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도 중요하지만, 사랑 나눔에도 더 집중하길
하나님의 얼굴과 사랑 전하는 일 밀려나선 안돼
복지 정책, 영혼 변화 위해 교회 찾는 일 방해도

2019 11월 김명혁 임명희
▲왼쪽부터 임명희 목사, 김명혁 목사, 김철영 목사. ⓒ이대웅 기자
21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이수환 목사)에서 ‘사랑과 섬김의 영성을 염원하며’라는 주제로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 한복협 명예회장)와 임명희 목사(광야교회)의 발표 후 대담이 진행됐다.

김명혁 목사는 매달 교계 지도자들과 신학자 등을 초청해 다양한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는 김철영 목사(세계성시화운동본부 사무총장)가 맡았다. 다음은 그 내용.

-임명희 목사님처럼 특별한 사명을 가진 사람들만 사랑의 실천이 가능한 것인가요? 어떻게 하면 그런 영성을 강화하고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을까요?

김명혁 목사: 스데반 집사와 사도 바울처럼 성경 속에 대표적인 분들이 있습니다. 예수에 미치고, 사랑에 미친 분들입니다. 스데반 집사는 하나님 사랑과 성도들 사랑, 죄인들 사랑에 미친 분이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은 집 있는 사람들이 집을 팔아서 나눠줬습니다. 사도행전 2장과 4장에 가득한 내용들입니다. 안디옥 교회, 빌립보 교회도 그랬습니다. ‘너희 속에 착한 일 시작하신 이가…’, 루디아 한 사람만이 아니었습니다.

모두 손양원 목사님처럼 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나누며 살자는 것입니다. 강변교회에서 시무할 때 구룡마을 사람들을 여러 차례 도왔고, 바자회를 열면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나눔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가 거기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셨던 예수님처럼, 성도들도 그런 일에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임 목사님은 1987년 6월 청량리에서 노숙인들 만나기 전, 그런 사역을 하기 위해 기도하셨나요.

임명희 목사: 아닙니다. 27세 때 예수님을 만났다. 그 전에는 예수님을 ‘4대 성인’ 중 한 분 정도로 알았습니다. 다만 어렸을 때 소설 <상록수>를 좋아했는데, 주인공 채영신의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아 저도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고 계몽하는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난 뒤,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음도 능력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임 목사님은 타성에 젖은 한국교회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에 있으신데요.

임명희 목사: 교회란 하나님의 얼굴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를 보면 성공한 기업, 비즈니스 경영, 마인드 관리, 프로그램 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얼굴, 그 생명의 사랑을 전하는 일은 뒤쪽으로 밀려나 있지 않나 합니다. 그래서 지금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지 않습니까.

-한국교회가 사회복지의 70-80%를 책임지고 있다는데, 아직도 도움이 필요한 음지들이 많습니다.

김명혁 목사: 교회가 제 모습을 지녀야 합니다. 주기철 목사님의 평양 산정현교회, 손양원 목사님의 소록도 애양원교회 같은 교회가 한국 여기저기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설교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들 말입니다.

주기철 목사님 같은 분은 그를 미워하던 공산당 두목도, 그를 고문하던 일제 순사들도 존경했습니다. 그런 분과 교회들이 여기저기에 있어야 합니다. 여기저기 문제가 있지만, 큰 교회라고 다 나쁜 건 아닙니다.

예전 신의주 제2교회는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도왔습니다. 설교도 중요하지만, 이사야 58장에서 고아와 과부를 돕지 않는 그따위 예배와 금식을 하나님은 받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면서 예배드리는 교회들이 일어나야 합니다.

-도움도 필요하지만,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할 때 그들의 삶이 변화되는 것 아닌가요.

임명희 목사: 사역하면서 노숙인, 전과자, 쪽방 거주자, 알콜중독자 등을 수없이 방문하고 만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결국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그들은 도심 속에 있지만 섬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울증이 오고 자살충동을 느껴서, 자살 시도도 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낙을 잃어버립니다. 술을 마셔도, 경마에 몰두해도, 춤을 추러 돌아다녀도 안 되는 것입니다. 그 무엇을 해 봐도, 자기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복지 혜택이 문제가 아니라, 속에서 절망하며 탄식하는 영혼을 위로하고 돌봐주는 역할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그들이 홀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도와야 합니다.

결국 그 일을 위해서는 하나님 말씀, 불같은 복음의 말씀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외로움과 중독, 절망을 깨고 나올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자살을 하거나 술 속에 묻혀 자기를 죽입니다. 그런 분들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알콜, 도박, 인터넷, 약물 등 4대 중독 환자가 330만명이라고 합니다. 두 가정 당 1명꼴로 있다는데, 전문가들은 해결책이 2가지뿐이라고 분석합니다. 땀 흘리는 노동을 하거나, 신앙생활을 통해서.

