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다문화 전환 거쳐 다문화 정착 상태
지역교회, 다문화 청소년들 품어줄 수 있는 곳
다문화 역량 증진 교회교육, 역량 갖춘 교사가

기독교 사회복지 세미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최윤정 교수. ⓒ한교봉
‘다문화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2019 기독교 사회복지 세미나가 지난 1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5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신관 4층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교회봉사단(공동대표회장 이영훈, 정성진, 고명진)과 한국기독교사회복지실천학회(이사장 박종삼, 학회장 이준우)이 주최했다.

세미나에서는 한교봉 공동대표회장 정성진 목사의 메시지와 이사장 박종삼 박사의 기도, 학회장 박준우 교수의 인사말 후 대표적 다민족·다문화 국가인 미국 LA에서 관련 전공을 가르치고 있는 최윤정 교수(미국 월드미션대)가 발제했다.

최윤정 교수는 “학령 인구는 연 평균 18만명 이상씩 감소하고 있는데, 다문화 학생 수는 매년 1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은 2012년 0.7%에서 2018년 2.2%로 3배 이상 늘었다“며 “우리나라는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 단계를 거쳐, 이미 다문화 사회의 정착 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다문화 사회의 정착 단계는 다문화 가족 내에 2세가 성장하면서 이주민 공동체의 재생산이 일어나는 단계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나타나는 위험 중 하나는 이주민 2세의 인종적 정체성 혼란과 인종간 사회적 마찰 증대”라며 “우리나라처럼 급진적으로 다문화 사회로 변모했고, 특히 역사 속에서 단일민족 이데올로기에 고취돼 살아온 경우 다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느끼는 갈등과 혼돈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단일민족과 단일문화라는 울타리 속에서 남들보다 조금 못났다고 느낄 수는 있어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 존재에 관해 고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런 다문화 청소년들을 우선적으로 품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지역교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과 함께 울며, 그들과 함께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정체성 문제에 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정체성 문제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자아 정체성이다. 자아 정체성이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전했다.

국제이주자선교포럼 최윤정
▲최윤정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윤정 교수는 “내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지에 관한 형이상학적 질문에 스스로 답변하지 못한다면, 실존적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자아 정체성 문제는 세계관과 깊은 관련이 있다”며 “오늘날 공교육에는 인본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고 진화론을 지지하는데, 우리가 우연히 생겨났고 뜻과 목적도 없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은 자아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인본주의와 달리 기독교 신앙은 인간의 존재론적 질문에 대해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다. 수많은 성경 구절들이 정체성과 관련이 있고(사 46:3-4, 시 139:13-14, 엡 1:5), 하나님과 자녀 된 우리에게 그것을 확증해 주고 있다”며 “기독교 신앙이야말로 청소년들의 자아 정체성 형성에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교회는 주류문화, 다문화 할 것 없이 기독교인으로서 건강한 다문화 사회의 시민이 될 수 있도록 교육적 맥락을 제공해야 한다. 일반 사회 기관은 다문화 교육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교회가 이를 등한시한다면, 시대적 감각에 둔한 것”이라며 “교회는 시대적 화두를 우선으로 껴안고 그것을 사역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윤정 교수는 “다문화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은 비단 이주민과 그 자녀들을 위한 교육만으로는 안 된다. 다문화 사회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주민 집단뿐 아니라 주류 집단까지 포함한 사회 구성원 전체가 다문화 교육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우리는 우선 단일문화 이데올로기로 인해 자신과 다른 문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배제하는 자문화 중심적 메커니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초대교회는 거대한 다문화 공동체였고, 이 공동체를 통해 복음이 이 땅에 전파됐다. 이렇듯 성경은 다문화를 지지한다”며 “다문화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한 교회교육은 다문화 역량을 갖춘 교사에 의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한국교회가 다문화 역량 증진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과 기본적인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지적이고 감정적인 역량을 갖춘 기독교 교사를 우선 양육해야 할 것”이라며 “성서가 지지하는 다문화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기독교 세계관을 갖춘 훌륭한 기독교 교사가 많이 양성될 때, 한국교회는 다문화 시대에 부응하는 교회교육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김범수 교수(몽골국립생명과학대)는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에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담임목사”라며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다문화 주일을 공동으로 지키고, 주일학교 교사들이 먼저 다문화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병용 목사(모자이크 대표)도 “다문화 사회에서 교회의 역할이 소극적 나눔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형제자매와 이웃으로서 서로의 삶을 나누며 공유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며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로 하여금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선교적 차원에서 보다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차원의 접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