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는 뇌
창조하는 뇌

데이비드 이글먼, 앤서니 브란트 | 엄성수 역 | 쌤앤파커스 | 368쪽 | 19,800원

반복되는 삶, 사람 우울하게 만들어
반복되는 것에서 기쁨 못 찾는 이유
우리 뇌, 익숙해질수록 무관심해져

반복되는 삶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1993년에 개봉한 <사랑의 블랙홀>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TV 기상 통보관 필 코너스다.

그는 취재차 방문한 마을에서 특별한 일을 겪는다. 매일 반복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와 똑같은 라디오 멘트를 듣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어제 준비하던 축제를 똑같이 준비한다. 어제 넘어졌던 사람은 같은 자리에서 또 넘어진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매일 반복되는 삶에 곧 지루함을 느낀다. 필 코너스는 반복되는 지루함을 피하려고 기행을 저지른다. 여자를 유혹하고 돈 가방을 훔친다. 마을 사람들이 공들여 준비한 축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반복되는 일상은 그를 우울증에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는 자살을 결심한다.

사람들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때 우울해진다. 매일 똑같은 곳에 가고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것을 먹는다. 삶의 모든 것이 반복될 때 좋거나 즐거운 감정보다 우울한 감정이 더 깊어진다. 왜 사람들은 반복되는 것에서 기쁨을 찾지 못할까?

<창조하는 뇌>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반복되는 상황을 견디기 힘든 이유는 ‘반복 억제’라고 알려진 현상 때문이다.

“당신의 뇌가 무언가에 익숙해질수록 그걸 볼 때마다 뇌가 보이는 반응은 점점 줄어든다. 예를 들어 당신이 우연히 새로 등장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보았다고 가정해보자. 그걸 처음 볼 때 당신의 뇌는 크게 반응한다. 뇌가 그 새로운 것을 흡수해 등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를 두 번째로 볼 때 뇌는 조금 덜한 반응을 보인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므로 관심도 그리 크지 않다. 세 번째 볼 때는 다시 반응이 줄어들고, 네 번째 볼 때는 반응이 훨씬 더 줄어든다.”

뇌는 반복되는 상황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익숙해질수록 그 상황에 대해 무관심해지게 된다. 뇌는 무언가에 익숙해질수록 무관심하게 된다.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똑같은 경기를 반복해서 보면 재미가 없다. 똑같은 경기를 계속 보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반복은 일종의 안도감을 주지만 뇌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사실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뇌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인간의 뇌, 무한한 창의성 숨어 있어
동물과의 결정적 차이, 뇌 쓰는 방식
완벽하지 못해서? 혁신 향한 목마름
경험과 주변 원재료 토대로 리모델링

<창조하는 뇌>는 ‘NETFLIX’에서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창의적인 뇌의 비밀>의 원작이다. <창조하는 뇌>의 저자는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과 예술과 과학을 접목해 인간 정신을 연구해온 작곡가 앤서니 브란트이다. 저자는 인간의 뇌에는 무한한 창의성이 숨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과 동물의 결정적 차이는 뇌를 쓰는 방식에 있다. 인간은 늘 혁신을 꿈꾼다. 그러나 동물은 혁신을 원하지 않는다.

혁신을 꿈꾸는 인간의 단적인 모습으로 헤어스타일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은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수하지 않는다. 늘 더 나은 헤어스타일을 위해 고민하며 거기에 드는 수고와 비용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동차와 건물도 늘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한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완벽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혁신에 대한 목마름 때문이다.

“혁신은 ‘옳은’ 것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은 무엇인가’의 문제다. 인간은 늘 미래 지향적인데 거기에는 절대 정착점이 없다.”

인간의 뇌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움직인다. 사람들은 ‘창의성’이나 ‘혁신’이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창의력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이 거센 폭풍우 속에 서서 창의력을 안겨줄 번개가 내리치길 기다린다. 그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기존의 기억과 인상을 기반으로 발전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번개가 내리쳐 불타오르는 게 아니라 뇌 속의 거대한 어둠에서 번쩍이는 수십억 개의 미세한 불길에서 생겨난다.”

뇌
▲ⓒjesse orrico on Unsplash
창의력은 생각의 진공상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주변 원재료를 토대로 세상을 리모델링한다. <창조하는 뇌>에서 창의력의 비밀 3가지를 이야기한다.

1. 휘기

‘휘기’에서는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틀어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게 한다. ‘휘기’는 원형을 변형한다. 크기와 형태, 소재, 속도, 시간 등을 바꿔 온갖 가능성을 열어준다.

1969년 미국인 브래드포드 필립스는 지금과 같이 접는 우산 디자인의 특허를 냈다. 필립스 모델은 내구성이 상당히 우수했으나, 그게 우산의 끝은 아니다.

늘 우산 특허 신청이 밀려드는 미국 특허국에는 우산 특허만 전담하는 정규직 조사원이 4명이나 된다. 예를 들어 센즈 우산은 비대칭 형태라 바람 저항성이 좋고, 언브렐라 우산은 일반 우산과 반대로 위로 펴져 우산살이 바깥쪽이 있으며, 누브넬라 우산은 배낭처럼 등에 매는 것이라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1890년대 초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는 루앙 대성당 맞은편에서 2년간 성당의 정문을 30장 이상 그렸다. 그는 시각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한 채 똑같은 각도에서 성당 앞면을 그렸다.

