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두레마을
▲가을 동두천 두레마을 둘레길 모습.
나는 한 달이 지나면 80세가 됩니다. 4계절로 비추어 말하자면 가을입니다. 가을 중에서도 늦가을입니다. 늦가을을 맞으며, 이해인 시인이 지은 가을의 시 <내 나이 가을에 서서>를 읊조리다, 두레 가족들에게 보낼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서서

이해인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 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 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 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도 옅어 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가을에
겸손의 언어로 채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