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대구 아름다운교회
▲이재영 목사는 “고난시들에게서 발견되는 한 가지 공통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이 시들이 한결같이 그 말미에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찬양을 드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처음에는 고난 당하는 것이 이해 안 되고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고난이 자신에게 유익이 되었기에, 그들은 동일하게 하나님께서 감사와 찬양을 드린 것이다. 우리도 이런 고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고난, 더 나은 하나님의 사람 만드시는 과정

힘든 일 있을 때, 새벽기도 전 거울 보며 선포
실패 통해 배운다면, 그 자체로 희망의 조건
글쓰기, 설교 만들어낼 정도 돼, 장족의 발전

희망도 습관이다
이재영 | CLC | 244쪽 | 12,000원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벽을 만날 때가 있다. 그 벽을 만날 때 많은 사람이 불평하고 원망할 때가 많다. 왜 나에게만 이런 벽이 있느냐고 하소연을 한다. 하지만, 그 벽은 하나님께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를 보여줄 기회이다. 우리에게 간절함이 있다면 그 벽 앞에 포기하지 않고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요즘 헛된 ‘희망’을 버리고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욜로(You only live once,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나 ‘소확행(작고 확실한 행복)’ 열풍은 이를 상징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조국 사태에서 보듯 구시대적 속담의 상징처럼 됐다. 최근에는 <희망 버리기 기술>이라는 제목의 책도 등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영 목사(대구 아름다운교회)가 <희망도 습관이다>라는 제목의 저서를 최근 출간했다. 지난해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에 이어, ‘에세이같은’ 세 번째 설교집이다.

설교에 대한 부담감으로 젊은 나이에 담임목회를 시작했음에도 스스로 내려놓을까 고민하던 목회자가, 독서와 글쓰기 공부를 통해 그가 책에서 말한 막힌 벽을 돌파해내며 1년여만에 설교집 3권을 펴낸 것이다.

반응도 좋다. 출간 직후 온라인서점 기독교 베스트셀러 순위 20위권까지 진출했다. 유명 목회자의 설교집이 아닌데도, 이례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표지를 비롯해 일러스트가 적절히 가미된 책 디자인도 요즘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음은 이재영 목사가 말하는 ‘희망이라는 습관’에 대하여.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내용이 궁금한데요.

“희망이라는 주제 아래, 고난, 감사, 희망에 대한 설교를 묶었습니다. 시대가 힘들고 어렵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삶 가운데 얼마든지 희망을 가질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감사하는 자체가 우리에겐 희망입니다. 진정한 희망은 오직 하나님께, 예수 그리스도에게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희망은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는 고난과 감사, 그리고 희망이 한데 엮여 있는데, 그 가운데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희망은 습관이 될 것입니다.

보통 고난을 당할 때는 희망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절망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하나님 입장에서 고난 자체는 우리를 더 나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드시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 자체만을 바라보면 절망스럽지만, 하나님께서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가길 원하시는 이면(裏面)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범사에 감사하라’고 했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얼마든지 감사할 수 있지요. 그러나 힘들고 어려울 때, 감사할 수 있습니까? 그것 역시 감사하는 것 말입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人生之事 塞翁之馬)라고, 불행까지도 내 편으로 만들고, 합력해서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큰 그림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감사를 통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도 습관이다
-고난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지만, 마치 신기루를 찾듯 현실을 부정하며 허황된 낙관주의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신앙인입니다. 결국 예수님께 희망을 걸어야 합니다.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건, 게으른 긍정주의에 불과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마냥 막연하게 잘 되리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도 아닐 것입니다.

희망은 허황된 꿈과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봐야 할 대상은 예수 그리스도뿐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심을 갖고 있다면,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고민하면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을 ‘습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희망을 가질 때는 주로 일이 잘 될 때입니다. 이 때는 갖지 말라고 해도 희망을 갖고, 실제로 모든 것이 희망적입니다.

그렇다면 고난 가운데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님의 계획하심들을 생각한다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고난 가운데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희망은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습관’이란 반복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성숙한 신앙인들을 보면, 희망이 습관이 되어 있습니다. 고난 가운데서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당연히 희망적이고 소망을 갖고, 힘들 때도 하나님을 향한 희망을 꺾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말씀을 붙잡는 것 자체가 하나의 희망 습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목사님의 구체적인 경험이나 노하우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새벽기도에 가기 전 거울을 보면서 늘 선포합니다. ‘너는 사랑받고 있어. 잘 될 거야. 하나님이 함께하셔서 탁월한 말씀의 사역자가 될 거야. 후배 목사들을 키워내는 선배 목사가 될 거야.’ 그런 식으로 계속 희망을 불어넣습니다.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가지고 어렵고 힘들지만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힘든 일이 있어도 ‘아니야’ 하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하나의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거울만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됐습니다.

그렇게 하면, 실제로 삶이 그렇게 바뀌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선포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면, 계속 동기부여가 일어납니다. 이런 ‘습관’이 적어도 20년은 된 것 같습니다. 20년간 구체적인 언어는 여러 가지로 바뀌었지만, 이 습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희망을 품고 고난 가운데 사투하지만, 결국 망하거나 실패한다면.

“하나님은 합력해서 선을 이루십니다. 우리는 한 번의 실패나 실수가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능시험 한 번 못 치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번의 실패일 뿐입니다. 하다 보면 잘 안 될 수도 있지요.

