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지는 박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를 게재합니다. 아울러 필자의 요청에 따라, 글이 그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날짜를 맨 아래 밝혀둡니다.

기도 성경
▲ⓒPixabay
[질문]

제발 취업하게 해달라고 수도 없이 기도하여서 겨우 새 직장을 구한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면접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회사로 가는 길에 "주님의 뜻이면 붙여주시고 아니면 떨어지게 해주세요."라고 또 수도 없이 기도했습니다. 올바르지 못한 기도라는 걸 알지만 너무 절박했습니다. 막상 면접에 가보니 서류지원 할 때 보았던 회사에서 내건 취업조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덜컥 붙어버렸어요. 회사가 처음 광고했던 것과 아주 달라서 가서 일할 생각을 하면 막막하고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큽니다. 그러나 제가 이미 했던 기도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주님의 뜻인가요?

[답변]

결론적으로 말하면 질문자님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십시오. 합격한 회사에 출근해도 되고 다른 회사에 다시 응시해도 됩니다. 그렇게 기도했다고 해서 출근만이 주님의 뜻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할 필요까지 없습니다.

그런 서원 기도를 했는데 어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의아해 하실 수 있지만 서원 기도에 대해서 많은 신자들이 잘못 알고 있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하나님 그분의 광대하신 긍휼과 섭리와 주권 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서원 기도는 원칙적으로 하나님께 모든 것을 바치는 일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성령님이 신자의 마음에 강하게 심어주는 소원을 위해서 또 그에 걸맞게 주위 형편이 이뤄져 나갈 때에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하나님께 확실하게 전임사역자가 되라는 소명을 받고 신학교에 진학하여 공부를 마치고 졸업한 후에, 목사와 신학교교수와 선교사와 기타 기독교관련 일들 중에 어느 것을 해야 하겠다고 서원하는 식입니다. 말하자면 평생에 자기 인생의 진로를 걸고 한두 번 정도 서원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혹시 자식이 없는데 아들을 주면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원한 한나의 기도를 자기 소원대로 서원한 것이라고 단순하게 해석해선 안 됩니다.(삼상1장) 첩인 엘가나가 본처 한나를 멸시한 것도 처첩간의 시기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자녀를 낳지 못한 것은 하나님께 저주 받은 것으로 취급되었기에 한나더러 그렇다고 비난한 셈입니다. 한나도 아들을 갖는 것이 결혼한 여자로서 아주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자신이 정말로 하나님의 저주를 받았는지 그분께 확인하고 싶어서 묻고 따진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들을 주면 하나님의 일을 위해 그 아들을 도로 바치겠다고 서원한 것입니다. 실제로 사무엘이 젖을 떼자마자 성막에서만 거주하게 했으므로 한나 개인에게는 현실적 유익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그녀가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구원을 확인하려 서원 기도하여 그대로 응답받았지만 그것도 실은 성령님이 심어준 생각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 사사시대를 끝내고 사무엘로 선지자의 시대를 열려는 하나님의 계획과 주권에 따라서 행한 기도였던 것입니다.

지금 질문자님의 경우는 단순히 자신의 취직 문제를 두고 서원한 것입니다. 취직이란 믿음이나 기도와는 별개로 그 회사의 채용 방침, 회사 정책, 응시자의 실력과 태도 등이 서로 합치 될 때만 이뤄지는 것입니다. 이미 질문 가운데 시인했듯이 사실은 올바르지 못한 기도였습니다. 스스로도 옳지 않다고 인정한 기도였는데 그 결과를 두고 그대로 따라야 한다면 그만한 모순도 없습니다.

이는 학교 성적은 자기가 얼마나 공부를 성실히 했느냐에 따른 것이지 기도한다고 오르는 것이 아닌 경우와 같습니다. 그럼에도 신자라면 시험 칠 때마다 기도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실수나 당황하지 않게 하고, 열심히 공부했던 대로 잘 기억나게 하고, 빨리 답안을 작성하고 여유를 갖고 다시 검토할 수 있도록 등등을 두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회사채용 시의 면접시험에서도 같은 맥락의 기도만 하면 됩니다. 준비한 대로 잘 기억하고, 당황하거나 실수하지 않으며, 특별히 내가 바라고 회사가 광고한 대로의 회사이길 바라는 기도를 말입니다.

지금 자신이 드린 기도부터 스스로 잘못이라고 인정한 위에 회사도 거짓으로 과대 광고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잘못된 회사는 사실상 들어가도 골치입니다. 직원을 착취하기 바쁩니다. 단순히 상식과 이성만으로 이 두 요소를 판단해도 벌써 그 서원에 묶일 필요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단지 기도하며 서원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묶이는 것은 바리새인들처럼 문자적으로 종교 계명을 실천하는 위선적 형식적 믿음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박진호
▲박진호 목사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질문자님을 향해 마련해놓은 인생의 계획이 기껏 그 회사 하나로 그치지 않음을 아셔야 합니다. 훨씬 더 좋은 그분만의 옵션은 수없이 따로 준비 되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설령 당장의 현실적 궁핍이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이 회사에 들어가서 근무해도 된다는 뜻도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예상한 대로 온갖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런 와중에도 주님의 사랑과 권능을 더 깊이 알아가게 하여서 질문자님을 더욱 크게 성숙시키십니다.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인간적인 협량한 생각 안에 협소하게 제한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상상조차 못할 만큼 그분의 인자와 사랑은 광대하시며 신자를 향한 계획은 오묘하고 완벽합니다. 나아가 그분은 인간 신자처럼 당장의 문제에 연연하지 않고 신자의 전 일생에 걸쳐 멀리서 보고 종합적인 차원에서 신자의 유익이 되도록 주관하시는 분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출근하든 안 하든 마음의 소원이 가는 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서원했다는 문제에 매이지 마십시오. 예수님은 오히려 그런 식으로 개인적으로, 그것도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 맹세하는 것은 악이니까 맹세하지 말라고 금했습니다(마5:33-37). 서원기도도 맹세의 일종이므로 함부로 해선 안 됩니다.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출근하던 안 하던 형제님의 전적인 책임입니다. 현실 문제에선 신자도 반드시 성실하게 실력을 쌓고 정직과 신용과 능력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것이 기도보다 훨씬 앞서서 즉, 하나님에게 책임이나 핑계를 돌리지 말고, 행해야만 하는 과제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도는 그런 일을 지치지 않고 잘할 수 있고 또 준비한 대로 잘 적용되게 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2019/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