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A. 카슨의 하나님의 사랑
D. A. 카슨의 하나님의 사랑

D. A. 카슨 | 황영광 역 | 죠이선교회 | 127쪽 | 9,000원

하나님의 사랑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럴 수 없다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사랑을 특정지으려 애씁니다. 가령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조건 없이, 제약 없이, 한계 없이 사랑하신다’고 간절히 말하기 원하는 사람은, 수많은 죄인을 지옥으로 보내는 하나님을 부정하기에 이릅니다. <사랑이 이긴다>는 책에서 랍 벨이 그랬듯 말입니다(포이에마, 2011).

반대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사랑이 철저히 조건적이라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그 무엇도 끊을 수 없는 사랑을 받았음에도, 죄책감에 시달리며 잘못하면 하나님께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합니다.

날마다 고해성사를 비롯한 일곱 성사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 죄를 씻어내려고 애쓰는 가톨릭 신자들처럼 말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사랑에서 내침을 당할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어도, 분명히 하나님의 사랑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을 균형 있게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책 원제인 《The Difficult Doctrine of the Love of God》이 말해주듯, 소개가 필요 없는 저자 D. A. 카슨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오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어려운 교리’를 성경의 균형 잡힌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D. A. 카슨은 미국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에서 신약학 교수로 40년 이상 재직했고, 복음연합(The Gospel Coalition)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주석이나 스터디 바이블, 사전 등을 저술하기도 했고(PNTC 요한복음), 다른 신앙 서적도 많이 저술했습니다(그에 반해 한국에 소개된 책들이 적은 편입니다만).

특히 ‘하나님의 사랑’과 관련해 《For the Love of God》이라는 두 권짜리 책이 출간됐는데(1998, 1999, 각각 원서로 400쪽 이상), 그 마지막 시리즈를 장식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복음연합(The Gospel Coalition) 한국 지부에서는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성경의 권위와 신뢰성’이라는 주제로 TGC코리아 첫 컨퍼런스를 열었는데, 그 때 D. A. 카슨을 직접 보고 말씀을 들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저자 D. A> 카슨은 확실히 탁월한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 학자이면서도, 그것을 목회자의 마음으로 성도들에게 전달하려는 동기를 확실히 가진 설교자였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는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염려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성경이 아닌 감정으로만 표현하려는 세상 문화와 그 속에 휩쓸리는 그리스도인들을 염려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에 관한 다른 여러 보충 진리를 대체로 불신하는 문화에 살고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기독교에서 타협할 수 없는 몇몇 기본 요소인) 하나님의 절대 주권, 하나님의 거룩하심, 하나님의 진노, 하나님의 섭리, 그리고 하나님의 인격성에서 축출해 버린다면,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 사유의 최전선에서 그리 길게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 결과로 하나님의 사랑에서 문화가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무엇이든 축출되고 말았다(11쪽)”.

그는 “성경이 말하는 적합하고 균형잡힌 하나님에 관한 교리를 유지하게 해주는 근원적인 질문들을 사유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무신론적 경향이 매우 강한 문화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을 구출해주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18쪽).

그래서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구별하여 목록으로 제공합니다. 카슨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는 성경 구절들”을 구분하여 ①성자를 향한 성부의, 성부를 향한 성자의 특별한 사랑(요 3:35; 14:31) ②창조하신 모든 것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적 사랑(창 1; 마 6) ③타락한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마음(요 3:16; 요일 2:2; 요 15:19; 겔 33:11) ④택함 받은 자를 향하신 하나님의 특별하고 효과적이며 선택적인 사랑(신 7:7-8; 4:37; 신 10:14-15; 말 1:2-3; 엡 5:25) ⑤자기 백성을 향해 때로 일시적이거나 조건적인 방식으로 향하는 사랑(유다 1:21; 요 15:9; 15:10; 출 20:6; 시 103:8-11, 13, 17-18).

한국복음주의신학회 제7차 국제학술대회
▲저자 D. A. 카슨 박사. ⓒ이대웅 기자
많은 그리스도인(그리고 비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오해하는 이유는, 저자의 말대로 성경이 이렇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이들 중 하나를 “절대화하고 배타적인 것으로 여기거나, 하나님 사랑을 이야기하는 다른 방식들을 상대화하여 그것들을 제어할 수 있는 틀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가령 카슨은 “그리스도인은 운명론자가 아니다. 기독교 전통의 주요 흐름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분의 형상을 담지한 자들의 의무를 축소하지도 않는다. 철학적 신학 영역에서는 이 관점을 양립 가능론(compatibilism)이라고 부른다. 하나님의 무조건적 절대 주권과 인간의 책임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72쪽)”라고 말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사랑이 앞서 제시한 5가지 목록 가운데 하나에 절대적으로 해당한다고 보면서 다른 네 가지 목록을 상대적이고 제압될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카슨이 다섯 번째 목록으로 제시한 사랑의 모습처럼, 자기 백성에게 책임을 요구하십니다(조건),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죄인에게 먼저 베푸신 사랑의 성격은 네 번째 목록의 사랑처럼 특별하고 효과적이며 선택적입니다.

책 후반부에 저자가 칼빈의 교리 중 소위 ‘제한 속죄’, ‘효과적인 부르심’, ‘성도의 견인’ 부분과 같이 다른 측면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는 부분을, 이렇게 하나님의 사랑이 다채롭게 성경에 나타난 것을 통해 균형 있게 설명한 부분은 참으로 의미 있고 유익합니다.

서로 강조하는 부분이 달라 틀렸다고 말하는 논쟁을 완화하고 서로 이해하도록 돕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록된 말씀과 그 기록된 말씀이 증언하는 육신을 입으신 말씀을 통해 나타내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 하나님의 성품 중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성품인 사랑(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식은 십자가에서 그 사랑을 확증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에 대한 기록인 성경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사랑, 그리스도인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하나님의 사랑, 심지어 설교자가 자기 생각을 곁들여 설명하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부 이해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하여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찾아보라고 권면합니다. 내 생각이나 다른 이의 견해에 휩쓸려 하나님의 사랑을 오해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하나님께서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쓰신 사랑과 진리의 책 성경, 그곳에 하나님의 사랑이 정의되어 있습니다(‘날 사랑하심, 성경에 쓰였네’, 새찬송가 563장).

이 작은 책자를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저자의 바람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지식에서 자라가기를 기도합니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