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 철학

신학은 계시에 근본 토대 놓고 작업 수행

계시는 철학에 필수불가결, 필요충분조건

계시 철학
헤르만 바빙크 | 박재은 역 | 다함 | 548쪽 | 27,000원

“계시 철학(Philosophy of Revelation)은 계시에서 발견 가능한 지혜와 세상 속에서 발견 가능한 지혜를 서로 연결시킨다. 이전의 기독교 신학은 특별 계시와 일반 계시 사이를 구별했다. 그러나 특별 계시와 일반 계시 사이의 구별이라는 관점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사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구별 자체가 인간사 모든 것들을 위해 충분히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다소 모호하다.”

<개혁교의학>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개혁신학자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의 후기 대표작인 <계시 철학>이 도서출판 다함에서 최근 출간됐다.

<계시 철학>은 바빙크가 프린스턴 신학교에서 했던 1908-1909년 ‘스톤 강연’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코리 브록(Cory Brock)과 나다니엘 그레이 수탄토(Nathaniel Gray Sutanto)에 의해 새롭게 개정·편집된 판본을 번역했다. 그리고 역자인 박재은 교수의 해제를 각 장마다 덧붙였다.

이 두 개정·편집자들은 “<계시 철학> 내용은 21세기 상황 속에서도 어울린다. 독자들은 <계시 철학>을 통해 그것이 가진 시대를 초월하는 넓은 목표를 깨달을 수 있게 된다”며 “<계시 철학>이 100년 전 쓰인 작품일 뿐 아니라 100년 전의 시간이 묻어 나오는 특성이 있음에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적절한 주제들을 논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100년 전 진화론과 공산주의 사상의 대두로 초자연적인 세계, 하나님의 존재와 활동에 대한 여지가 없어지면서, 신학계도 ‘신(新) 신학’이라는 미명 아래 하나님의 ‘초월성’을 접어둔 채 ‘내재성’을 내세우고 있었다.

이러한 자유주의 신학의 득세 가운데서, 헤르만 바빙크는 이 세상 속에 존재하는 하나님을 넘어, “이 세상 위에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모든 것을 상대화시키는 이 지금 21세기에도 교회 현장에 필요한 목소리로 보인다.

“참된 종교는 죄를 용서할 수 있는 힘과 삶, 개인적 능력을 부여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죄인에게 호의를 베풀어 받아주어야 할 뿐 아니라, 세상의 죄와 죽음을 기쁨으로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과 의식, 의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참된 종교는 우리를 이 땅에 가두는 종교가 아니라, 이 세상을 뛰어 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 줄 수 있어야 한다.

참된 종교는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도 영원을 선사해줄 수 있는 종교이며,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생명을 줄 수 있는 종교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곳에서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구원의 바위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종교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초월성, 초자연주의, 자연의 계시는 종교를 구성하는 데 필수 요소이다.”

바빙크
▲헤르만 바빙크.
그러므로 바빙크는 “특별 계시를 믿는다는 것은 기독교 신학의 시작점이며 근본 토대이다. 학문은 항상 생명을 따라갈 수밖에 없고, 생명으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하나님의 지식에 대한 학문도 하나님 계시의 실제성에 근거해 세워질 수밖에 없다”며 “만약 하나님께서 존재하지 않으신다면 혹은 하나님께서 아무것도 계시하지 않으셨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신학은 계시에 근본 토대를 놓은 채 자신의 영광스러운 작업을 수행해 나간다”고 설명한다.

오랜 시간 서구 사회를 지배했던 기독교 세계관이 과학과 인본주의 사상의 강력한 도전을 받았을 때, 헤르만 바빙크는 철학을 하는 데(Doing Philosophy) 계시가 얼마나 필수불가결하며 필요충분조건인가에 대해 적극 논증하면서 기독교 신앙과 신학을 변증하고 있다.

바빙크는 이 책에서 계시 철학의 개념 설명부터 시작해 계시와 관련된 철학, 자연, 역사, 종교, 기독교, 종교 경험, 문화, 미래 등을 차례로 논의하고 있다.

역자이자 해제를 쓴 박재은 교수는 “계시라는 앵글로 하나님, 자아,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바로 <계시 철학>이 추구하는 삶의 방법론이며 방향성”이라며 “이런 앵글을 내려놓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앵글과 더불어 내게 주어진 삶을 능동적으로 영위한다면 그 삶은 가장 큰 확신 안에 거하는 삶이고, 가장 큰 위로를 경험하게 될 삶”이라고 설명했다.

각 장 말미의 해제는 각 장의 핵심 문장 혹은 문단 속 핵심 진리를 먼저 풀어주고, 핵심 성경 구절과 핵심 용어 소개, 찬양와 토의 질문까지 수록해, 쉽지 않은 본문 내용을 평신도들과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계시 철학
헤르만 바빙크는 네덜란드 개혁주의 신학자로, 아브라함 카이퍼, 벤저민 워필드와 함께 세계 3대 칼빈주의 신학자로 불린다. 대표작인 전 4권 <개혁교의학> 외에 <하나님의 큰 일>, <믿음의 확실성>, <개혁주의 신론>, <교회의 분열에 맞서> 등이 있다.

도서출판 다함은 헤르만 바빙크의 기독교 세계관, 명설교, 길라잡이 등 바빙크 저술 시리즈를 계속 출판할 계획이다.

다함 출판사는 <계시 철학> 출간을 기념해 서울 지역 북토크를 오는 14일 오후 3시부터 서울 반포동 남서울교회 신관 지하 A실에서 개최한다. 우병훈 교수(고신대) 사회로 역자인 박재은 교수(국제신대)가 강의할 예정이다. 대구 지역에서도 같은 주제로 오는 11월 4일 오후 3시부터 대구산성교회(담임 황원하 목사) 교육관에서 북토크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