저도 늘 모든 일이 잘 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랬습니다. ‘실패는 실패로 끝나는 게 아니다. 정말 문제는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 것’이라고요.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그 실패는 또 하나의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 가면 ‘실패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업 CEO들이 그곳을 굉장히 많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걸 만들었을까요. 실패했던 것들을 보면 그 시대에는 안 맞지만 지금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여러 아이디어들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어떤 기업은 실패를 얼마나 했는가를 기준으로 사람을 선발할 정도입니다. 실패란, 더 나은 모습으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잘 되는 경우는 하나도 없습니다. 심지어 예수님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실패를 통해 배운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희망의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재영 대구 아름다운교회
▲이재영 목사는 “인문학 독서를 신앙생활이나 예수님과 연결할 수 있다”며 “글쓰기를 처음 배웠을 때는 폭이 좁다며 혼도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실패자를 낙오자로 여기며, 실패한 사람이 재기하기도 어렵습니다.

“미국은 그래도 아직까지 기독교 정신이 묻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넓게 보고 깊게 보는 관대한 모습들이 문화 속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세 침입도 잦았고 땅덩어리도 작고, 치열한 경쟁 사회이다 보니, 살아남으려면 몸부림쳐야 합니다. 그래서 결과 자체만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종 그런 말씀을 드립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평가가 중요하다고요. 하나님 앞에 가면, 지금 나를 향한 사람들의 평가와 하나님의 평가는 다른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는 큰 교회를 하고 뭔가 이룬 것 같은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받겠지만, 하나님의 기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있기를 원하는 자리, 하나님이 하기를 원하시는 일에 순종하는 모습을 바라시겠지요.

사람들 보기에 좋은 결과물이 있지만, 하나님께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경 속 제자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냈다고 했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알지 못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결국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내세웠다지만, 자신들이 다 영광을 취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결국 예수님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일한 것이 되고 맙니다.

하나님 앞에 가면, 다 드러납니다. 하나님 앞에 설 사람들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평가를 늘 생각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벌써 세 번째 설교집을 내셨습니다. 책 내용처럼, 희망의 본보기가 되고 계신데요.

“일단 책을 낸다는 것 자체는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도 됩니다. 책이 나올수록 점점 나은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책을 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준비했던 설교 메시지들이 비단 저희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성도들에게도 전해지기를 원하는 희망 때문입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자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설교를 통해 위로를 받고 회복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 때문입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을 통해 새로운 신앙의 출발과 회복을 경험하게 되길 바랍니다.

가나안 성도나 낙심한 사람들도 혹여 책을 접하고 신앙으로 돌이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도에 있어서도 이 책이 좋은 관계의 끈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것이 책을 내는 목적과 기대, 보람입니다.

이 책을 통해 시대 가운데 희망을 잃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희망을 되찾고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회복의 역사에 대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적어도 책을 한 권씩은 내고 싶습니다. 일단 설교를 계속 하고 있으니, 이를 다듬어서 출판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떤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책들을 쓰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아직 없지만, 믿음이나 기도, 영생 같은 신앙생활의 주제들 말입니다. 아직 다뤄지지 않았거나 좀 더 다뤄졌으면 싶은 주제들을 파고들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에세이 형식의 짧은 글들입니다. 조금씩 쓰고는 있습니다. 아직 내놓을 만한 것은 아닌데, 다듬어서 ‘서울시’, ‘1cm’ 같은 짧은 글 묶음으로 출판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말씀이 시작을 만듭니다 희망도 습관이다 동행의 행복
▲이재영 목사의 저서들. 왼쪽부터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희망도 습관이다>, <동행의 행복>.
-아트설교연구원을 통해 글쓰기 실력이 얼마나 달라지셨나요.

“처음에는 글을 전혀 쓰지 못했습니다. 설교를 만들어내지도 못했고, 일부 짜깁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은 제 설교를 만들어내는 정도가 됐으니,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

글을 아직 잘 쓰진 못하지만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써낼 정도까지는 됐습니다. 책을 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발전 아닐까요(웃음). 제 안에서 만들어진 설교가 아니면 내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 다양한 책들을 읽다 보니,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그릇이 커지는 느낌입니다. 이전에는 신앙적·신학적 틀만 갖춰져 있고 그런 분들만 계속 만나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 같았는데, 지금은 다양한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 느낌입니다.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고 대하는 모든 것들, 말씀을 대하는 시선이 다양해졌습니다.

주일 낮예배에 같은 본문으로 몇 년 사이에 4번이나 설교를 전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주제와 중심 내용이 모두 달랐습니다. 한 본문을 네 가지 측면으로 설교한 것을 보면서, 저 자신이 많이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번 설교했던 본문이라면 비슷하게 했을텐데, 다른 각도에서 봤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조금 더 깊이 볼 수 있게 됐고, 많이 성장한 것입니다.

김도인 대표님이 부대표로 승격시켜 주셔서, 정기 강의가 있는 서울이나 대구, 순천에서 가끔 강의도 합니다. 이 역시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설교가 힘들어서 목회를 그만두려 했던 사람이 목사님들 앞에서 설교에 대한 강의를 한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변화입니까.

김 대표님이 가르치는 입장에서 강의한다면, 저는 함께 배우는 입장에서 진행합니다. 막히는 부분들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배우는 사람들의 문제가 무엇이고 목사들의 힘든 점을 알기에, 제 강의를 와 닿는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려움들을 구체적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