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아침 출근길이면 항상 손을 꼭 잡고 걷고 계셨던

노부부의 발걸음이 몇 달째 보이지 않습니다.
몸져누우셨을까, 입원이라도 하셨을까.......
방정맞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서성이며 지워지지 않습니다.
1년 전 즈음 어느 늦은 오후 퇴근길이었습니다.
아파트 정원 벤치에서 노부부는 다른 부부와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어르신 한 분이 노부부에게 질문을 건넸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리 정답게 손을 잡고 매일 산책을 하시는 거예요?
여기 주민들이 모두 부러워하고 있답니다."
마침 궁금했던 질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발걸음을 늦췄습니다.
할아버지는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시며 대답하셨습니다.
"내 친구 중에 아내가 있는 사람은 나뿐 이라오.
만날 때마다 친구들이 좀 더 잘해주지 못한 걸 후회하면서
'죽고 나니 아내밖에 없더라.'며 나를 부러워한답니다.
곁에서 숨소리만 들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데
나는 몸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지팡이 역할이라도 하려고요."
할아버지의 말씀은 집으로 향하는 내 발길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해가 저물어가는 서늘한 가을 길을 걸으며
사랑하는 이들이 떠올랐던 하루였습니다.

김서영/직장인(사랑의 편지 독자의 글)

*교통문화선교협의회가 지난 1988년부터 지하철 역 승강장에 걸었던 '사랑의 편지'(발행인 류중현 목사)는, 현대인들의 문화의식을 함양하고 이를 통한 인간다운 사회 구현을 위해 시작됐다. 본지는 이 '사랑의 편지'(출처: www.loveletters.kr)를 매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