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박진호 목사의 신앙문답]을 매주 1회 연재합니다. 미국 남침례교단 목사인 그는 멤피스커비우즈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이 코너의 글은 박 목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www.whyjesusonly.com)에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본지는 박 목사의 허락을 받아 이를 게재합니다. 아울러 필자의 요청에 따라, 글이 그의 웹페이지에 게시된 날짜를 맨 아래 밝혀둡니다.

성경
▲한 남성이 성경을 들고 있다. ⓒPixabay 제공
[질문]

저는 20대 후반 청년입니다. 저희 교회 청년 50%이상이 주일을 온전히 교회에서만 보냅니다. 하루 종일 교회에서 섬기기에 예배 때부터 힘들어 하며 저 또한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었습니다. 매주 고달파도 예배로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팁니다. 교회는 저희들이 교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주길 원해서 주일예배 외에 특별행사들을 많이 맡깁니다.

작년에는 청년부 총무로 이번 년도엔 회장으로 섬기다보니 교회지도자들과 청년들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장로님들과 여러 집사님들의 기대가 이해는 되지만 현실이 너무나 큰 벽으로 느껴집니다. 알바와 공부를 겸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저도 취업난을 몸소 겪기에 사역에 적극 동참하라고 권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또한 경제가 많이 안 좋아진데다 성도 수도 줄고 있어 교회재정도 감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회학교 선생님들도 줄어 청년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교회행사만 있으면 청년부가 갑작스레 동원되어 지원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제 나름의 많은 갈등과 고민 끝에 아래 세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1. 청년들이 교회의 중간다리 역할을 맡고 있는데 막막한 현실을 극복하고 어떻게 해야 지혜롭게 한 교회를 이루어 갈 수 있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도 재물과 시간을 다 내려놓고 교회를 열심히 섬기고는 있지만 취업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염려하고 있습니다. 교회 일에 거의 시간을 쏟다보니 막상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떻게 교회 일과 제 개인 일을 서로 조화를 맞춰나갈 수 있을까요?

2. 솔직히 매주 고달프기만 하는 현재의 청년부 상황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만 할까요? 심지어 임원들조차 사역에 불참하는 빈도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3. 그런 친구들에게 어떻게 하나님의 마음으로 말을 하고 행동으로 대해야할까요?

[답변]

많은 교회들이 공통적으로, 특별히 교회행사를 준비하여 수행하거나 주일학교교사를 맡을 인적자원이 부족한 대부분의 이민한인교회들이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진솔하게 현재의 상황을 밝히고 갖고 있는 고민을 털어놓으시며 대안을 물어오셨습니다.

어쩌면 제가 드리는 답변이 전통적인 가르침과 많이 다를 수 있고 그래서 제 의견에 완전히 수긍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섬기시는 교회와 청년부학생들과 형제님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일에 충성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경이 말하는 원리에 바탕을 둔 답변일 뿐입니다. 또 원론적 답변이기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지는 형제님의 책임 하에 스스로 판단하시면 됩니다. 형제님이 어떻게 하든 그 원리에 바탕을 두었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질문을 받자마자 제가 댓글로 아래 세 가지 반문을 드렸습니다. 교회 사역과 하나님의 일의 관계를 제대로 알면 올바른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 1) 형제님에게 하나님의 일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합니까?, 2) 지금 형제님이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교회 일들이 형제님이 생각하는 그 하나님의 일과 일치합니까?, 3)최근 주변과 갈등이 생겨서 고민하는 문제들을 하나님은 과연 어떤 관점으로 보실까요?

하나님의 일이란?

많은 신자들이 하나님의 일에 충성 헌신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잘 따져보면 하나님의 일을 하는 방법보다는 그 일 자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너무 경건하고 심오하게 여길 것 없습니다. 하나님 그분이 신자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그대로 행하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일입니다.

