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백신 양형주
▲양형주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청년사역은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불가능한 사역이다. 그래서 청년사역자는 늘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에 젖어 있어야 한다.

이 때 간과하기 쉬운 것이 은혜를 담는 그릇이다. 은혜가 부어질 때 어떤 그릇에 담겨지느냐를 간과하면, 받은 은혜를 쏟아버리기 쉽다. 때로는 부어지는 은혜를 감당하지 못해 그릇에 금이 가기도 하고, 심지어 그릇이 깨어져 산산조각 나기까지도 한다.

은혜를 담는 그릇은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를 담는 공동체이고, 둘째는 사역자다.

먼저 공동체의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 공동체의 역사가 짧거나 공동체가 부흥과 성장을 맛보는 공동체라면, 은혜를 담는 그릇이 매우 유연하다. 마치 새 술을 담는 가죽부대와 같다.

반면 공동체의 역사가 길어 나름의 규칙과 전통이 형성되어 있거나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공동체의 경우, 그 그릇이 낡은 가죽부대 같아서 조금만 은혜가 풍성하다 싶어도 공동체에 금이가거나 서로를 배척하여 배타적이 되기 쉽다.

이러한 작용은 독일 사회학자이자 프로테스탄트 윤리학자인 막스 베버가 주장했던 ‘카리스마 이론’을 생각하면 쉽다. 어떤 공동체에 은혜(카리스)가 충만한 카리스마적 리더가 나타나면, 공동체는 큰 성장을 경험한다.

또한 성장과 더불어 조직의 유연성이 커진다. 정형화된 틀이 없고, 그때 그때 부어지는 카리스마를 담기에 바쁘다. 이때부터 서서히 체계적인 조직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은혜를 견고히 붙들고 성장·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된다.

반면 카리스마적 리더가 사라지면 공동체의 은혜가 사그라들고, 공동체는 이 카리스마를 어떻게든 담기 위해 조직, 제도, 관습, 틀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틀만으로는 카리스마를 담지 못한다. 결국 화석화된 조직과 관습만이 남고 조직은 관료주의와 후퇴만이 남는다.

생각해 보라. 지금 내가 속한 공동체는 어떤 단계에 있는가? 성장하는 단계인가? 전성기인가? 전성기를 넘어 성숙기에 접어 들었는가? 아니면 관료주의가 만연한가? 아니면 자꾸만 쇠퇴해 가고 있는가?

이러한 공동체의 변화와 함께, 청년사역자가 어떤 공동체에 적합한지도 고민해야 한다. 어떤 청년사역자는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새로운 청년사역을 만들어낸다. 열심히 만나고 밤낮 고민 들어주고 기도하고 떡볶이 같이 먹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워, 20-30명의 공동체를 힘있게 일구는 이가 있다.

청년 리더 사역 핵심 파일
그러나 30명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이전에 했던 사역의 방식으로 30명 이상의 청년사역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역의 ‘기어 변속’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을 고집하다 보면, 그 사역자는 늘 30명 전후의 사역에 머무르기 쉽다.

적을 때는 열심히 사역해서 30명으로 성장하지만, 50명이 모이는 공동체에 가도 1-2년 사역하다 보면 다시 30명으로 줄어있다. 왜 그럴까? 은혜를 담는 사역자의 그릇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역자는 새로운 사역을 시도하고 일으키는 것에 흥분하는 유형이다. 이런 사역자일수록 유연한 조직에 들어맞는다.

반면 새로운 사역을 시도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기존의 것을 잘 유지하고 나가는데 만족하는 사역자도 있다. 이러한 저마다 다른 사역의 스타일은 결국 사역자의 그릇을 형성하고, 그 그릇 안에 부어지는 이상의 은혜는 사역자가 감당하지 못하고 쏟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역자는 새로운 청년사역지로 부임할 때, 공동체의 그릇과 사역자의 그릇 혹은 공동체의 가죽부대와 사역자의 가죽부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 둘이 잘 융합할 때 청년사역은 최고의 사역 시너지를 낸다.

사역자가 사역을 잘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공동체가 잘 준비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 둘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라. 나는 어떤 스타일인가? 어떤 공동체를 만나야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한국교회 리더십코칭센터 원장
명성교회 교육전도사, 천안중앙교회 청년목사, 동안교회 청년부 디렉터
저서 <청년사역>, <바이블 백신>, <키워드로 풀어가는 청년사역>, <청년리더사역 핵심파일>, <내 인생에 비전이 보인다>, <평신도를 위한 쉬운 로마서>, <평신도를 위한 쉬운 창세기(전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