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들, 말할 수 없을 만큼 타락해
목회 성공, 퇴직금 액수로 판단 못해
후배들, 전한 말씀대로 살 수 있다면

정근두
▲정근두 목사는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비결에 대해 “제가 권위에 눌리는 걸 싫어하다 보니, 저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유인으로 태어났다”며 “정몽주 후손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대표적인 강해 설교자이자 저술가, 마틴 로이드 존스 연구가인 정근두 목사는 24년간 시무했던 울산교회 담임 목회 은퇴를 한 달여 앞두고 있다. 지난 여름 정 목사는 울산교회에서 2003년과 2013년 전했던 강해 설교를 모아 <읽는 설교 야고보서>를 펴냈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제대로 살지 못해 한국교회 전체가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고 일갈하는 야고보서는 시급한 메시지이다. 44편의 설교를 모은 이 책에서 그는 성도의 삶이 구체적으로 달라져야 하고, 반드시 실천적 경건이 뒤따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주일 설교가 다섯 번 남았다”는 그를 25일 만났다.

-왜 많은 책들 중 ‘야고보서’인가요.

“누군가 그랬습니다. 하룻밤에 다 읽으려고 했는데, 읽다 보니 그런 책이 아니더라고요(웃음). 야고보서 성경 속 한 글자 한 글자를 꼼꼼히 살펴서 쓴 책입니다.

남아공 유학 시절, 새벽기도가 끝나면 저녁식사 때까지 하루종일 앉아서 본문 연구만 했습니다. 저녁식사 후에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서, 하루종일 캐냈던 보화를 어떻게 알아듣기 쉽게 제시할지 살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말씀을 새벽기도회에서 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마음에 기쁨이 가득해졌습니다. 말씀의 빛 속에서 지내다 보니, 전에 없던 기쁨이 생긴 것입니다. 야고보서 다섯 장을 그렇게 연구해서, 서울로 돌아와 개척한 뒤 한 번 강해했고, 울산으로 와서도 주일 설교를 야고보서로 했습니다.”

-책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신 부분은.

“전에 <흩어진 열두 지파>라는 이름으로 나왔던 책인데, 죠이북스와 연결이 되어 다시 나오게 됐습니다. 오병이어를 내놓으면 열두 광주리를 거두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책이 그냥 파묻히기를 원치 않으셔서 감사합니다.

복있는사람에서 2016년 말에 나온 <마틴 로이드 존스에서 배우는 설교>도 우연한 기회에 다시 나왔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이렇듯 참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야고보서 책을 펴낸 후 출판기념회를 했는데, 마지막에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한계시록 강해서도 나왔으면 좋겠다’고요. 정말 건전한 개혁주의 관점에서 요한계시록 본문을 분석한 책이 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나올 예정입니다.

눈앞에 있는 교회 성도들을 넘어, 독자들에게 ‘읽는 설교’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00만 부를 찍는 베스트셀러가 될 순 없겠지만, 1만 부라도 찍을 수 있다면 출판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출판기념회도 출판사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한두 달만에 2쇄를 찍게 돼 감사합니다.”

-개혁주의 관점에서는 ‘행위’를 강조한다며, 야고보서를 오해하거나 비판하는 편 아닌가요.

“우리 신앙의 선배 루터 선생님에게서 ‘지푸라기 서신’이라는 비판을 받은 뒤로, 야고보서가 명예회복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웃음).

바울이 로마서에서 맞닥뜨린 청중들과, 야고보가 야고보서를 통해 만난 청중들은 삶의 정황도, 닥쳐진 신앙적 문제도 달랐습니다.

로마서를 읽는 독자들에게는 ‘믿음으로만’이 굉장히 강조돼야 했습니다. 그러나 ‘열두 지파’로 통칭되던 야고보서의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 전혀 시비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교리가 아닌 삶, 생활과 윤리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두 책의 청중이 다른데, 우리는 그런 것들을 다 생각하지 않고 다른 점만 찾는 것은 문제 아닐까요.”

정근두
▲정 목사는 “목회 성공은 퇴직금 액수로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대웅 기자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한국교회라는 ‘청중’에게 야고보서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어떤 교회에서 새벽기도 시간에 한 성도가 ‘살려주세요’ 하며 울면서 기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만한 상황이 아닌데 싶어, 담임목사가 부교역자를 시켜 알아봤습니다. 한참 말을 안 하다가, ‘드라마 주인공이 암에 걸려서 기도한 것’이라고 하더랍니다.

우리나라에 1천만명 넘는 크리스천들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 한국교회가 어떻습니까?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사람이 현재 전광훈 목사 아닙니까.

지도자들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타락해 있습니다. 중세 상인조합처럼 목사 패거리, 장로 패거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남아 있는 것은, 아침마다 새로우신 하나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정말 참된 신앙은 세속의 사조에 흔들리지 않고,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는 것임을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야고보서는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 아닐까요?”

-목사님 하면 마틴 로이드 존스가 떠오릅니다.

“로이드 존스의 야고보서 설교를 두 편뿐입니다. 그것도 전도용으로 한 설교입니다. 저는 성도들의 ‘빌드업’, 양육을 위해 설교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설교가 어떻게 구성돼야 하는지에 대해, 스승인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증언에 따라 썼습니다.

지금은 로이드 존스 목사님의 설교가 많이 번역돼 읽히고 있습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에서 배우는 설교> 개정 작업을 위해 3년 전 검색을 해 보니, 로이드 존스 관련 목회학 석사 학위 논문은 부지기수이고, 박사 학위 논문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 논문들 대부분에 제 이름도 함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제 논문이 인용됐습니다. 이런 선한 영향력을 계속 미치고 싶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계신데, 자신의 목회를 회고하신다면.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릅니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 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이제 자유롭게 무거운 짐을 벗고자 합니다. 제 인생의 주인은 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인생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주인이 가라시면 가야지요. ‘왜 가야 합니까?’ 이렇게 물을 수는 없습니다.”

-은퇴 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올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웃음). 하지만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 현역일 때도 주인이신 분께서 은퇴 후에도 저의 주인이시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70년 살면서, 제 주인께서 제가 노는 꼴을 잘 못 보시더라고요(웃음). 은퇴해도 ‘놀멍 쉬멍’ 살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이 계획을 세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베드로에게도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그럴 나이입니다.

읽는 설교 야고보서
▲읽는 설교 야고보서 정근두 | 죠이선교회 | 600쪽 | 28,000원
한국교회에서 전임과 후임 사이의 문제는 ‘은퇴’로부터 생깁니다. 원로들이 은퇴를 하지 않고 손을 계속 잡으려 하는데서 모든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은퇴했으면, 은퇴해야 합니다. 확실하게 은퇴하려 합니다.

나머지는 교회의 주인 되신 분께서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 저라도 한국교회가 더 손가락질받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닙니다. 퇴직금 얼마 받았는지 서로 비교해서야 되겠습니까. 목회 성공은 퇴직금 액수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목사가 그렇게 하니, 교인들도 마찬가지가 되는 것입니다.

이후로는 현역이 할 수 없는 영역들을 주님께서 맡기시면 순종할 것입니다.”

-후배들에게 남기고픈 말씀이 있다면.

“매 주일 전한 말씀대로 살고자 노력하신다면, 평안도 있고 겁날 게 없을 것입니다.”

◈정근두 목사는
1949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10대 때 부르심을 확신하고 고려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포체스트롬대학교에서 마틴 로이드 존스 설교 연구로 신학박사(Th.D.)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6년 귀국 후 서울에서 교회를 개척해 시무하다, 1995년 울산교회에 부임했으며, 예장 고신 총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