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제33회 영성포럼
▲기독교학술원 제33회 영성포럼 현장. ⓒ김신의 기자

기독교학술원이 15일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교회와 국가’라는 주제로 제33회 영성포럼을 개최했다.

하나님에 대해 열린 체제와 닫힌 체제

먼저 경건회에서 메시지를 전한 이상원 교수(총신대)는 “성경은 현존하는 정치나 경제구조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규범적 원리를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서구에서 태동하게 된 동기 중 하나는 모든 종교인들이 자유롭게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는 ‘신앙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종교다원주의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말하는 ‘신앙의 자유’는 최소한 하나님을 향해 열려있는 체제라는 뜻”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지닌 문제점, 곧 정치적 주권의 기원을 하나님이 아닌 국민에게 둔다는 점과 권력 엘리트의 조작에 취약한 다수결의 원리를 채용하는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기독교인과 교회는 자유민주주의와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

또 “여기서 전개되는 자유시장경제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보고 경제구조 수립에 반영하지 않는 한 경제구조가 성공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면에서 하나님 앞에 인간이 죄인이라는 신학적면에서 열려 있는 체제다. 또 자유시장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에 의해 사회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뜻밖의 결과가 산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입증되었고 ‘보이지 않는 손’을 신학적으로 ‘하나님의 섭리의 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자유시장경제는 비인간적인 무한경쟁, 담합과 독과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들의 문제가 있지만 이는 사회적 안전망 확충과 정부의 규제 등을 통해 조절할 수 있다”며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 기독교인과 교회는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자유시장경제와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사회주의는 ‘폭력혁명을 통해 부르조아의 자산을 몰수하여 국유화 하고 배급제도를 실시하는 것’과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사회’라는 두 전략을 따르고 있다. 전자는 강력한 독재 권력이 불가피하고 후자는 인간이 이타적 존재여야만 가능한데 이는 현실 속에 거의 없다. 신학적으로 말하면 사회주의는 인간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했다.

또 “사회주의는 이상사회 건설을 절대적 목표로 설정했지만, 현실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유토피아였다.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를 절대화해서 구현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곧 피조물을 신적 자리로 승격시키는 우상숭배에 빠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를 절대적으로 추구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도덕성이 무시되고 집단적 정신분열증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처럼 사회주의는 전무후무한 독재권력, 인간관의 오류, 유토피아의 우상화, 과정의 도덕성 파괴, 집단적 정신분열증을 피해갈 수 없는 파괴적이고 유물론적이며 하나님을 향해 닫힌 구조로 기독교는 사회주의와 공존할 수 없다”며 “한국 사회와 교회는 뼈아픈 회개와 자성의 시간 갖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가의 적그리스도적이고 반도덕적 행태에 대해 비판과 교정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 신앙의 자유 지키기 위해 나서야

이어 김영한 박사(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명예교수, 기독교학술원장)는 “한국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정치 제도적으로 자유민주체제를 지켜야한다”며 “개혁교회 전통에서 교회와 국가 상호 간의 관계는 완전 일치나 완전 분리도 아니고, 교회지상주의나 국가지상주의도 아니며 긴밀한 관계에서 긴장과 협력 관계에 있다. 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 설정은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석일 장성길 김영한 김재성 최윤배 정성구
▲(왼쪽부터) 안석일 교수, 장성길 교수, 김영한 박사, 김재성 교수, 최윤배 교수, 정성구 교수. ⓒ김신의 기자

김 박사는 “현 정권에 들어오면서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인 좌편향 정책에 대한 부작용으로 안보 경계가 무너지고 이념적 성향에 대해 적지 않은 국민이 의구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난 10월 3일 개천절 시위에 역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고, 이후 시위에도 국가 안보를 걱정하는 기독교인들이 교단의 지침 없이 자발적으로 모였다”며 “교회와 정치의 관계를 다시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광화문 시위는 교권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견해를 제대로 표명하지 못하는 주류 개신교단과 달리 신앙 양심을 지키고자 하는 기독교인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구국집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박사는 또 “정교분리는 정부에 대한 교회의 불간섭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를 제대로 말하도록 교회를 보호하는 장치”라며 “국가와 교회는 자유민주 체제의 헌법 안에서 국가는 교회의 신앙의 자유를 지키는 역할을 하며, 교회는 국가가 정의롭게 처리하기를 감시하는 불가분적 관계에 있다. 교회는 사회 정의와 양심의 최종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구약 성경신학적 관점’과 ‘역사신학적 관점’ 및 ‘개혁교회 전통에서 본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 대해 안석일 교수(웨신대, 서울성경신대), 김재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최윤배 교수(장신대)가 발표했고, 장성길 박사(서울성경신학대학원대학교), 정성구 교수(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현 한국칼빈주의연구원장) 등이 논평했다.

개혁주의 전통에서 본 교회와 국가와의 관계

김재성 교수는 “칼빈이 남긴 가장 중요한 공헌은 성경적 교회체제를 실행하고 보여준 것이다. 칼빈이 주장한 교회와 국가에 대한 신학적 개념들은 새로운 형태의 교회정치를 지상에 실현시켰다”며 “개인의 신앙적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의 정치체제로 정착시켜온 배경에는 개혁주의 신학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칼빈이 제네바에서 시행한 제도는 근대사회로 변환되면서 민주 공화제 국가형태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사실은 칼빈주의 교회의 기관(당회, 노회, 총회)은 시민 정부와 관계를 설정하는 중에 저항권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극심한 탄압을 당하던 개신교 교회는 시 정부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교회가 저항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발전됐다”고 했다.

또 “종교개혁자들은 마태복음 18장 17절에 주목해서 ‘교회에 그것을 말하게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중요하게 받아 독립적 치리를 강조했다”며 “종교개혁자들의 노력으로 맺어진 교회의 독립권 확보와 영국 청교도들의 신앙 위에 세워진 미국에서는 종교의 자립과 양심의 자유에 대해 진일보한 입장을 정리해 나갔다. 청교도들은 교회를 무시하는 전제 군주들의 폭정에 맞서 시민들의 민주적 자유를 정착시키는데 엄청난 피의 대가를 지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려할 때 교회가 제시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인식체계는 가장 근본적인 토대가 된다. 국가는 입법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며 교회와 신앙양심에 대해 침범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현대 국가와 교회의 관계를 올바르게 설정하기 위해서는 두 기관이 우주적 하나님 나라의 시행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 위에 있는 교회를 중심으로 국가 건설과 사회의 다양한 결사체들, 학교 등 각종 기관을 통해 확장되고 퍼져나간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한국사회는 급격한 도시화,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 비인간화, 과학이상주의, 진화론을 신봉하는 세속화 등으로 이성주의와 반기독교적 인식을 부추겨왔다. 이제는 기독교의 기본 가치들과 신앙적 윤리를 부정하는 사회현상에 직면해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에서도 기독교 학교의 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 건전한 기독교 언론에 대한 관심과 후원, 복음적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는 국회의원들과 지방 정치인들에게 선거대책 등을 통해 복음의 생명력을 소통시키는 일을 지속 추진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학술원 제33회 영성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이밖에 최윤배 교수가 ‘개혁교회 전통에서 본 교회와 국가의 관계’, 안석일 교수가 ‘구약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 국가와 종교’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안 교수는 “구약 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국가와 종교의 관계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백성과 국가의 관계"라며 "국가는 무너질 수 있지만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는 계속 된다. 하나님의 나라는 결코 실패하지 않으며, 그분의 나라는 이스라엘의 국가와 종교를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