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지하철 광고
▲지하철 2호선 사당역사에 걸려 있는 질병관리본부의 광고. ⓒ김신의 기자

세계적으로 에이즈 환자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의 ‘국내 신규 에이즈 환자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규 발생 환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1,206명). 전체 환자 수는 1만명이 넘는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느낀 보건복지부는 최근 2023년까지 에이즈 퇴치를 목표로 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예방관리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질본이 지하철 2호선 역사에 광고한 내용을 보면 정말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에이즈 예방엔 ㅋㄷ이 필수!’라고 크게 적힌 이 광고는 “콘돔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에이즈 및 성매개감염병의 예방법”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성관계로 인한 에이즈 감염이 99% 이상이므로 올바르게 콘돔을 사용하여 HIV/AIDS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 내용대로 ‘성관계’로 인한 에이즈 감염이 99% 이상인 건 맞다. 그러니 콘돔을 사용해 에이즈 감염을 예방하라는 것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나, 근본적인 예방법은 아니다. 또 ‘콘돔만 끼면 성관계를 계속 해도 좋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렇게 무책임한 광고가 어디있나.

질본의 이런 안일한 의식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질본은 ‘UNAIDS’의 자료를 통해 “동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은 이성과 성관계 하는 남성에 비해 HIV에 걸릴 위험이 27배 높고, 마약 등 약물 주사기 공동사용자의 감염 위험은 23배 높으며, 성매매 여성의 감염 위험은 13배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예방에 대해서는 콘돔을 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질본은 다르다. 이들에 따르면 콘돔을 사용해도 HIV에 감염될 수 있다. 남성 동성애자(gay), 남성 양성애자(bisexual man)가 콘돔을 사용했을 때 HIV 감염 가능성은 약 60~70% 낮아질 뿐이다. 그러면서 ‘남성 동성애자, 남성 양성애자가 미국의 다른 어떤 그룹보다 HIV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에이즈 감염에 대한 근원적 예방법은 그 감염 경로를 구체적으로 경고하는 것이지, 콘돔 사용이 아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아 관련 세미나가 개최됐었다. 당시 발표를 맡았던 김준명 연세대학교 감염내과 명예교수는 “여러 대학 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우리나라 10~20대 신규 에이즈 환자 발생 이유를 조사한 결과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가장 빈번한 경로임이 밝혀졌다”며 “보건 당국은 이제라도 주위의 압력과 잘못된 권고에 개의치 말고 오직 국민의 건강만을 위해 ‘동성간의 성 접촉’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가장 위험한 행위임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학교 보건 교육을 포함한 적극적 예방 및 관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질본은 청소년들이 지나다니는 지하철역사에 "콘돔을 끼라"고 광고할 것이 아니라, 남성 간 성관계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경고해야 한다. 이것이 진짜 에이즈 감염의 예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