그런데 똑같은 장면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그림은 하나도 없었다. 모네가 성당을 다른 빛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정오의 태양은 성당 정면을 표백한 듯 창백하게 보여주었고, 황혼녘의 태양은 성당을 붉은색과 오렌지색으로 보여주었다.

한 가지 원형을 계속 새로운 방법으로 그리면서 모네는 ‘휘기’라는 창작 도구를 사용했다.

2. 쪼개기

‘쪼개기’에서는 전체를 해체한다. ‘쪼개기’는 인간의 몸처럼 완전한 것을 분해하고 그 조각을 조립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는 평면을 분해해, 그림 조각 맞추기 같은 입체파의 관점으로 바꿔놓았다. 자신의 거대한 작품 <게르니카>에서 피카소는 쪼개기로 전쟁의 공포를 보여주었다.

초기의 오디오 파일은 용량이 너무 컸다. 몇 년의 연구 끝에 오디오 파일 중에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한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사람 귀로 듣는 데 필요한 것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오디오 파일 용량을 무려 90%나 줄였다. 이것이 MP3 압축 기술의 탄생이었다. 이 탄생으로 아이팟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뇌는 쪼개기로 단단하거나 이어진 것을 다루기 쉬운 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모든 사물을 조각낸 뒤 재건하거나 개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3. 섞기

‘섞기’에서는 2가지 이상의 재료를 합한다. ‘섞기’는 인간의 뇌가 두 가지 이상의 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한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섞은 신화적 존재를 많이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람과 소를 합쳐 미노타우로스를 만들었고 이집트에서는 인간과 사자를 합쳐 스핑크스를 만들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자와 물고기를 합쳐 마미 와타, 즉 인어를 만들었다.

유전공학은 거미염소를 비롯해 인슐린을 만들어 내는 세균, 해파리의 유전자를 내포해 빛을 내는 물고기와 돼지 그리고 세계 최초의 유전자 이식 개로 말미잘 유전자 때문에 자외선을 쐬면 적색으로 빛나는 러피 더 퍼피를 만들어냈다.

일본 엔지니어 나카츠 에이지는 고속 열차 디자인에 새의 부리 형상을 섞었다. 새 관찰을 즐긴 나카츠는 물총새가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부리 덕에 물속으로 뛰어들어가도 거의 잔물결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고속 열차의 앞부분을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열차는 시속 320km 넘게 달릴 때도 소음이 크게 나지 않았다.

영화 <백 투 더 퓨처>는 현재와 과거를 합친다. 인간의 뇌는 형태뿐 아니라 시간을 섞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섞기는 인류 문명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도움을 주었다. 1만 년 전 메소포타미아인은 구리를 캐내기 시작했다. 몇천 년 후 그들의 자손은 주석을 캐냈다. 두 금속 모두 단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두 금속을 한데 섞을 경우 연철보다 단단한 청동 합금이 된다. 청동기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전혀 다른 아이디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섞기는 혁신의 강력한 동력이 된다.

혁신에는 부작용, 실패 위험부담 커
익숙한 것 찾지만, 점점 무관심해져
하나님은 매일, 새로운 말씀 주신다


그러나 혁신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 실패의 위험부담이 크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해서 모두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이 아니다. 1865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세계 공통어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수백 차례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이 실패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혁신적인 운영체계를 내놓기 원했다. 그들은 윈도우 8을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윈도우 8을 보며 너무 멀리 갔다고 비난했다. 결국 윈도우 8의 개발자들은 해고되고 말았다.

덴마크의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예측은 어렵다. 특히 미래 예측은 더욱 그렇다.”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혁신보다 익숙한 것을 찾는다. 하지만 우리 뇌는 익숙한 것에 점점 무관심하게 변한다. 우리 삶도 매일 반복되는 익숙함에 있다면 창의적인 즐거움보다 무관심한 우울에 빠질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반복되는 우울 속에 사는 걸 원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그분은 매일 새롭게 말씀을 주신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의 삶을 창의적으로 바꾸어줄 마법의 지팡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세상을 본다. 말씀을 통해 우리 자신을 보고 이웃을 본다. 말씀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세상의 사고방식과 다른 휘기, 쪼개기, 섞기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 삶을 매일 새롭게 만들어 주신다.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들은 인생이 변했다. 베드로가 그랬고 바울이 그랬다. 하나님이 선택한 사람들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었다.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는 기업들은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갔다. 물론 하나의 혁신을 하기 위해, 100개의 실패가 있었다.

창조는 끝없는 도전 속에 탄생한다. 실패는 시간 낭비이자 노력 낭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창의적인 과정의 핵심이다.

매일 반복되는 삶에 지쳤다면,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자. 하나님 안에서 실패는 그것조차 새로움을 향한 하나의 과정이 된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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