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

jtbc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가 ‘국대떡볶이’ 이슈를 두고 “노이즈 마케팅일 수 있겠군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현장에 나가 보았다면 결코 할 수 없는 말들이다.

지난주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국대떡볶이 매장을 들렀다.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하고 포장해 주기를 기다리며, “멀리서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말을 건넸다.

대번에 젊은 사장은 손님이 무척 많이 다녀갔노라 답했다. 하지만 곁에 섰던 아주머니는 “아, 근데요…”라며 뭔가 말끝을 흐렸다. 포장이 다 되어 뒷말은 듣지 못하고 나왔으나, 신기하게도 들은 것처럼 마음에 와 닿았다.

아주머니는 가족인 것 같다.

과거 ‘국대떡볶이’ 매장은 무뚝뚝한 분위기의 건장한 청년들이 머리에 두건을 질끈 두르고서 부지런히 일하고 있고, 벽면 메뉴판에는 특유의 궁서체 카피가 진솔함을 발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젊은 사장이 아르바이트생과 의기투합해 훈훈하게 일하는 풍경은 다 지나가 버린 것 같다. 고용 자체부터 어려울 시기이다. 그러니까 젊은 사장의 어머니일지 모르는 그 아주머니의 “아, 근데요…”란 말은 아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깊이 배인 장탄식이었을 것이다.

멀리서 찾아와주는 손님이 고맙고 반갑지만 소상공인들이 겪는 이 경기침체를 근본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불안하기만 한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손석희 사장의 발언은 이들의 애환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내뱉은 특유의 잔인함이 아닐 수 없다.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까닭이다.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는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 ⓒ크리스천투데이 DB

통상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본가는 ‘안 되는 사업’ 또는 ‘안 되는 시기의 사업’에서는 자기 자본을 회수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가맹점들이 겪는 이 애환을 내 뼈와 살처럼 공감하고, 무엇보다 젊은 가맹점주들과 아우르는 삶의 철학을 기업 가치로 새겨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가 보기에 이 경기침체의 원인은 단순한 순환 경제에서 찾아온 문제가 아니라, 이념과 가치의 파괴에서 비롯되었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 같다.

(양)성에 대한 가치 파괴, 자유민주주의 안보의 가치 파괴,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가치 파괴, 그리고 무엇보다 그 중심축에 자리했던 기독교 세계관의 가치 파괴. 전방위에서 일어나는 이 가치 파괴가 김 대표의 지금과 같은 열심을 흔들어 깨운 듯하다.

적지 않은 사람이 손석희 사장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김 대표의 열심은 개인의 인격이나 성품에서 비롯되는 열심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찍이 고대 이스라엘의 조상인 비느하스는 한 이스라엘 남성이 무분별한 성관계를 일삼으며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을 보고, 창을 들어 던져 그 남성과 이교도 여성의 배를 같이 꿰뚫어버린 일이 있다. 이때 비느하스에게 일어난 열심을 하나님은 친히 ‘키나티(קִנְאָתִ֖י)’라 칭하였는데, 이는 “나의 질투”라는 말이다.

여기서 질투로 번역된 키나(קנאה)는 ‘열심’이란 뜻으로서, 후대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신의 질투”를 대리하는 자들의 표지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비느하스의 후손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다 돌아온 이후 헬라 제국의 복속국가 신세로 전전할 때, 맛다디아라는 인물이 야웨의 제단을 더럽히러 온 안티오쿠스의 신하를 제단 위에서 그대로 죽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태로 말미암아 이스라엘 사람들은 더 이상 헬라 제국의 봉신국으로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맛다디아의 열심, 곧 ‘신의 질투’가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이스라엘을 끌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열심은 맛다디아의 셋째 아들 유다 마카비(מקבים)를 통해 거국적인 혁명이 되어 맛다디아의 아들들이 거의 다 이 전쟁에서 죽는 희생을 치렀지만, 이스라엘은 비로소 헬라 제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예배드릴 수 있는 지위를 역사상 처음으로 누리게 된다.

마카비 가문이 ‘열심’을 일으켰을 당시, 제국의 물이 들어버린 유대교인들만이 심히 난처해했다.

교회와 목회자들 중에는 하나님의 ‘키나티’를 전하려는 김상현 대표의 이 열심에 동의하지 않거나, 회피하고 싶은 이들도 있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집어 들어 던지는 창끝은 세상이나 정부를 향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본질상 교회와 목회자 즉 우리 자신을 향해져 있다. 세상의 배와 짝하고 있을지 모를 우리 배를 뚫고 들어와 있는 것이다.

들을 귀가 있고, 볼 눈이 있는 교회는 이 젊은 기업인이 치켜든 가치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