하나님이 신자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항상 소원하는 것은 신자 본인의 영적인 충만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은 첫째 항에서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신자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하나님 그분과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교제 동행함으로써 그분의 영광만 높이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기도와 말씀을 통해서 그분을 진지하게 정확히 알아나가야만 합니다. 기독교의 종교적 지식과 의식에 능통하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바울 사도는 에베소교인들을 위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엡3:19) 하나님에 대해 더 많이 깨달아야 할 뿐 아니라 그 충만하게 깨달은 것이 너희에게 충만해져야 한다고 합니다.

하나님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 앎이 신자의 존재와 삶과 일생에 더 많이 반영 구현되어져야 합니다. 본문 앞 16-18절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설명해놓았습니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서 첫째 너희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고, 둘째 믿음으로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해야 하며, 셋째 너희가 모든 성도와 함께 사랑 가운데 뿌리를 내리라고 합니다. 그 성품이 그리스도를 닮게 자라가고 그분의 사랑으로 자기 주변을 섬기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을 따라가는 삶입니다. 신자의 일생을 예수님은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마5:13-16) 신자의 정체성이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이자 세상에 진리를 밝혀주는 빛이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또 한 알의 밀알로 땅에 떨어져 죽음으로써 많은 생명을 살리라고 했습니다.(요12:24) 바울도 그래서 모든 성도와 함께 사랑 가운데 뿌리내리라고 즉, 오직 주님의 사랑으로 성도는 물론 이웃을 대하라고 한 것입니다.

흔히들 예수님이 승천 직전에 제자들에게 주신 마지막 계명(마28:18-20)을 지키느라 전도에만 전념하는 신자나 교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전도는 모든 족속에게 십자가 복음으로 초대하는 즉, 이 계명을 실현하는 첫 단계입니다. 주님은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성삼위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당신께서 가르친 모든 것을 지키게 하라"고 했습니다. 전도를 했으면 반드시 그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세워야 합니다. 바울의 말로 바꾸면 그 속사람을 강건케 하고 그리스도가 그 마음에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의 가르친 모든 것을 지키게 해야 합니다. 그럼 주님이 가르친 모든 것이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 직접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주셨습니다. 한 율법사가 예수님을 시험하여 율법 중에 어느 계명이 큰지 물었는데 주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22:37-40)

박진호
▲박진호 목사
이 말씀에서 주목할 사항이 둘 있습니다. 첫째, 주님은 이웃 사랑을 하나님 사랑과 같은 수준에 두었습니다. 신자가 이웃 사랑을 실현하지 않으면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됩니다. 당신께서 이웃을 사랑하니까 신자더러도 똑같이 그렇게 하라는 것입니다. 신자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믿음으로 행해야 할 삶의 실체입니다.

둘째, 온 율법과 선지자라는 표현은 성경 전부를 일컫는 히브리 관용구입니다. 성경 전체가 신자에게 행하도록 명하는 것이 그 둘로 축약된다는 것입니다. 성경이 신자에게 명한다는 것은 하나님이 신자가 행하기를 원하는 바로 그분의 일입니다. 그래서 산상수훈에서 주님은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5:16)고 권한 것입니다.

실제로 초대교회는 이 계명대로 진정으로 이웃을 사랑했습니다.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고 성전과 집에서 자주 모여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떡을 나눠 먹으며 하나님을 찬미하니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아 구원 받는 사람을 주께서 날마다 더하게 했습니다.(행2:44-47) 주님이 가르치신 대로 이웃을 사랑하는 일을 행하여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니 주님께서 초대교회를 불같이 부흥케 해주셨습니다. 아직은 요즘 식의 교회와 예배와 사역이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교회 사역 이전에 신자가 반드시 행해야 할 그분의 일입니다.

이웃을 주님의 사랑으로 섬기라고 해서 불쌍하니까 도와주라는 단순한 뜻이 아닙니다. 그 이웃으로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제자가 되게 하고 그 새 제자로 마찬가지로 이웃을 사랑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십자가 사랑으로만 통치하는 그분의 나라로 이웃을 초대하여서 함께 그 나라를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것이 하나님의 일입니다. 교회가 감당해야 할 하나님의 일도 당연히 신자들로 자신의 현실 삶에서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계속)

2019/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