임명희 목사: ‘하야시’ 동생을 10년간 돌봤습니다. 사람이 되는 듯 하다가도, 술만 입에 대면 넘어갑니다. 술을 안 마시면 완전히 신사입니다. 술을 끊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만, 10년째 대야에 소주 7병을 채워서 마신 뒤에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제 안에서 ‘공든 탑이 무너지는 소리’가 실제로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10년간 돌봐도 안 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동네 건달들이 광야교회 입구에서 ‘목사님, 이 새끼 변화되면 모래알에서 싹이 틀겁니다’라고 했습니다.

에스겔 37장이 떠올랐습니다. 이 사람들이 마른 뼈처럼 보였습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안 돼요. 말씀이 전해지고 성령의 생기가 들어가면, 살아나서 하나님의 군대가 되지 않을까 끝없이 도전하는 것입니다.

이후 전과 27범인 분이 40세에 찾아왔습니다. 이듬해에 고등학교에 보냈습니다. 졸업할 때 꽃다발 들고 찾아가서, 대학을 보냈습니다. 8년만에 졸업했다. 결혼도 시키고 집도 마련해 줬습니다. 취직도 시키고, 대학원도 진학했습니다.

그렇게 15년간 지내서, 사람이 다 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술 진탕 마시고 장 파열로 죽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이거 안 되나?’ 싶더라고요. 하나님께서 이렇게 무력하신가?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물음에 직면했습니다.

-그 좌절과 절망감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임명희 목사: 이렇게 실패하지만, 또 그들을 찾아가고 대화하고 돌보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의 능력이라는 감동이 왔습니다. 우리는 ‘안 돼요’라고 할 수 있지만, 안 되는 그곳으로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십니다.

다시 찾아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씨름하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쉽게 변화되지 않습니다. 회복이 안 되고 새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찾아가서 붙들어주고 기도해 주고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한심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가다 보면, 주변의 다른 분들이 오히려 은혜를 받기도 하고, 성도들도 힘을 얻습니다.

-김명혁 목사님은 조선족 아이들 돕는 사역을 오래 하셨는데, 기쁨과 보람이 있으시죠.

김명혁 목사: 임명희 목사님이 절망적인 상황을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그런 경우도 종종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 직접 복음을 듣고도 마지막까지 변화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않았습니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고, 사탄 마귀가 계속 역사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무슬림을 찾아가든 조선족을 찾아가든, 긍정적인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20여년 동안 조선족 아이들을 도우면서 순수한 사랑의 손길, 도움의 손길을 폈을 뿐, 힘차게 설교를 하거나 전도하지 않았습니다.

무슬림 공산권 지역에서는 그들을 끌어안는 사랑이 중요합니다. 유창한 설교는 이후에 해도 됩니다. 매년 혜택을 받는 조선족 아이들이 달라지지만, 그들의 삶이 변화되고 지역 교회에 나간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현지에서 저희의 부탁으로 아이들을 돕는 분들 역시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절망 중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사람까지 돕고 있습니다. 설교도 중요하지만, 사랑이 더 중요합니다.

-어려운 분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 시스템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임명희 목사: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복지국가입니다. 말씀하신 중증 중독자들은 수급 대상으로 분류돼 지원을 받습니다. 방을 얻어서 생활할 수도 있고, 생활비도 지원을 받습니다. 병원에 수용되는 게 아니라, 개별 공간을 제공하고 생활이 지원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이 중독자들이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서 계속 살게 됩니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상황을 잘 살펴서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도움이 있어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영적 갈급함도 사라져 버립니다. 교회를 찾아올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교회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복지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도와주면서 그들이 망해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교회의 영역을 복지가 가져가면서, 교회가 필요 없어진 세상이 되어갑니다. 영적으로 갈급한 그들은 교회에 나와서 치유와 은혜를 받아야 합니다. 복지국가가 좋은 것 같지만, 이러한 부작용도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가 교회의 복지사역을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그들의 영과 육을 세워줄 수 있는 시스템을 함께해야 합니다. 영적인 부분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복지 혜택을 제공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새 사람으로 만드는 일은 복지로 할 수 없습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김명혁 목사: 임명희 목사님이 어려운 문제를 제시했습니다. 복지 정책이 오히려 복음을 받아들이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교회를 정부가 지원하면 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순수하게 정부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순수한 십자가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랑보다 귀중한 것은 없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다 쓸데 없다고 했습니다. 예수님도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강조하셨습니다.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손양원 목사님처럼 순수한 사랑을 몸에 지녀야 합니다.

제 기도제목이 ‘제물 되는 삶을 살다가, 제물로 죽게 하소서’입니다. 우리 목사님들, 성도님들이 ‘니느웨’까지 찾아간다는 사랑과 섬김의 자세를 가진다면,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토마스 선교사의 사랑과 섬김의 순교가 없었다면, 길선주·이기풍 목사가 나올 수 없었습니다.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까지 사랑할 수 있는 순수한 사랑과 섬김이 필요한 때입니다.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저도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리고, 북한이든 무슬림이든 제 몸을 산 제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좀 변화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