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베드로와 안드레
▲두초 디부오닌세냐, ‘사도 베드로와 안드레의 부르심(1308-1311)’,
본문: 누가복음 5장 3-6절

본문은 시몬 베드로가 처음 부르심을 받던 때의 신앙고백입니다. 주님은 간밤의 철야 투망작업에서 지친 베드로에게 찾아오셨습니다.

실로 그 자리는 성공한 자리가 아니라, 실패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베드로가 실패하여 낙심 좌절한 때에 다정히 찾아주시는 주님이셨습니다.

베드로는 이 처음 자리에서 아직은 믿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씀에 의지하여’라는 위대한 신앙고백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 말씀을 배경으로, ‘말씀에 의지하여’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말씀은 실천해야 한다

“예수께서 한 배에 오르시니 그 배는 시몬의 배라 육지에서 조금 떼기를 청하시고 앉으사 배에서 무리를 가르치시더니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3-4절)”.

이는 말씀의 실천성을 교훈하는 것입니다. 말씀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실천하는가가 중요합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는 말은, 당시 어부들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고기는 반드시 깊은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기 떼가 몰려가는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지금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는 주님 말씀은 어로 작업의 기본 지식조차 모르는 것이 됩니다.

말씀은 수양의 방편도 아니고, 그저 성경공부나 하여 지식을 겨루는데 활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말씀은 오히려 실천할 때 그 생명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들은 말씀을 실천하지 않거나, 별다른 기대 없이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은 형식적 교인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은 말씀에 반발하지는 않으나, 그 어떤 효과도 기대하지 않는 형식적인 믿음의 소유자입니다.

형식적인 믿음은 주님을 믿으면서도 기쁨과 감사의 생활을 하지 않는 신앙생활을 합니다. 이런 형식적 믿음의 사람은 예식에 머무는 예배, 순서에 따라 찬송을 부르고, 설교는 들어 주는 정도요, 헌금은 체면 때문에 하는 생명력 없는 신앙일 수 있습니다.

2. 말씀의 우월성을 인정해야 한다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이르되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시몬이 대답하여 이르되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를 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4-5절)”.

베드로는 힘이 너무나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날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나름대로 밤새 고생을 했는데도 고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힘이 빠진 것입니다.

실패가 주는 낙심과 좌절, 허탕은 허탈을 동반하기에, 피곤만 엄습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것은 몰라도 갈릴리 바다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는 시몬입니다. 갈릴리 바다에서 어부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어부랍니다. 그래도 베드로는 지금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어떤 체념 비슷한 것이 깔려 있는 가운데, 정성이 결여된 형식적 순종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간밤의 철야 투망 작업에서 모든 노력을 다 해보았지만, 주님의 분부이시니 다시 한 번 해 보겠다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순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존심을 뒤로 한 채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는 주님 말씀에 순종합니다.

이는 주님 말씀을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 그리고 경험보다도 뛰어나다는 우월성을 인정하는 태도로 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경험으로 보아 쉽게 순종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주님께서는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시몬의 태도를 보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3. 말씀의 위대성을 믿어야 한다

“선생님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를 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그렇게 하니 고기를 잡은 것이 심히 많아 그물이 찢어지는지라(4-5절)”.

여기서 우리는 말씀의 위대성을 보게 됩니다. 베드로가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깊은 곳에 내렸더니,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어획량을 수확하게 된 기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말씀에 온전히 순종한 결과 감당하지 못할 큰 축복을 받는 현장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기적은 때로 우리가 환경을 뛰어넘는 말씀의 위대성을 인정할 때 일어난다는 교훈입니다.

인간적인 입장에서 보면 불가능하고 도저히 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말씀을 믿음으로 순종할 때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믿음이란 환경을 무시한 채, 오직 주님만 바라보는 태도일지 모릅니다. 어려운 환경에 압도되지 않고 말씀에 의지하여 믿음으로 나아갈 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말씀의 위대성을 인정하는 사람은 말씀의 위대함을 알기에, 환경에 압도되지 않습니다. 말씀의 위대성을 인정하는 사람은 의심, 불안, 공포에 놀아나는 일도 없습니다.

더욱이 좌절, 체념, 절망에 말려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우리는 나를 짓누르는 환경에서 주님의 말씀을 붙잡고 운명에 도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가는 인생의 길에서 말씀에 의지하는 삶을 살아 나가기를 바랍니다. 생활에서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므로 놀라운 체험을 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합시다!

“주님, 말씀을 붙들고 살아가는 믿음이 되게 하소서! 주님의 말씀이 나의 생각이나 판단 그리고 나의 경험을 뛰어넘는 능력이 되게 하소서! 말씀으로 모든 환경을 극복하는 능력의 사람들이 되게 하소서! 말씀대로 사는 사람에게 반드시 복을 내리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