는 개인보다 초개인(transpersonal)적인 "욕망의 통제"라는 가치관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화"에 따라 사회에서 "나"라는 개인적인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이 발달하였는데, 이는 인간은 "쾌락(본능)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나이든 어른들은 개인에서도 "초개인적인 통제"가 궁극적인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똑똑한 청소년들도 짧지만 경험을 통해서 이를 알고 있다.  

성적 자기결정이 진실로 자신이 결정하는 것인가 하는 심리학적 논쟁도 있을 수 있다.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의 신념은 무의식적인 진심과 다를 수 있다. '간통은 나의 자유다'라고 말할 때 그 개인의 무의식에서는 양심과 이상(ideal), 죄의식 등이 이에 반대하고 있을 수 있다. 즉 무의식에 있는 성에 관련한 반항심이나 분노, 죄의식이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의식적으로 성 개방을 주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현재 신념이나 결정이 자신의 "내면"의 진심을 속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근 의학적 사실들도 이런 성개방 풍조에 비판적이다. 거두절미하고 한 가지 연구를 소개한다. 미국 질병통계센터(CDC)후원으로 1995년 전국을 대상으로 15-44세 사이 10,000여명의 여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13-14세에 성교를 시작한 소녀들은, 20세 초반에 성교를 시작한 여성들은 평생 평균 2.7명의 성 파트너를 두었던 것에 비해,  평균 13명이상의 혼외 섹스 파트너를 두었고, 그 파트너들도 짧은 시간 내에 자주 바뀌었다.  또한 13세 이전 성교를 시작한 경우는 21세 이후 성교 시작한 여성보다 성병감염이 2배,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은 4배,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3배, 결혼의 불안정성이 2배, 가난은 2.5배, 낙태/유산 경험은 3배, 불행(우울증)은 2배 많았다. 그리고 이 불행은 대를 이어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청소년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해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가 명백해 진다. 인간은 무엇이 자타를 위해 최선인줄 알 수 있게 하는 고유한 이성도 있고, 또한 행동에 옮기는 "의지"(will)도 있다. 정신분석가 알프레드 아들러는 "성욕"(리비도)보다 인간의 의지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나"가 중요한지, 또는 개인을 초월한 "관계" 또는 "전체"가 중요한지, 알게 하여야 한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